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액예산 사업 보조금 심의 의무화, '과잉' 결론...누가 웃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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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액예산 사업 보조금 심의 의무화, '과잉' 결론...누가 웃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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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위 "예산의결사업 보조금심의 반드시 필요한 것 아니다" 결론
"이미 예산안 동의했으면서...", 도지사 '동의권' 행사 강화로 이어지나

제주특별자치도가 도의회 예산안 계수조정 과정에서 새롭게 증액 편성된 사업에 대해 모두 지방보조금심의위원회의 심의를 받도록 후속조치를 한 행정행위는 적절하지 않았다는 유권해석 및 감사결과가 나와 주목된다. 

예산안 최종 심의.의결 과정에서 증액 예산항목에 대한 도지사의 '동의'가 있었으므로 별도의 보조금 심의절차를 의무화 한 것은 사실상 '과잉'이라는 해석이다.  

제주도감사위원회는 제주도의회 행정자치위원회가 청구한 '의회 예산심사시 신규(증액) 편성사업 보조금 심의 적정성' 조사를 실시한 결과, 의무적 보조금 심의는 적절하지 않다는 행정안전부의 유권해석을 바탕으로 보조금 조례의 관련 조항을 개선해 운영할 것 등을 통보 조치했다고 23일 밝혔다.

이번 보조금 심의 적정성 논쟁은 제주도가 도의회 계수조정에서 신규로 증액 편성된 사업에 대해 일률적으로 보조금심의위원회 심의를 거쳐 예산 규모를 조정하도록 하는 것은 부당하다는 도의회의 문제제기에서 시작됐다.

제주도는 예산안 편성단계에서 반영된 사업비의 경우 사전에 사업검토 및 예산 적정성 검토가 이뤄진 반면, 도의회 계수조정에서 증액된 사업비는 이러한 절차가 이뤄지지 않았으므로 보조금 심의를 받아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해 왔다.

제주도는 행정시 및 전 부서에 시달한 공문을 통해 △예산편성 전 심의위원회에서 부결 또는 수정 감액된 사업은 의회에서 신규 또는 증액되더라도 김의를 받을 것 △의회에서 신규로 편성된 사업은 물론 증액된 사업의 경우 당초 공모절차 제외사업으로 요구한 사업이라도 신규 사업에 해당되므로 공모절차 후 심의를 받을 것 등을 제시했다.

반면, 도의회는 비록 사전 검토는 이뤄지지 않았지만, 예산안 의결 과정에서 도지사가 증액 예산에 대해 '동의'를 했기 때문에 심의를 추가적으로 거치도록 한 것은 위법하고 부적정한 행위라고 주장했다.

도의회의 주장 근거는 현행 제주도 지방보조금 조례 제7조(위원회 기능)를 들고 있다.

이 조항에서는 "다만 예산안이 제주도의회에 제출된 이후 예산이 신규 또는 증감되어 도지사가 동의한 사업들은 심의를 거친 것으로 본다"고 명시돼 있다. 즉, 계수조정 과정에서 새롭게 만들어진 신규 사업 항목의 예산들도 도지사가 동의했기 때문에 심의를 거친 것으로 본다는 것이다.

이러한 가운데, 제주도의 질의(5월 13일) 행정안전부의 첫 유권회신(8월 4일)의 내용은 "심의가 반드시 필요한 것은 아니다"로 제시됐다. 

행안부는 그 이유로 "지방자치단체장은 위원회의 심의결과를 최대한 존중해 적절한 조치를 해야 하나 반드시 그 결과에 구속되는 것은 아니다"면서 "또한 의회에서 증액 요구한 사항에 대한 지방자치단체장의 동의과정에서 시간적 여유가 없는 등 물리적으로 위원회 심의를 거치는 것은 한계가 있다"는 점을 적시했다.

이는 도의회에서 신규 증액예산을 편성하고 도지사가 의회 본회의에서 '동의' 여부를 밝히기 전에 보조금심의위 심의를 반드시 받아야 하는냐에 따른 판단이다. 
 
행안부 국민신문고 답변에서는 "지방의회의 예산안 심의과정에서 지출예산 각 항의 금액 증액이나 새로운 비용항목 설치에 대한 자치단체장의 동의는 심의.의결 과정으로 위원회의 심의가 반드시 필요한 것은 아닐 것"이라고 전제하면서도, "지방보조금의 적정한 예산편성 등을 위해 사전에 위원회 심의를 거치도록 한 취지를 고려하면 자치단체장은 그 동의에 있어 위원회의 심의결과 및 그 취지 등을 충분히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답했다.

이 답변에서는 '심의를 거치지 않았다 하여 지방재정법에 위배되는 것은 아니다'라는 부연이 덧붙여졌는데, 결론은 심의는 의무적이지 않으나 도지사는 증액예산에 대한 동의를 하기 앞서 위원회 심의결과를 충분히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즉, 모든 증액사업에 대해 심의를 해야 하는 것은 아니나, 증액예산 동의를 함에 앞서 심의 결과나 취지 등을 반영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유권해석 내용을 토대로 감사위는 제주도에 주의 및 통보 처분을 했다. 주의 처분은 제주도가 지난해 행정시 및 각 부서에 공문을 보내면서 증액예산에 대해 보조금 심의를 반드시 받도록 강제하면서 언급했던 내용 부분이다.

감사위는 또 제주도가 2019년 8월 통합지침을 개정하면서 개정 내용에 공모절차 심의 제외대상을 e-호조(예산시스템)로 예산편성 요구단계에서부터 타당성이 인정된 사업으로 제약하는 내용에 '도의회에서 신규 또는 증액된 사업은 심의를 받아야 한다'고 명시한 것은 통합지침 개정 취지와 다르게 확대 해석한 것으로 판단했다.

반면, 이번 논란의 발단 근거가 된 지방보조금 조례 제7조에 대해서는 문제가 있는 것으로 지적했다.

감사위는 "법령에서 정하는 사항을 조례에서 도의회 신규 증액사업이 도지사가 동의한 경우 심의를 거친 것으로 보도록 의제하는 것은 논란이 있다"면서 "행안부의 국민신문고 답변내용에서도 이 단서조항은 아무런 효력이 없는 것으로 보고 있으므로 도의회와 협의해 삭제가 필요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즉, 이 제7조를 삭제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감사위는 이어 행안부 유권해석 회신내용 및 국민신문고 답변내용에 따라 명확한 심의기준 마련 등 지방재정법령의 범위 내에서 운영취지에 맞게 합리적으로 개선해 운영하는 방안을 마련할 것을 요구했다. 

이번 감사결과는 증액예산 사업에 대한 보조금 심의 절차를 의무화한 제주도의 행정행위가 '과잉'이었음을 확인받았다는 점에서 도의회 논리에 힘을 실어주는 결론으로 볼 수 있다. 

그럼에도 감사 결과에서 나타난 일련의 내용적 흐름, 도지사의 '동의' 권한에 방점을 두고 있는 점이 주목된다. 

집행기관의 입장에서 보면, 앞으로 예산안 의결 후에는 증액예산에 대한 별도의 보조금 심의를 강제할 수 없게 된 만큼, 최후의 보루는 도지사의 증액예산 항목 '동의' 권한만 남게 된 셈이다.

이번 감사위 처분을 기점으로 앞으로 도지사의 '동의' 권한 행사가 더욱 강화되고 신중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도의회가 보조금 심의 적법성 논쟁에서 논리적 타당성을 확인받고도 마냥 웃을 수 없는 이유이다. <헤드라인제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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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명하게 2020-09-24 10:17:36 | 211.***.***.8
보조금 심의 결과 부결된 사업이나 감액된 사업도 공개하고,
의회에서 신규 또는 증액된 보조금도 공개 의무화 하면 어떨지요..

지나가다 2020-09-24 00:01:32 | 119.***.***.219
도의회는 결국 잠자는 사자 코털 건드린 셈이다. 그동안 유야무야 넘어가던 증액 사업들도 결국 깐깐히 들여다 보게 될 것이고, 그럼 누가 손해보는걸까? 도의회가 잠깐은 기분 좋을지 모르겠지면, 내년 예산 심의받을때, 도의회가 증액한 내용들 부동의하면 결국 웃는건 도청이다.

공감 2020-09-23 19:00:05 | 110.***.***.57
보조금 심의 반드시 거칠 필요 없다고 한 것이지 심의 해서는 안된다는 것이 아니다
도의회 승소 판결같은 차원아니다 도의회 착각하지 마시길

도민 2020-09-23 18:23:58 | 118.***.***.144
오늘 상임위에서 증액 편성된 보조금심의 관련 보조금심의위원회 심의를 받도록 한것은 의회의 심의의결 권한을 침해한것으로 잘못됐다며 사과하라고 하던데 결국 그러면 보조금 증액은 동의가 어려워져서 샴페인을 너무 일찍 터트리는게 아닌가 생각되던데 냉철하게 기사를 쓰셨네요~ 결국 도청 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