청정 제주, 강정마을 상수원보호구역에서 무슨 일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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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정 제주, 강정마을 상수원보호구역에서 무슨 일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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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노민규 / 시민활동가

민군복합형관광미항 진입도로 건설공사 현장에 가서 관찰해보니

강정천 상류 교량 설치 공사 중 굴착모습. 사진=노민규. <br>
강정천 상류 교량 설치 공사 중 굴착모습. 사진=노민규. 

11월 25일. 강정천 하류 방면이 흙탕물로 변해있다는 얘기를 듣게 되었다. 갑자기 들려온 소식이었다. 필자가 확인해본 결과 당일 강정천 상류방면 민군복합항 진입도로 건설공사 중 일부인 교량건설이 진행되고 있었다. 더 구체적으로는 교량건설을 위한 준설작업이 진행중에 있었다. 당시 강정천 상류에는 원래는 보였던 하천물이 거의 보이지 않았고 토사만 가득했다고 한다. 이에 따라 강정천에 물이 보이지 않는 이유가 도로건설 공사때문이 아니냐는 의혹제기가 있었다. 이후 제주도에서는 대책으로 하천에 오탁방지막을 설치했다.

강정(江汀: 물 강, 물 정)

제주도 물은 깨끗하기로 소문이 났고, 심지어 그 물을 팔아 수익을 올리기도 한다. 용천수(땅에서 물이 나오는 것)도 유명하지만, 그 중에서도 강정천은 물이 많고 깨끗하기로 유명한 곳이다. 영원히 깨끗할 것만 같았지만 최근 제주에서는 수돗물에서 유충이 발견되는 일이 있었다. 서귀포시 강정정수장 계통의 수돗물에서 깔따구 유충이 발견된 것이다. 이로써 이제 더 이상 제주의 물도 완벽하게 깨끗하다고 안심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게 되었다. 게다가 12월 2일 제주도는 환경부가 발표한 ‘안전한 수돗물 공급 중점 수도시설 관리실태 평가’에서 최하위 등급인 D등급을 받았다. 30년 전만해도 제주도 어느 지역에서도 수돗물은 그냥 마셔도 되는 물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상황이 다르다.

이런 상황적 맥락에서 강정천이 흙탕물로 변해버린 사건을 주목해서 볼 수밖에 없었다. 제주도 물은 더 이상 예전의 제주도 물과 같지 않기 때문이다. 지금은 흙탕물은 지나갔다고 하더라도, 현재 기준에서 제주도에서 먹는 물(지하수)은 25년 전, 30년 전의 물이기 때문이다. 쉽게 말해서 25년, 30년 뒤의 제주도 물의 상태는 어떻게 될지 장담할 수 없고, 악화될 가능성이 있다.

실제 현장에 가서 보니

강정천 상류 지역 상수원보호구역을 알리는 표지판. ⓒ헤드라인제주
강정천 상류 지역 상수원보호구역을 알리는 표지판. 사진=노민규

필자가 직접 강정천으로 가서 공사현장을 살펴보았다. 먼저, 눈에 띄는 것은 상수원보호구역이라는 팻말과 표지판이다. 상수원보호구역에서 도로건설공사가 진행되고 있었다. 상수원보호구역은 말 그대로 물을 공급하는 곳이니 보호해야 하는 구역을 의미한다. 상식적으로 볼 때 제주도 물은 하늘에서 그냥 떨어지는 것이 아니고, 바닷물을 길어다 먹는 것도 아닐 것이다. 한라산에 물이 고이면 각 지역에 하천을 통해 그 물이 흘러들어가고 지하수를 통해 스며들어 점차 정수가 되고 이런 과정을 통해 깨끗한 물이 되는 것이다. 화산섬에 현무암으로 유명한 제주는 물이 고이지 않고 지하로 스며든다.

상수원보호구역 표지판을 살펴보았다. 표지판에는 수영·목욕·세탁 또는 뱃놀이를 하는 행위, 행락·야영 또는 야외 취사행위 등을 하는 행위 등이 금지된다고 적혀 있었다. 심지어 「수도법」 제7조라는 법조항의 근거를 들어가면서까지 상수원을 보호하고 있었다. 한라산에서 수영하다가 적발이 돼서 논란이 있었던 것처럼 강정도 한라산 정도의 높이는 아니지만 서귀포지역의 식수로 공급되는 곳 중 하나인 상수원이기에 어느 정도의 통제는 필요할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그런 곳 바로 인근에서 도로건설 공사가 진행되고 있다는 점이다.

상수원보호구역에서 도로건설공사, 무엇이 문제인가?

 강정천 하류에 설치된 오탁방지망. 사진 = 강정평화활동가 성게 . 
 강정천 하류에 설치된 오탁방지망. 사진 = 강정평화활동가 성게 . 

이제 핵심으로 들어가보자. 필자가 던지고자 하는 질문은 이것이다. 환경을 파괴하지 않고 도로건설 공사는 가능한가? 아니러니하게도 제주도정의 핵심 슬로건은 ‘사람과 자연이 공존하는 청정제주’이다. 제주에 관광객이 급증한 이유도 ‘깨끗하고 아름다운 자연 환경’ 이미지 영향이 크다. 삭막한 도시를 벗어나 숲과 자연에서 잠시 쉬다가는 것. 그런데 제주도정이 내거는 ‘청정 제주’의 현실을 들여다보면 오늘도 제주 곳곳에 덤프트럭과 포크레인이 부지런히 움직이고 있다.

민군복합형 관광미항 진입도로는 전체 길이가 2km 가량 된다. 혹자는 2km밖에 안되? 라고 생각할지도 모른다. ‘제주 민군복합형 관광미항 진입 및 우회도로 개설공사 전략환경영향평가’에는 민군복합형관광미항은 제주도 남방해역의 안정적인 관리를 목적으로 시행하고 있다.

이에 따라 민군복합형관광미항 진출·입 교통량 처리 및 크루즈 함상공원 등 주변 관광시설 이용객 및 강정마을 주민의 교통편의를 도모하기 위해 도로 건설사업을 계획한다고 되어 있다. 이 평가서는 2014년에 쓰여진 것으로 벌써 6년 전에 작성된 것이다. 결국 ‘효율성’이다. 신자유주의의 통치성에 기반한 경제성장의 논리가 도로건설의 배경에 고스란히 녹아 있다.

강정천의 물이 혼탁한 상태로 변해 있다. ⓒ헤드라인제주
강정천의 물이 혼탁한 상태로 변해 있다. 사진=강정평화활동가 멸치 

또한 공사를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는 강정 시민에게 이번 공사의 가장 큰 문제점이 뭐냐고 물었더니 공사관계자는 대수층을 건드리지 않고 암반층까지만 건들겠다고 하는데 이것이 과연 가능할 것이냐하는 점이라고 답변했다. 공사가 진행되다가 행여나 대수층을 건드리게 되면 지하수 유실이 발생할 수 있고 그에 대한 책임은 어떻게 질지 우려했다. 그러면서 천공자체가 원래 하지 말았어야 했다고 언급했다.

천공을 뚫으면서 (하천에) 물을 잃어버리는 것이 아닌지 우려했고, 이번 도로건설공사로 지하수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고 의혹을 제기했다. 공사관계자에게 물어보니 다 안전하게 하고 있다고 답변했다고 한다. 천공작업(교량을 설치하기 위해 지지대를 건설하는데 지지대를 건설하기 위해 축대 바닥에 구멍을 뚫는 행위. 강정천2교 양쪽에 모두 80개의 구멍을 뚫는다고 한다)은 지난 12월10일부터 이미 시작됐다. 

종합해보면 강정천(하류)이 흙탕물로 뒤덮인 것과 강정취수장의 깔따구유충 발견된 것, 강정천(상류)에 물이 없어지는 것이 이번 도로건설 공사와 관계가 있을 것이라는 의구심이 든다는 내용이다.

도로공사로 사라지는 것들

도로건설공사로 편리함을 얻을 수 있을지 모른다. 그러나 그것은 누구의 편리함인지 물어야한다. 이와 반대로 잃어버리게 되는 것도 있다. 먼저, 감귤밭이 사라지고 있다. 서귀포 감귤은 전국적으로 유명하다. 그 중 강정귤도 마찬가지다.

그런데 도로건설공사로 인해 전에 보였던 감귤밭이 상당부분 사라지고 있다. 심지어 필자가 현장에 가서 봤을 때, 공사부지 인근에 감귤이 그대로 바닥에 떨어져있고, 관리가 되지 않는 감귤밭도 더러 보였다. 그리고 청정 지하수가 점차적으로 변하고 있다. 제주의 물은 돈 몇 푼과는 교환할 수 없는 가치를 가지고 있다.
 

도로건설공사로 감귤밭이 사라지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는 가운데 공사부지 인근 관리되 않고 있는 감귤밭의 모습. ⓒ헤드라인제주
도로건설공사로 감귤밭이 사라지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는 가운데 공사부지 인근 관리되 않고 있는 감귤밭의 모습. 사진=노민규씨 

그러나 신자유주의 통치성이 앞세우는 '효율성'논리 앞에 제주 지하수가 위협받고 있다. 중요한 점은 이(수질)를 정확히 확인하기 위해서는 30년쯤 지난 뒤에서야 가능하다는 점이다. 강정천 하류에 냇길이소가 있다. 마을에서 신성시하는 곳으로 들어갈 수조차 없는 곳이다. 작년에도 이미 냇길이소에 흙과 돌가루 등으로 추정되는 물질이 유입되어 강정마을 주민들이 교량설치공사로 강정천에 영향을 준 것 아니냐는 우려 제기가 있었다. 

정리하며

노민규 / 시민활동가(제주시). ⓒ헤드라인제주
노민규 / 시민활동가(제주시). ⓒ헤드라인제주

코로나 재확산으로 위기감이 감도는 일상, 기후위기가 확산되며 전환이 필요하다고 얘기되는 지금. 마을에서는 신자유주의 경제이론 혹은 신자유주의 통치성이 몇 백 년을 지탱해온 마을안길, 마을 한복판을 가로질러 '효율성'과 '경제성장'의 논리로 무장한 채로 깊이 침투하고 있다. 다시 한 번 묻고 싶다. 민군복합항 진입도로건설은 꼭 필요한 것인가? 꼭 필요하다면 누구를 위해 꼭 필요한 것인가? 그로 인한 가치는 감귤밭과 지하수를 밀어낼 정도의 값어치가 있는 것인가? <노민규 / 시민활동가(제주시)>

*이 글은 헤드라인제주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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