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월대천에 흐르던 용천수, 왜 갑자기 사라졌나?
상태바
제주 월대천에 흐르던 용천수, 왜 갑자기 사라졌나?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주민들 "끊임없이 흐르던 물, 바닥 드러내고 서식어종 사라져"
"암벽 공사, 정수장 취수 등 이유"...道 "용역결과 강수량 때문 판단"
월대천의 전과 후 모습. 사진 위는 수량이 풍부하던 때의 모습, 사진 아래는 최근 바닥을 드러낸 모습이다.ⓒ헤드라인제주
월대천의 전과 후 모습. 사진 위는 수량이 풍부하던 때의 모습, 사진 아래는 최근 바닥을 드러낸 모습이다. ⓒ헤드라인제주

오랜 세월 물이 마르지 않고 다양한 어종이 서식했던 제주시 외도동 월대천에서 최근 물 흐름이 끊기고 바닥을 드러내면서 그 이유를 두고 논란이 커지고 있다.

주민들은 최근 이뤄진 주변 개발 및 인근 정수장의 취수 때문에 월대천 상류 지점에 있는 용천수가 말라버렸기 때문이라고 주장하며 행정당국의 대책 마련을 촉구하고 나섰다.

25일 외도동 주민자치위원회(위원장 김형진)를 비롯한 자생단체 등에 따르면, 아무리 가물어도 물이 흘렀던 월대천이 최근 바닥을 보이며 건천으로 되어가는 조짐을 보이고 있다.  월대천 상류에 있는 용천수 ‘나라소’는 바닥이 드러나고 수량은 급격히 줄어들면서 급기야  바닥이 훤히 드러난 상태로 변했다.
 
이곳에 서식하고 있던 은어, 장어, 각종 어류들도 사라져가고, 개발 붐 속에서 하천 주변 생태계는 점차 파괴되고 있다.

주민들은 "그나마 소규모로 무리지어 서식하던 은어와 장어들도 최근 오수펌프장에서 넘친 물이 유입되면서 모두 폐사했고, 이로인해 악취가 진동하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주민들은 용천수 마름 현상의 원인을 인근 장애인스포츠센터 공사와 주변 정수장의 취수량을 들었다.

주민들은 "장애인스포츠센터는 시공 당시 터파기 공사 중 현장에서 지하수가 대량 용출되어 공사가 중단되는 상황에 이르자 하루에 4500톤의 용천수를 강제로 펌핑하였다"고 주장했다.

이어 "당시 외도동 주민자치위원회에서는 제주도 상하수도본부에서는 현장을 방문해 용출되고 있는 지하수에 대한 장애인스포츠센터 준공 후 처리대책 및 이용대책을 논의한 바 있다"면서 "그때는 상하수도본부에서 펌핑이나 자연유하 등의 활용대책을 마련하겠다고 약속했는데, 이후 당초 약속과 달랐다"고 지적했다.

주민들은 "제주도는 당초 언급한 약속과는 달리 지하수가 용출되는 암벽에 차수벽(콘크리트)을 설치하고 지하구조물을 완공했을 뿐만 아니라, 차수벽을 철거도 하지 않은 채 토사로 되메우기를 하는 조치로 관련 공사를 마무리하면서 문제가 다시 발생하게 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월대천 상류에 있는 상수원에서의 과도한 취수량 문제도 지적했다.

주민들은 월대천의 생태 보호를 위해 월대천 상류 상수원 취수를 1만톤에서 5000톤으로 줄여줄 것을 요구하는 한편, 장기적으로는 외도상수원 취수장의 폐쇄를 요구하고 있다.  

주민들은 "최근 상류 상수원 취수량을 80%로 줄이고 20%는 월대천으로 방류하고 있으나, 역부족인 실정"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제주도에 대책마련을 강력히 촉구했다. 

이에 반해, 제주도상하수도본부에서는 전체적인 환경변화의 원인을 '강수량'으로 꼽았다. 

그 근거로 "외도수원지의 취수량 변화는 주로 지역의 강수량에 많은 영향을 받는 것으로 판단된다"고 적시된 2018년 12월 '월대천 유량감소 조사' 용역 보고서의 내용을 제시했다.

이 보고서에서는 "장애인스포츠센터 공사기간 지하수 용출 및 차수벽 설치에 대한 외도수원지 취수량의 변화 특성에 따르면, 공사로 인한 영향은 부분적으로 미칠 수 있으나 전체적으로 큰 영향은 없는 것으로 판단되다"며 "장애인스포츠센터 관측정의 지하수위 변화특성은 강수량 증가에 따라 지속적으로 상승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월대천의 유량감소 원인은 외도수원지의 취수량 변화, 제주시기상대 강수량, 장애인스포츠센터 공사 관련 자료, 관측정 지하수위 및 용천수 유출량 변화 등을 종합적으로 비교.분석한 결과 여러 가지 요인이 있으나 주요 요인은 강수량의 변화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제주도 상하수도본부 관계자는 25일 <헤드라인제주>와의 전화통화에서 "주민들은 월대천 위쪽에 장애인스포츠센터 지으면서 지하에 차수막을 형성하면서, 용천수가 안 나온다고 한다. 센터 건물을 지은 후부터 외도수원지 물이 감소했으니 대책을 내놓으라고 하고 있다"며 "이 부분에 대해 검토 중이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월대천 취수량은 원래 일 1만4000톤이 허가량인데, 웬만하면 상황을 보면서 최소한의 물량이라도 월대천에 흐를 수 있도록 조절하고 있다"면서 "최근 태풍 오고 해서 준설을 했는데, 주민들 이야기를 들어보면 스포츠센터 바로 앞에 외도천 상류에 용천수가 나오는 지점이 있는데, 과거에는 물이 풍부했는데 그곳이 아예 말라버렸다고 한다"고 말했다.

이어 "주민들이 요구하는 정수장 폐쇄는 불가능하다"면서 "지역별로 급수량이 있는데, 외도천을 폐쇄할 경우 급수량을 맞출 수 없다. 그러면 단수 등 물이 모자라게 되어 불가피하게 계속 활용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물은 계속 공급해야 하는 상황인 만큼, 최선으로 상황을 보면서 (외도정수장의 취수량을) 조절하려고 하고 있다"고 말했다.

장애인스포츠센터 시설공사 관련 부서 관계자는 공사 때문에 용천수 마름 현상이 발생했다는 지적에 대해 "월대천이 마르는 것에 대한 원인분석 용역을 세군데서 시행했다"며 "강수량에 따라 마른 것이지, 공사로 인한 것은 아니라는 용역 결과가 나왔으나, 지역주민들에게 설명은 드렸는데, 믿지 않으셨다"고 말했다. 

한편, 외도동 주민자치위원회와 자생단체, 각 마을회 대표 등은 오는 28일 오전 10시 제주도의회 정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월대천의 용천수 마름 현상과 관련한 문제에 대해 입장을 밝힐 예정이다. 주민들은 제주도가 책임있는 조치를 내놓지 않는다면 강력히 반발하며 집단행동을 불사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헤드라인제주> 

월대천에서 이뤄지고 있는 공사 모습.
월대천에서 이뤄지고 있는 공사 모습.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2
0 / 40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개발개발개발 2020-09-25 20:44:08 | 39.***.***.100
개발부작용이 바로 이런 거임. 제주가 점점 썪어가고 있는걸 아직도 모르겠는가

2020-09-25 23:19:36 | 39.***.***.16
강수량때문은 절대 아닙니다. 작년과 올해 그리 적지 않은 강수량이 있었습니다. 올해만 해도 최장 장마기간에 태풍으로 한번에 1000mm까지 내렸는데 말이 안됩니다.
제주도는 수맥이 거미줄처럼 연결되어 있어서 어느 한곳이 충격을 받으면 지하수 전체에 영향을 미친다고 봐야합니다. 매우 심각한 문제인데 강수량 핑계만 대다니 한심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