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윤미의 사는 이야기](25) 세희(細喜)...2
상태바
[강윤미의 사는 이야기](25) 세희(細喜)...2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가끔, 아는 지인 두엇과 함께 외식을 할 때가 가뭄에 콩 나듯이 있다.
 
그네들과 외식을 할 때면 계단을 쉽사리 오르내리지 못하는 나를 생각해 계단이 없거나 도움을 청하기 쉬운 곳을 찾아다니느라 그다지 음식의 맛이나 무엇을 먹을까에 대한 것들은 늘 뒷전이 되곤 한다.
 
게다가 소심해서 '도와주세요.'를 잘 못하는 지라 한번 외식을 약속하면 늘 가던 곳으로 가서 얼굴이 익은 직원을 먼저 찾게 되곤 한다.
 
그렇게 가게 되는 곳들은 그저 배고프지 않게 배를 채우며 서로의 얼굴을 보며 안부를 편하게 물을 시간이 주어지는 곳이면 우리에겐 최고의 맛 집...
 
그렇게 만나고 돌아오는 차 안에서 직원이 친절하더라...
음식 맛은 보통...
그래도 그곳이 계단도 없고, 마루방이 아니라 테이블이라 편하니 다음에도 거기서 만나자...
뭐, 그런 후일담을 하며 헤어지게 되고는 했었다.

하지만 날이 추운 핑계로 문밖출입을 작파하고 앉은 요즘...
사람이 그리우면서도 모두가 바쁜 시간...

만년설로 옷을 입고 앉은 에베레스트의 설산.
그 흔한 모험을 자처하며 들락거리는 등반가조차 발길 주지 않는 깊은 벼랑 속,
산 까마귀의 버릇없고 새침한 부리질에도 시선한번 주지 않고 앉은 무뚝뚝한 바위처럼
누가 등 밀어 재촉하지 않아도, 조금만 쉬다가자 억지 부리지 않아도.

저 혼자 발걸음을 잘도 걷는 시간이란 녀석을 나와는 상관없는 듯, 무료한 시선으로 앉아 하품과 함께 눈꼬리에 맺히는 물방울을 찍어내다가 문득 간절히 그리워지는 이들이 있다.
 
겨울의 한파가 몸살을 앓을 것처럼, 지독하게 몰아치는 광경을 바라보면 떠오르는 그림처럼 그리운 것 하나.

"아, 느글거리는 화이트소스 스파게티에 피자 한판 먹고 싶다아!” “창가에 앉아서 바닷물 속으로 미친 듯이 뛰어 들어가는 꽁꽁 언 함박눈이 멋진 곳인데, 가고 싶다아!!!..."
 
어린 아이처럼 혼자 절규하며 온몸을 비틀어대고 있는 나.
길고도 긴 해안도로의 어느 점쯤에 앉은 거인의 집처럼 높은 집.
 
별스럽지도, 그렇다고 희한한 건축물도 아닌 평범한 장소지만 새로 올려진 큼지막한 건물에 혹시나 기대를 했던 것처럼 장애인 경사로가 정문에 떡하니 버티고 선 그 곳은 나에게 로또 당첨을 맞은 것처럼 횡재한 기분이 드는 왕대박! 집. 
 
두 발로 딛고 걸어도 계단은 죽음을 내리는 '사약'이라고 강변을 하고 다니는 내게 그 식당은 최고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별 다섯 개 맛 집 best one!
 
내일이라도 전화해서 일과 가족에 파묻혀 추위와 싸우며 일하느라 호흡곤란을 앓고 있을 나의 오랜 지인에게 옆구리 찔러봐야겠다.

“우리! 스파게티 먹으러 가자아! 내가 쏠게!!”

 

강윤미 그녀는...
 
   
▲ 강윤미 객원필진
강윤미 님은 현재 제주대학교 국어국문학과 1학년에 다니고 있습니다. 전동휠체어를 타고 힘겹게 강의실을 오가는, 항상 밝은 얼굴을 하고 있는 강윤미 님의 모습은 아랏벌을 훈훈하게 해 줍니다.

그 의 나이, 이제 마흔이 갓 넘어가고 있습니다. 늦깍이로 대학에 입문해 국문학에 남다른 애정을 보이는 분입니다. 휠체어에 의존해야 하는 어려움이 항상 직면해 있지만, 그는 365일 하루하루를 매우 의미있고 소중하게 만들어가고 있습니다.<편집자 주>

*이 글의 1차적 저작권은 강윤미 객원필진에게 있습니다.

<헤드라인제주> 

<강윤미 객원필진/ 저작권자 ⓒ 헤드라인제주 무단전재및 재배포 금지>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0
0 / 40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