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세계유산축전', 제주형 뉴노멀 문화관광 시대 포문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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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 세계유산축전', 제주형 뉴노멀 문화관광 시대 포문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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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화산섬과 용암동굴' 주제 17일간 개최...10여개 프로그램 진행
청정·치유·안전 욕구 높아진 관광객...자연유산 활용전략 '호응'

21일 대단원의 막을 내린 '2020 세계유산축전-제주 화산섬과 용암동굴'는 새로운 기준과 표준인 제주형 뉴노멀(New normal, 새로운 가치)의 문화관광 패러다임의 포문을 열었다는데 의미가 크게 다가오고 있다.

2020 세계유산축전은 코로나19 여파로 여러 우려들이 있었지만, 17일간 여정을 무사히 마쳤다. 코로나 일상시대 한 뼘의 ‘숨’ 같던 '제주 화산섬과 용암동굴'은 뉴노멀 시대가 요구하는 문화관광의 첫 선을 보였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 뉴노멀 시대 문화관광 전략, '경제 논리에서 웰니스 중심으로'

미증유의 코로나19 사태는 경세.사회.문화 전반을 흔들었고, 대규모 현장관람을 바탕으로 하는 문화관광산업은 위축될 수밖에 없었다. 코로나19 장기화로 대규모 관람 중심의 행사와 공연들이 잇달아 취소되면서 관련 종사자들은 경제적 어려움 뿐 아니라 미래까지 담보할 수 없게 됐다. 

'코로나 일상시대'는 효율과 비용 절감을 우선하는 물질만능 사회를 의심하기 시작했다. '생존 불가능성'이 높아지자 문화관광계도 '관광객 유치'라는 경제적 관점을 폐기하고 '청정.안전.치유'와 같은 생태적 관점으로 인식전환이 일어나는 추세다. 따라서 관광이 핵심 산업인 지방자치단체들은 포스트코로나 문화관광 대책 마련에 바쁘다. 

차별화된 지역형 웰니스 관광 전략은 지자체의 생존과 직결돼 있다. 웰니스는 웰빙(well-being)과 행복(happiness) 건강(fitness)의 합성어로 신체와 정신은 물론 사회적으로 건강한 상태를 의미한다.

◇ 웰니스 관광 전략 제주에서 출구 찾기, '청정 그리고 배움'

제주관광협회에 따르면 코로나19로 인해 제주관광 직접피해액이 올 5월 기준 1조5000억원. 이대로라면 올해만 3조원의 피해가 발생한다. 제주도 역시 '제주형 뉴노멀 관광활성화' 전략이 요구되는 상황이다.

제주도는 자연원형이 그대로 남아 있는 국내 몇 안 되는 지역이다. 2002년 생물권보전지역 지정, 2007년 세계자연유산 지정, 2010년 세계지질공원 인증을 통해 유네스코 3관왕을 차지했을 정도다. 자연의 보고 세계의 보물섬이라 불리는 이유다. 지난 주말 기념식에 참석한 정재숙 문화재청장은 "섬 전체를 문화재로 지정하고 싶을 정도"라고 극찬했다.  

‘2020 세계유산축전-제주 화산섬과 용암동굴’은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을 활용한 국내 첫 행사다. 문화유산을 활용한 사례는 많지만, 자연유산을 활용한 사례는 처음이고, 해외에서도 세계자연유산을 활용해 이렇게 대규모의 행사를 진행한 사례는 극히 드물다. 

사회·물리적 거리두기 강화 조치로 축전의 참여 규모는 대폭 축소했지만, 프로그램별 참가 인원 제한은 오히려 자연유산 보호 장치 역할을 했다. 제주 화산섬과 용암동굴은 크게 △가치향유 △가치확산 두가지 테마로 나눠 세계자연유산의 가치를 보고, 느끼고, 배울 수 있는 10여 개의 핵심프로그램으로 구성했다. 

131 대 1 경쟁률을 뚫고 전국에서 모인 6명의 '만장굴 전 구간 탐험대'는 "축전 프로그램을 통해 제주의 세계자연유산의 위대함을 알게 됐다"며 "청정 제주의 보전 가치를 널리 알리고 싶다"고 입을 모으기도 했다. 축전을 통해 환경보전을 위한 실천적 삶을 결심한 것이다. 

탐사 프로그램의 인원을 소수로 제한한 까닭은 코로나19 방역 목적도 있으나 세계자연유산 보호 목적도 크다. 뉴노멀 시대 웰니스 관광 전략은 자연환경·고유문화·역사유적을 보전하고 관찰과 학습이 이뤄지는 생태관광 형식이어야 한다. '거문오름용암동굴계'를 걷는 '불의 숨길' 프로그램이 대표적인 예다. 

서명숙 제주올레 이사장은 축전이 개발한 '불의 숨길'을 두고 "올레길이 힐링길이라면 용암길은 사색길"이라며 우주 근본에 대해 생각하게 만든다고 했다. 침체된 제주관광산업의 출구를 마련했다는 평이 나오는 이유다. 

◇  웰니스 관광 전략 제주에서 출구 찾기, '치유'

물은 고이면 썩고, 흐르면 맑아진다. 삶도 마찬가지다. 정체되면 우울하고 흐르면 건강하다. 

코로나19로 격리된 일상이 병들고 있다. 고려대 KU마음건강연구소는 코로나 재확산으로 한국인 10명 중 4명이 우울감을 느낀다는 연구결과를 최근 발표했다. 현실은 답답하고 미래는 암담하니 절반에 가까운 국민이 '코로나 블루' 상태. 이 우울과 무력에 맞서 마음을 지킬 사회적 대책이 시급한 상황이다. 여러 염려 가운데서 축전 개최를 강행한 이유도 여기 있다.

강승부 세계유산축전 사무국장은 "네덜란드 문화사학자 J.하위징아(1872∼1945)는 인간의 본질을 놀이하는 것으로 보고 호모루덴스(놀이하는 인간)라 정의했다"면서 "문화관광은 놀이의 한 형태다. 코로나19 사태로 본성과 멀어지니 다들 우울과 무기력이 커진 것 같다. 언택트 사회도 문화관광은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다만 경제논리가 아닌 청정·치유·안전을 중심의 전혀 다른 문화관광 전략을 제시해야 한다. 그게 국민 안전을 지키는 길이다. 제주에서 열린 세계유산축전이 시발점이라고 본다"고 덧붙였다. 

정재숙 문화재청장도 "세계유산축전이 코로나일상시대를 사는 국민들의 작은 숨통 역할이 되길 바란다"고 전했다.

◇ 웰니스 관광 전략 제주에서 출구 찾기 '안전'
 
광화문 집회로 코로나19가 확산되면서 사회적·물리적 거리두기가 전국적으로 강화됐다. 지자체별로 사회적 거리두기 조치를 2~3단계로 올려 방역 태세를 강화했다. 상대적으로 확진자가 적었던 제주도 역시 광화문 집회 이후 급증하자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를 시행했다. 

그러나 여행 욕구가 줄어든 아니다. 다만 '관광' 중심에서 '안전'으로 선호도가 이동했다. 인구과밀지역의 코로나 감염 위험성이 높아지면서 안전 욕구가 여행에 반영된 결과다. 

제주관광공사 산하 연구조사센터가 지난 6월 진행한 '향후 제주여행 계획'을 조사한 결과 응답자들은 제주 관광명소보다 산·오름·올레길 탐방을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설문은 제주도 거주자를 제외한 전국 1000명을 대상으로 5일부터 8일까지 나흘간 진행했다. 

트래킹 중심 여행은 '제주올레길' 개발 이후 제주 관광의 특징이다. 이번 축전 또한 공연이나 전시 같은 관람 프로그램을 제외하면 트래킹 중심으로 짜여졌다. 세계자연유산인 용암동굴을 걸으며 제주 자연자원 뿐 아니라 문화자원까지 체험할 수 있도록 구성한 것이다. 

문화재 향유 방식도 달라진 양태다. 정재숙 청장은 "코로나 이후 궁을 찾은 관광객은 줄었지만, 능을 찾는 관광객은 상당수 늘었다"고 했다. 시민의 안전욕구가 높아지면서 실내보다 자연을 찾는 사람들이 많아졌다는 의미다. 6500여명이라는 적지 않은 수가 이번 축전을 찾았다는 건 무대가 자연이었기에 가능한 수치다. 

지난해 12월 축전 유치 프리젠테이션부터, 세계유산축전의 각종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총지휘한 김태욱 총감독은 "말없는 자연만큼 큰 위로가 없다"며 "제주의 시원과 생활 양식까지 볼 수 있는 '불의 숨길', 성산일출봉과 해안을 배경으로 펼친 실경(實景)공연 등 세계자연유산을 활용한 이번 축전은 뉴노멀시대 제주형 문화관광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공한 것으로 평가한다"고 밝혔다.

이어 "이번 축전은 코로나일상시대가 추구해야 할 가치를 되새기게 했으며, 이제껏 시도되지 않았던 여러 프로그램들이 꼭 세계유산축전이 아니더라도, 언젠가 제주에서 자체적으로 이어나가고 만들어 가길 바란다"고 말했다. 

특히 평창문화올림픽 총감독을 맡았던 김태욱 감독이 직접 연출한 실경공연은 실제의 경치나 광경을 배경으로 연출하는 공연 기법으로, 야간관광콘텐츠의 필요성을 매번 이야기하는 제주에 좋은 예시를 선보였으며, 선도적인 시도이자, 좋은 결과를 선보인 것으로 평가된다.

한편, '제주 화산섬과 용암동굴'을 주제로 지난 4일 개막해 17일간 열린 이번 축전은 뉴노멀 시대 세계유산을 품은 제주도가 가진 의미를 제고하기 위해 마련됐다. 

제주도는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를 시행함에 따라 집합ᄋ모임 행사가 실내 50인 실외 100인 이상 모일 수 없다. 축전 측은 이보다 강화된 조치로 실내 행사는 모두 취소했다. 공식기념식과 실경공연을 제외한 자연유산 탐방 프로그램의 경우 사전 예약제를 통해 인원수를 6~20명으로 제한했다. 

주최측은 17일간 진행한 '불의 숨길' '숨길 숨례단' '공감' '공생' '특별 탐험대' '아트 프로젝트' '기억의 날' '실경공연' 등 10여 개의 프로그램에 총 6473명이 참가한 것으로 추산됐다고 밝혔다.

'2020 세계유산축전-제주 화산섬과 용암동굴'은 20일 공식적으로 끝났지만, 실경공연 '제주, 자연 그리고 사람'은 21일 오후 7시에 추가로 진행된다. 성산일출봉의 기암절벽, 언덕, 바다를 그대로 살려 무대로 활용한 이 공연은 세계자연유산을 무대로 이제껏 본 적 없는 특별한 경험을 제공해 뜨거운 호응을 받았다.  <헤드라인제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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