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3 수형생존인 "어린 나이에 아무것도 모르고 잡혀가...원망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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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 수형생존인 "어린 나이에 아무것도 모르고 잡혀가...원망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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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지법, 일반재판 4.3 수형생존인 2명 재심청구 재판
"수감된 후 나와보니 아버지 행방불명, 어머니·누나 총살당해"
4.3 일반재판 수형생존인 이재훈(90.사진 왼쪽) 할아버지와 고태삼(91.사진 오른쪽) 할아버지가 재판이 끝난 뒤 제주지방법원 정문 앞에서 기자들과 만나 재판 소감을 밝히고 있다. ⓒ헤드라인제주
4.3 일반재판 수형생존인 이재훈(90.사진 왼쪽) 할아버지와 고태삼(91.사진 오른쪽) 할아버지가 재판이 끝난 뒤 제주지방법원 정문 앞에서 기자들과 만나 재판 소감을 밝히고 있다. ⓒ헤드라인제주

제주 4.3 당시 영문도 모른채 끌려가 옥고를 치른 4.3 일반재판 수형생존인 2명이 재심청구 재판에서 국가와 공권력에 의해 어린 나이에 잡혀가 모진 고문을 당하고 억울한 옥살이를 했다며 재판부에 누명을 벗겨줄 것을 호소했다.

제주지방법원 제2형사부(재판장 장찬수)는 30일 오전 201호 법정에서 4.3 당시 미군정하 일반재판으로 옥살이를 했던 이재훈(90) 할아버지와 고태삼(91) 할아버지 등 2명에 대한 제3차 4.3 일반재판 수형생존인 재심 청구 재판을 진행했다.

이날 재판부가 두 할아버지에게 최종 진술을 할 기회를 주자, 두 할아버지는 4.3 당시 상황을 회상하며 억울함을 호소했다.

이 할아버지는 "당시 누나 집에 하숙하면서 학교를 다녔는데 갑자기 형사들이 쫓아와서 저를 데려갔다"며 "그러다가 허리고 발이고 할 것 없이 몇 시간 동안 두드려 맞으면서 고문을 당하고, 밤에도 불러다가 물고문을 했다"며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이어 "당시 고향에 '삐라(전단)'를 붙여놓은 것 밖에 없는데 이것이 죄가 되는지는 몰라도 그대로 결과적으로는 수감됐다"며 "고문을 받고 15m 밖에 안되는 취조실에 가려면 걷지도 못해서 기어가다시피 했다"고 밝혔다.

이 할아버지는 "수감되서 나오고 보니 고향에 있는 집은 다 불에 타고, 아버지는 잡혀가 행방불명됐다. 어머니와 누나도 총살시켜버려서 갈 곳이 없었다"며 "죄를 만들어서 징역까지 보낸 게 너무 억울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나온 과거라는게 제가 죄를 지어서 갔으면 문제가 없는데 아무런 죄도 없이 징역을 받았다"며 "부모 슬하의 제가 떳떳하게 자라고 공부했으면 사회의 일원으로서 잘했겠지만 죄 없이 형무소 생활을 하면서 학교나 직장도 못 다니고 이런 생활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할아버지는 "국가와 공권력에 의해서 그랬다는게 원망하지 않을 수 없고 한탄스럽다"며 재판부에 억울함을 풀어달라고 호소했다.

이날 재판 청구인 자격으로 이 할아버지와 함께 증인으로 나선 고 할아버지는 "제가 어릴 때라서 죄를 지었는지도 나는 모르겠다"며 "무엇보다도 제 죄를 법원에서 벗겨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두 할아버지의 변호인 측은 "의견서를 통해 이 사건은 재심사유 있다는 것에 대해 자세하게 제출했다"며 "특히 오늘 제출한 증언영상을 잘 살펴주고 이 사건에는 불법구금 상태에서 수사가 진행됐다는 점, 피고인들에게 가혹행위가 있던 점에서 재심사유가 명백하다"며 재심 결정을 내려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재판부는 두 할아버지에 대한 심문 절차를 마치고 조만간 재심 개시 여부를 결정하기로 했다. 재심 개시가 결정되면 정식 공판 절차가 진행된다.  

한편, 이재훈 할아버지는 제주시 조천읍 북촌리 출신으로, 17살 때인 1947년 '삐라' 부착 단속을 하던 경찰의 총격으로 총상을 입은 북촌 주민의 억울함을 항의하기 위해 주민들과 함께 함덕지서로 집결해 항의했다는 이유 등으로 체포돼 일반재판에 의해 인천형무소에서 옥고를 치른 것으로 나타났다.

고 할아버지는 제주시 구좌읍 종달리 출신으로, 18살 때인 1947년 6.6사건으로 인해 종달리 청년 44명이 일반재판에 넘겨졌을 당시 조선민주청년동맹 활동을 했다는 이유로 인천형무소로 수감된 것으로 알려졌다.

두 할아버지는 70여년이 지난 올해 4월 2일 제주지법에 재심을 청구했다. <헤드라인제주>

4.3 일반재판 수형생존인 고태삼(91) 할아버지가 재판이 끝난 뒤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4.3 당시 상황을 회상하며 눈물을 닦고 있다. ⓒ헤드라인제주
4.3 일반재판 수형생존인 고태삼(91) 할아버지가 재판이 끝난 뒤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4.3 당시 상황을 회상하며 눈물을 닦고 있다. ⓒ헤드라인제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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