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4.3행불인 유족 "몇 달 뒤 온다던 오빠, 70년째 안와" 눈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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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4.3행불인 유족 "몇 달 뒤 온다던 오빠, 70년째 안와" 눈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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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지법, 4.3행불인 유족 재심 청구 두 번째 심리

4.3 당시 행해졌던 불법 군사재판 등으로 행방불명된 수형인들의 유족들이 청구한 재심청구소송의 두 번째 심리에서 증인으로 출석한 유족이 몇 달 뒤 돌아온다던 오빠가 70년째 돌아오지 않는다며 한을 풀어달라고 재판부에 호소했다.

제주지방법원 제2형사부(재판장 장찬수)는 19일 오전 10시 법원 201호 법정에서 4.3행방불명 수형인들의 유족 40명이 제기한 재심청구소송 심리를 진행했다.

이날 심리에는 피고인들을 대신해 형제 등 재심 청구인 유족 17명이 출석했다.

증인으로 출석한 故 문기호씨(1925년생)의 여동생 문정어(85) 할머니는 법정에서 울분을 토해내며 재판부에 억울함을 풀어달라고 호소했다.

문 할머니는 "4.3 당시 13살이었고 애월 고성리에 살고 있었는데, 신엄국민학교 교사였던 오빠가 토요일에 퇴근하러 집에 오는 길에 경찰들에게 잡혀갔다는 얘기를 마을 아주머니 두 분에게 듣고 한달 쯤 지나 수소문해서 오빠가 있는 관덕정 부근 경찰서에 면회를 갔다"며 "오빠는 그때 '어머니 말만 잘 들으면 금방 몇달 안되서 나가니까 그때 놀자'고 말했다"며 울음을 터뜨렸다.

이어 "그 후 면회도 안되서 몇 번 오빠를 못봤다"면서 "오빠가 잡혀간 이후 고성리 마을 동네 전체가 토벌대에 의해 불에 타는 걸 봤다. 이후에는 제주시내에 있는 외가에 와서 살았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문 할머니는 "어머니와 나중에 면회를 가니 오빠가 '목포에 가서 6개월 정도 살고 다시 돌아올 거다'라고 말했다"면서 "다시 찾아 가니 오빠가 수감돼 있던 곳의 문은 열려 있었고, 경찰들이 트럭 여러 대에 검은색으로 된 걸로 눈을 가리고 7~8명씩 태우는 걸 봤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당시 오빠는 못봤는데 공항 쪽으로 트럭이 간다는 얘기를 듣고 공항 근처로 가다가 경찰의 제지를 받았고, 거기에 도착하니 총소리가 났다"며 "그 이후 오빠의 행방을 모르고, 군법회의에서 사형을 받은 걸 유족회를 통해 들었다"며 눈물을 흘렸다.

이어 "오빠의 유골은 유해발굴 작업을 통해 공항 부근에서 수습해 현재 4.3평화공원에 안치했다"며 "당시 젊은 나이의 결혼도 못한 오빠가 무슨 죄로 처형을 당했는지 밝혀달라. 너무 억울하고 속이 아프고 한이 맺힌다"며 재판부에 억울함을 호소했다.

문 할머니가 울분을 터뜨리자 법정에는 고요함만 흘렀다.

이어 증인석에 선 고 김여순씨(1932년생)의 남동생 김여권(80) 할아버지는 "당시 신평마을에 살다가 중산간 마을에서 내려가라는 소개령을 받고 모슬포 쪽으로 피난을 갔는데 작은 형님(고 김여순씨)은 신평마을에 남아있었다"며 "모슬포에 피난을 온 후 신평마을이 토벌대에 의해 불에 타는 걸 봤고, 모슬포까지 연기가 가득했다"고 통곡했다.

김 할아버지는 "이후 부모님이 신평마을에 옹기를 가지러 다시 올라갔다가 옹기굴에 숨어 있던 작은 형님을 만났고, 자수령이 내려져서 부모님이 1949년 봄 경찰에 자수시켰다"며 "이후 경찰서에서는 작은 형님을 직접 만난 적은 없고, 형님이 경찰서 분뇨를 퍼나르러 밖에 나온다는 소식을 듣고 석 달에 한 번, 총 세 번 정도 면회를 했다"고 말했다.

이어 "그 이후 소식이 끊겼고, 부모님이 알아봐도 찾을 수 없었다"며 "우리 작은 형님도 유해발굴 작업 중 공항 부근에서 유골을 수습해 4.3평화공원에 모셨다"며 "작은 형님의 명예라도 회복해주셨으면 한다"고 재판부에 호소했다.

재판부는 행방불명 수형인 유족들의 증언을 녹화한 진술 자료와 검찰의 의견서 등을 종합해 재심 개시 여부에 대해 결정을 내리겠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전체 피고인이 340여명에 달하는 만큼 피고인 수를 나눠 순차적으로 재판을 진행하고 있다.

재심 개시 여부는 4.3진상조사 보고서와 수형인명부, 재심청구인의 진술 등을 토대로 결정하게 된다. <헤드라인제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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