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의 맛을 먹는 제주의 음식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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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의 맛을 먹는 제주의 음식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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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돈의 제주농업의 뿌리를 찾아서] (61) 역사속의 제주농업문화

제주인의 식생활은 자연 재해와 척박한 자연 환경을 극복하면서 이루어낸 섬 문화의 결정체이다. 제주의 혹독한 자연환경은 농작물의 재배 방법과 작목에도 크게 영향을 끼쳤고 이로 말미암아 식생활 전반에 영향을 주었다. 하지만 제주도는 사면이 바다로 둘러싸인 섬이다. 해안가에 조간대가 발달하고 해안선이 길기 때문에 또 하나의 밭이 형성된다.

결국 제주 바다는 해녀들의 생업을 위한 삶의 터전인 동시에 생명 유지에 필수불가결한 단백질을 공급해주면서 제주민의 생명을 지켜온 은혜의 밭인 셈이다. 제주인들은 자연 재해에 맞서 이들을 구황 음식으로 그리고 약용으로 적극 사용하는 지혜도 터득하였다. 말하

자면 제주인은 척박한 환경에 도전하고 응전하면서 그리고 자연이 주는 산물의 혜택을 식생활 자원으로 십분 활용하면서 생존을 위한 방편으로 삼았던 것이다.

제주 전통음식의 조리 방법에서의 영양적 특성을 보면 우선 재료의 참맛이 살아 있으면서 저지방식을 유지할 수 있다. 신선한 재료에 양념이나 기름을 사용하지 않아 식품 자체의 풍미를 즐길 수 있다. 육류 요리는 삶거나 끓이는 습열 조리법을 사용하고, 생선도 국, 조림, 구이, 물회 등 기름을 거의 사용하지 않는 방법으로 조리한다. 채소나 해조류를 무칠 때도 참기름이나 나물기름을 조금 칠 정도이다.

또한 된장으로 대부분 무치기 때문에 열량이 추가되는 양이 매우 적다. 따라서 저지방 저열량식으로 체중 조절에 효과적이다. 다음으로 제주의 전통음식은 저염식이라는 것이다. 제주의 국이나 무침은 대부분 된장으로 양념을 한다. 소금이나 진한 간장은 나트륨 함량이 높아 신장에 스트레스를 주고 고혈압의 원인이 된다. 그러나 된장은 이에 비해 염분 함량이 훨씬 적고 구수한 맛이 있어 짜지 않게 조리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제주 전통 요리는 수용성 필수 영양소의 손실을 최소화 하는 요리이다. 나물을 조리할 때 푹 삶지 않고 살짝 데치므로 열에 약한 비타민 C의 손실을 줄인다. 또한 물에서 조리 시간이 짧기 때문에 수용성 비타민이나 무기질이 용출되어 손실되는 양이 매우 적다. 무침을 할 때는 참기름이나 나물기름을 살짝 첨가해서 무쳐낸다. 나물에 들어 있는 지용성 비타민인 베타카로틴, 비타민 K, 토코페롤 등의 체내 흡수를 도와준다. 뿐만 아니라 소량의 식초를 첨가함으로써 비타민 C가 공기 중에 산화되는 것을 막아 주고 소화관에서 무기질이 잘 빠져 나오도록 도와준다. 넷째, 생식을 많이 한다. 제주인들은 생식을 즐겨 자리도 물회로 만들어 먹고 국도 냉국을 많이 먹는다. 또한 콩잎쌈, 부르쌈(상추), 호박잎쌈, 미역쌈 등등 쌈을 싸서 먹기를 즐겨한다.

제주 전통음식의 식재료 측면에서 특성을 보면 제주 음식의 영양적 지혜는 재료의 상호 보완에 있다. 우선 주식은 잡곡의 혼합물이다. 보리+조, 보리+팥+조, 조+고구마, 보리+채소(무, 쑥 등), 보리+해조류(톳, 감태, 너패) 등 잡곡 끼리의 혼합, 잡곡과 채소의 섞음, 잡곡과 해조류의 섞음을 통해 밥을 지었다. 죽은 곡물과 생선 어패류를 혼합한다. 전복죽, 옥돔죽, 깅이죽, 오분자기죽이 그것이다. 또한 육류도 섞어 닭죽, 말고기죽, 꿩고기죽 등을 만든다. 범벅은 메밀가루에 고구마나 해조를 넣는다. 국도 역시 옥돔무국, 호박갈치국, 성게미역국, 몸국, 고사리육개장, 말고기무국 등 혼합된 재료를 사용한다. 이렇듯, 제주 음식에는 한 가지 재료로만 이루어진 음식이 드물고 여러 가지 식재료가 섞여 있어서 영양적으로 부족한 부분을 보완해 주는 효과를 가지고 있다.

제주 전통음식의 상차림을 보면 단순하나 영양적으로 손색이 없다. 한 가지 중심 음식에 이미 여러 가지 재료가 섞여 있는 것은 앞서 언급한 것과 같다. 밥을 큰 그릇에 퍼서 가운데 두고 반찬과 나물들은 손을 내밀어 잡을 수 있는 식사 작업 범위에 놓으며 국은 개인별로 한 사발씩이다. 밥은 열량 섭취를 위한 것이므로 함께 섭취하고 국은 자기 분량대로 섭취한다.

국은 단백질 급원뿐만 아니라 비타민과 무기질 등 신진대사를 조절하는 영양소 급원으로 역할한다. 또한 여름철에는 냉국을 여러 그릇 먹음으로써 땀으로 손실된 염분과 수분 섭취에 적격이다. 일종의 스포츠 드링크인 셈이다. 함께 먹는 제철 쌈은 생리 활성 물질의 보고이다. 콩잎을 예로 들면, 제니스테인이라는 여성 호르몬 유사 물질이 들어있어 칼슘의 흡수를 도와주고 부족한 여성 호르몬을 보충하는 효과가 있다.

결과적으로 갱년기 여성들에게 흔한 골다공증과 유방암을 예방하는 효능이 있다. 제주 상차림은 생선이 많다. 생선어패류에는 DHA나 EPA와 같은 오메가 3 지방산이 많다. 오메가 3 지방산은 혈액을 맑게 하고 혈관을 청소하는 효과가 있어 심혈관계 질환 예방에 도움이 된다. 결국 제주 밥상은 현대인에게 문제가 되는 3고(고열량, 고지방, 고식염)와 3저(저섬유질, 저필수미량영양소, 저생리활성물질)의 문제점을 해결해주는 웰빙 식단이다.

제주의 낭푼 밥상(왼쪽)과 자리 물회에 쓰이는 재료들.
제주의 낭푼 밥상(왼쪽)과 자리 물회에 쓰이는 재료들.

제주 식문화의 특징을 살펴보면, 첫째 조리법이 단순하고 식품에 가능한 한 인간의 손질을 최소화한다는 점이다. 이는 조리 담당자인 제주 여성이 생업과 가사 노동을 동시에 수행해야만 했으므로 식사 준비에 많은 시간을 할애 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가볍게 끓이는 맑은 국, 냉국이나 물회 또는 쌈 등의 생식이 많은 것은 이러한 연유에서이다.
이는 조리 시에 인간의 손질을 최소화함으로써 식품 고유의 맛과 영양 성분의 손실을 줄이고 체내 이용성을 극대화 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둘째, 분식(가루음식)과 입식(잡곡밥)이 혼재된 통합 식문화권이다. 미식 문화권인 본토는 입식의 쌀밥 문화가 주를 이루나, 제주는 조, 메밀, 콩 등의 잡곡 가루를 이용한 분식 문화권의 성격이 강하다. 범벅, 수제비, 개역, 칼국수, 발효찐빵(상애떡), 잡곡떡, 고구마떡, 메밀가루 국 등은 분식 문화가 발달했음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음식들이다.

셋째, 식재료의 다양성 및 제철 식재료의 적극적 이용이다. 제주인들은 만들 요리를 생각해서 식재료를 미리 구입하거나 계획을 세워서 조리하는 경우가 매우 드물고 그때그때 얻을 수 있는 재료를 상황에 맞게 조리해서 먹는다. 이는 제주 지역이 타지역에 비해 연중 따뜻하여 산과 들, 해변과 바다에서 신선한 식재료를 쉽게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넷째, 모두가 다 함께 만들어 나누어 먹는 나눔의 식문화이다. 밥과 국의 상차림은 한식과 정반대이다. 밥은 큰 그릇(낭푼)을 상 가운데 두고 국그릇은 제 각각 따로 먹었다. 언제 누가 식사에 와도 국 한 그릇만 준비하면 함께 바로 먹을 수 있는 공동식(共同食)의 문화가 저변에 깔려있다. 특히 일상식이 아닌 의례식은 반드시 이웃과 나누어 먹었다. 일상식은 탄수화물 위주의 열량 섭취를 위한 음식이었지만, 의례식은 고기나 생선, 두부 등과 같이 특별한 음식으로 추렴이나 나눔을 통해 단백질 섭취의 공동 기회를 마련하였다.

제주 식문화의 마지막 특징은 조냥정신이다. 제주인의 문화는 노동 문화이며 식생활을 영위하기 위한 거친 환경(태풍, 가뭄, 홍수, 거친 토양)과의 ‘투쟁 문화’였다. 쌀밥과 고기는 주로 큰일이 있을 때나 먹을 수 있었고, 일상식의 주식은 거친 잡곡밥과 범벅 그리고 죽과 고구마였다. 범벅류와 죽류 그리고 국류가 발달한 것은 바로 이 기근을 이기기 위한 방편이었다. 또한 제주에 각종 음식이 다양한 것은 제주에 아열대성 식물이 풍부하고 또한 버리는 것 없이 다 먹는 ‘일물전체식(一物全體食)’을 한다. 재료를 손질할 때도 칼보다는 손으로 작업하는 경우가 많고 가능한 한 폐기율을 줄이는 등 제주 전통음식의 저변에 조냥정신이 있다는 것이다.

제주는 우리나라 최고의 관광지이다. 여행에서 빠질 수 없는 것은 바로 음식이다. 제주의 전통 음식문화를 살려 제주도에서 꼭 먹어야 할 음식의 개발 보존은 제주농업의 가치 창출을 위한 차원에서 중요하다는 생각이다.

제주 전통음식은 저지방식, 저염식, 영양소의 손실을 최소화 하는 생식 등으로 현대인들이 추구하는 식습관과 맞다. 이에 따라 제주 농산물을 활용한 제주 전통 음식 문화에 대한 정체성을 확립하고 계승하기 위한 체계적인 노력이 시급한 상황이다.

※ 참고자료: 한국학중앙연구원, 향토문화전자대전; 김지순(1998), <제주도음식>; 제주특별자치도농업기술원(2007), <제주전통음식>

<이성돈의 제주농업의 뿌리를 찾아서> 코너는?

이성돈 서부농업기술센터 농촌지도사 ⓒ헤드라인제주
이성돈 서부농업기술센터 농촌지도사 ⓒ헤드라인제주

농촌지도사 이성돈의 '제주농업의 뿌리를 찾아서'는 제주농업의 역사를 탐색적으로 고찰하면서 오늘의 제주농업 가치를 찾고자 하는 목적에서 시작되었습니다.

이 기획 연재글은 △'선사시대의 제주의 농업'(10편)  △'역사시대의 제주의 농업'(24편) △'제주농업의 발자취들'(24편) △'제주농업의 푸른 미래'(9편) △'제주농업의 뿌리를 정리하고 나서' 편 순으로 이어질 예정입다.

제주대학교 농생명과학과 석사과정 수료했으며, 1995년 농촌진흥청 제주농업시험장 근무를 시작으로 해, 서귀포농업기술센터, 서부농업기술센터, 제주농업기술센터, 제주농업기술원 등을 두루 거쳤다. <편집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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