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 천주교 제주교구장 문창우 주교 취임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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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 천주교 제주교구장 문창우 주교 취임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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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일 취임한 천주교 제주교구장 문창우 주교가 취임을 앞두고 언론과의 인터뷰를 통해 앞으로 제주교구 운영 방향 등을 밝혔다.

다음은 일문일답 요지.

◆제주 출신 첫 천주교 제주교구장으로서 소감은.

-저 보다 더 똑똑하고, 더 능력 있고, 제주를 더 따뜻하게 돌볼 수 있는 분들은 많이 있다.

무엇보다 하느님께서 저에게 천주교 제주교구장을 맡기신 것은, 하느님께서 저에게 주신 사랑 안에서, 제주를 위해 살 수 있는가, 제주를 위해 죽을 수 있는가, 제주를 위해 모든 것을 쏟을 수 있는가에 대한 측면이라고 본다.

예전에는 교회라고 하면 성당 안에서 이뤄지는 것 만을 갖고 이야기할 때가 많았다. 하지만 저는 교회를 단순히 교회(건물)이라고 생각하는 신앙인은 결코 교회를 사랑하지 못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시대에 접어들면서 하느님께서 우리에게 주신 환경적 징표만이 아니라, 이 세상에 수 많은 아픔과 상처 속에서 정말 제주를 보듬고, 제주를 끌어안고, 제주에 헌신하는 사람들이 많이 필요해졌다.

예수 그리스도를 따르고자 하는 신앙인에게 있어, 코로나 시대는 어떻게 하면 세상을 위하고, 세상을 향하고, 세상을 사랑하는 교회가 될 것인가. 
(제주교구장 직은)하느님께서 우리에게 바라시는 세상을 지향하는데 저에게 작은 몫을 해 나가라고 하느님께서 주신 선물이라고 생각한다.


◆앞으로 교구장으로서 사목 방향은?

-우리가 신앙인으로서 어떤 마음으로 살아가게 될까 이야기 하는 것은, 예수님만이 아니라 예수님을 목격했던 분들이 살고자 했던 가치로, 한 마디로 말하면 '서로간의 사랑'이다.

세상이 변하면서, 과거에는 '서로간의 사랑'을 통해 살고자 했던 가치가 다양한 방식으로 변화했다. 그러한 사랑을 어떻게 하면 구체적으로 어떻게 살아갈까 생각하게 된다.

제주의 역사는, 어떤 분들은 유배의 역사라고도 한다. 제주에서는 4.3뿐만이 아니라 천주교와 연관됐던 신축교난(이재수의난), 이런 문화적 측면에서 제주와 천주교가 어떻게 만났는지 시발점이 중요하다고 여기고 있다.

내년이 되면 제주와 천주교가 만났던 신축교안(이재수의난)이 120주년이 된다. (이 사건은)서로가 이해하는 문화의 방식이 달랐던 것이다.

오늘날 천주교인들이 그런 것을 반초하고 반성하면서, 다시는 그런 갈등과 상처가 발생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이와 함께 제주4.3에 대해 이야기 하면, 제주사회에 번진 고통과 상처가 컸다.

천주교에서 4.3을 바라보는 한가지 치유의 방법은, 제도적으로 풀어나가는 것 뿐만 아니라, 가해자와 피해자가 넘어서서 '하느님의 사랑의 눈'으로 4.3의 현실들을 바라볼 수 있어야 한다는 시선이 크다.

그런 의미에서 제가 지난 3년간 뿐만 아니라, 사제로 살아가면서, 넘어지면서도 붙잡으려고 했던 것은 쉽지는 않지만 '늘 먼저 사랑한다'는 것이었다.

그런 의미에서 앞으로는 사랑의 가치를 저희 제주교구에 있는 신자들 뿐만 아니라, 제주도민들에게 그러한 사랑의 가치를 전하는 '사랑의 운동'들을 해 나가고 싶다.

 

◆국책사업으로 갈등이 봉합되지 않고 있는 강정마을이라던가, 주민들간 갈등이 이어지고 있는 성산읍 마을들간의 아픔을 보듬어주고 갈등 봉합할 방안이 있다면?

-모든 일을 해나갈 때 순서가 있다고 생각한다. 제가 교구장이 되서 엄청난 것들을 해나가는 비책이나 이런 걸 가지고 있다기 보다 제주의 현실, 교회의 현실을 시작하면서 경청이라는 도구를 통해 소통이라고 하는 문화를 만들어야 한다.

그 전에 먼저 제주의 과거와 현재, 미래의 모습들에 대해 다양한 사람들로부터 듣는 것이 있어야 한다. 그 절차는 단지 교회 안에 있는 전문가들만이 아니라, 교회 밖의 세상을 풀어나가는데 도움을 줄만한 다양한 분들의 이야기도 포함된다.

저는 필요하다면 그분들이 천주교 내부의 논의구조.구성 안에 자주 초대해 제주의 현실을 있는 그대로 경청하는 것이 첫 번째 작업이라고 생각한다.

천주교에서 사용하는 성경은 하느님이 인간에게 건내는 모든 말씀이 축적돼 있다. 신앙인들에게는 그 말씀을 듣고 살아가야 할 사명이 있다. 하느님의 말씀을 통해 기뻐하는 것, 그 기쁘게 하는 소식을 복음이라고 한다. 

'복음의 기쁨'이라는 키워드로 한 '복음의 기쁨' 센터라는 컨트롤 타워를 중심으로, 짧게는 5년, 길게는 10년 동안 천주교 제주교구가 앞으로 제주에 어떻게 헌신할 것인지 구체적인 비전을 세울 예정이다.

교회 안에서는 신자들을 대면하면서 좀 더 그들에게 도움을 주는 것을 사목이라고 하는데, '복음의 기쁨' 센터는 (교회 안)사목만이 아니라 교회 밖 사회적 약자나 강정문제, 제2공항에 대한 입장, 환경에 대한 것 뿐만 아니라, 오늘날 제주사회가 새로운 시대를 시작하면서 준비해야 할 내용을 제시하게 될 것이다.

이 내용을 조직적이고 구체적으로 잡아가기 위해 준비하는 중이다.

◆천주교 제주교구가 3.1운동 100주년 기념사업을 추진해 왔는데, 내년에도 교구 내 자체 사업이 예정됐는지?

-지난번 100주년을 맞은 3.1운동 당시 민족지도자 33인 중에 천주교 지도자는 없었다. 

그러나 소위말하는 여러 신부님이 없는 공소를 중심으로 여러명의 신자들은 3.1운동에 많이 동참했다. 

특히 제주도에 신성학원 출신 강평국, 고수선, 최정숙 세분이 여성으로서 서울에 유학을 가서 파고다공원에 3.1운동 당시 참여하고 투옥됐었다.

저희들이 그런 일들을 구체적으로 발굴해나가는 과정에서 천주교인들이 3.1운동 안에서 했던 역할들을 찾을 수 있었다. 

단지 행사적으로만 3.1운동 100주년을 맞아서 끝나는 게 아니라, 앞으로 역사 안에서, 맥락 안에서 늘 민족과 함께 제주와 함께 한국사회와 함께 저희가 함께해야 될 일들이 있으면 나서겠다. 

내년에는 특히 신축교난, 이재수난 120주년을 맞는다. 아시는 것처럼 1901년 당시 제주천주교회와 당시 제주사회가 충돌했던 한 사건이다. 이 사건에 대해 여러 심포지엄 등을 진행했고, 지난 2003년에는 서로 화해선언문을 서로 나누기도 했었다. 

그러한 여정과 연결해, 내년 신축교난 120주년을 맞으면서 심포지엄뿐만 아니라, 행정적인 도움을 받아서, 관덕정과 황사평, 과거 하논본당이라는 곳에서 신축교안과 같은 아픔이 있었던 곳들에 (기념비)제막을 준비해 가려고 한다. 

더 나아가서는 개인적인 계획으로는 황사평이 신축교안때 민군들이 주둔하면서 제주성을 드나들던 곳이다. 

아이러니하게도 그 당시 (다른)외교적인 사안과 관련해 보상적인 차원 안에서 천주교가 땅을 보상받으면서 천주교 교인들의 묘자리가 돼있다.

심포지엄이나 제막식 뿐만 아니라, 무엇보다 천주교인으로서 제주도민을 위해 할 수 있는 것이 기도하고 서로 추모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곳에 납골당과 더불어 옆에 성당이 들어서면 그 성당 이름을 화해의 탑 성당이라고 하고, 제주도민과 천주교인들이 충돌을 기억하고 추모하면서 결코 역사를 잊지 않고, 제주도민들의 아픔을 잊지 않고, 늘 변화하고 쇄신해나가는 공동체가 되겠다는 약속을 하고자 한다.

화해의 탑이라는 이름의 성당을 두고, 가능하다면 황사평이 천주교만을 위한 시설이 아니라, 제주도민을 위해 꼭 필요한 역할, 시설.공간이 되기 위해 무엇이 필요할까라는 고민할 생각이다.

 


◆내년은 우리나라 최초의 사제인 김대건 신부 탄생 200주년을 맞는 해다. 제주는 김대건 신부가 사제 서품을 받은 뒤 처음으로 미사를 한 곳으로 의미가 있는 곳인데, 내년에 별도로 구상하고 있는 일이 있나.

-내년이 성 김대건 신부님 탄생 200주년을 맞으며, 한국천주교 전체가 희년을 맞는다. 희년이란 하나의 축제이나, 예수님의 충만한 구원을 체험하는 사건을 집약시킨 제도이다. 

제주시 한경면 용수리에 '성 김대건 신부 표착 기념관'이 있다. 김대건 신부가 라파엘호를 타고 중국에서 우리나라로 천주교를 전파하러 오던 중 풍랑을 만나 용수리에 표착한 뒤 그 곳에서 처음으로 미사와 성체성사를 봉헌한 것을 기념하는 곳이다.

이와 관련한 천주교의 여러 기록을 보면 차귀도와 용수포구 등에 대한 언급도 나온다.

그래서 매달 한 번씩 성 김대건 신부 표착 기념관에서 간단한 오리엔테이션을 한 뒤 배를 타고 차귀도로 가 표착 재현 행사을 하려고 한다. 할 수 있다면 쓰레기 줍기, 바다 정화 등의 작은 활동도 해 볼 생각이다.

코로나19 확산 상황을 고려해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에 맞는 적정 규모로 행사를 안전하게 진행하겠다.

 

◆제주에서도 코로나19로 인해 종교활동이 크게 위축되고 있는데, 어떻게 바라보나.

-코로나 때문에 미사가 중단되기도 했고, 방역적인 문제도 있고 해서 신자들이 성당에 미사를 드리러 오는 것들을 중단시켰었다. 

앞으로 코로나 상황 맞으면서 신자로서 생활은 대면적인 것과 비대면적인 것에 대해 언제든지 함께 개선해 나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코로나로 인해 좋은 점은 신앙의 소중함을 발견한 시간이 아니었나 생각한다. 

예전에는 의무적으로 성당에 가서 기도하고 미사를 참석했었던 상황이었다면, 코로나로 인해 자신에게 신앙이 무엇인지, 그 전에 당연하게 했던 것들의 소중함들을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된 게 장점이고, 단점은 이제는 신앙 생활의 방식이 달라져야 하는 것이다. 

과거에서는 성당이라는 장소에서 모든 것이 이뤄지는 것이 신앙생활이었다면, 이제는 장소가 꼭 성당 안에서만 이뤄지는 것이 아니라, 일상 안에서 이뤄지고 있다.

여러 신부님과 의논하며 삶 안에서 신상생활을 하는 방식을 많이 연구해서, 비대면 강의만이 아니라 신앙생활의 팁 등을 나눌 수 있어야 한다. 

또 하나는 신자로서 살아간다는 것은 어떤 규정을 지키고, 계명을 지키고, 교회 구조 속에 있는 것에서 머뭄이 아니다.

오늘날 소통을 이야기하는데, 소통의 화두는 개방성이다. 늘 교회가 제주를 향해 개방돼 있는 모습들을 갖출 수 있어야 한다. 

천주교는 비밀스런 집단이 아니라, 늘 신앙안에서 경험하고 있는 것을 개방할 수 있고, 성당이라는 장소와 경직된 구조에서 탈출해야 한다.

과거의 성인(聖人)은 하느님의 영광을 위해 목숨을 바친 사람들이었다면, 오늘날의 성인은 이 세상을 위해, 제주를 위해 사는 사람들이다.

오히려 지금이야 말로 신앙의 소중함을 발견할 수 있는 시간이 아닌가 생각해 본다.

어쩌면 '교회는 과연 제주를 위해 죽었는가'를 물어보는 것이 제주에 사는 신앙인의 성찰이어야 하지 않나 생각한다.


◆제주도민께 한마디.

-오랜 역사를 지나오며 맞닥뜨려야 했던 수많은 아픔들을 이겨내 주신 제주도민들께 감사하다고 말씀드리고 싶다.

천주교 제주교구는 지난날 제주의 아픔을 평화와 사랑, 기쁨의 가치로 승화시켜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고 생각한다. 감사함에 보답할 수 있는 여정에 함께 하겠다.

제주 조상들의 조냥정신에서 드러나는 공동체 정신을 관광객 만이 아니라, 제주를 찾아오는 사람들이 느낄 수 있도록 했으면 좋겠다

함께 사랑하는 제주인, 제주를 정말 아끼는 제주인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을 도민들과 함께 나누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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