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 관광약자 이동권 확보, 아직 갈 길 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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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 관광약자 이동권 확보, 아직 갈 길 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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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 인권이야기] 서동원 / 제주관광약자접근성안내센터
서동원 / 제주관광약자접근성안내센터ⓒ헤드라인제주
서동원 / 제주관광약자접근성안내센터 ⓒ헤드라인제주

모두를 위한 관광의 도시, 제주가 되길 바라며

올해 봄, 접근 가능한 관광지 안내책자를 만들기 위해 제주도 내 숨어있는 관광지들을 직접 발로 뛰어다니며 모니터링을 진행하였다. 노란색 유채꽃이 만발한 제주도의 봄은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아름다웠다.

하지만 올해 초는 코로나19로 인해 관광객의 수가 크게 줄었었고 관광업계도 침체되어 있던 시기였다. 제주 지역사회를 불안하게 하는 코로나19가 하루 빨리 종식되고 관광약자들을 포함한 모든 관광객이 편안하게 제주에 방문하기를 염원하면서 모니터링을 진행하였다. 나로서는 처음 접하는 모니터링이어서 심혈을 기울여 진행했다. 하지만 유채꽃밭의 경우, 우리가 모니터링을 다녀온 지 며칠 뒤, 코로나로 인해 유채꽃밭 자체를 파쇄하는 안타까운 일이 있었다.    
 
 이처럼 코로나19는 제주도 내 관광 산업에 큰 영향을 미치게 되었다. 제주특별자치도관광협회의 관광객 입도 현황을 확인하면 2019년 1월부터 5월까지 외국인을 포함한 누적 관광객 수는 6,028,386명이었지만 2020년 1월부터 5월까지의 관광객 수는 3,669,972명으로 38% 정도 줄었다. 하지만 본격적 여름 휴가시즌이 시작된 7월에 들어서 제주도를 찾는 관광객이 1일 3만명대를 기록하면서 예년 90% 수준을 회복한 것으로 나타났다. 올 여름 해외여행 수요가 제주로 집중되면서 입도하는 관광객의 수가 증가했기 때문이다. 코로나 19 위기상황이 심각단계로 격상된 2월 이후 5개월만이다.

그렇다면 현재 제주는 관광약자들의 이동권을 확보한 환경을 구축해 놓았는가? 아직은 갈길이 멀었다. 모니터링을 하던 중 겪었던 한가지 일화를 소개하고자 한다. 한번은 제주에서 가장 많은 관광객들이 찾는 관광지 중 한곳인 성산일출봉으로 가게 되었다. 독특한 암반으로 유명한 광치기해변에서 모니터링 진행 후 점심시간이 되자 식당이 밀집되어 있는 곳으로 이동하였다. 음식점의 경우 장애인 관광 또는 무장애 관광을 위해 물리적 편의성이 절실하다. 

따라서 휠체어 장애인들이 진입할 수 있도록 출입문에 경사로가 설치되어 있거나 단차가 없는 곳을 찾는다. 하지만 차로 한바퀴를 쭉 돌아봐도 이에 적합한 음식점은 단 한군데도 찾을 수 없었다. 다시 한바퀴를 돌면서 자세히 보기로 했다. 거의 모든 음식점의 출입문에 계단이 있어 휠체어 장애인이 진입하기 힘든 구조로 되어 있었다. 또 다시 한바퀴를 돌고나서야 단차가 있으나 경사로가 설치되어 어렵게나마 진입이 가능한 음식점 한 곳을 찾게 되었다. 음식점을 찾는데 많은 시간을 허비하여 재빨리 음식을 시키고 먹기에 급급했다. 

 어느 정도 배를 채우고 음식점 모니터링을 완료한 이후 복귀하면서 착잡한 마음과 분노가 동시에 일었다. 관광약자는 가고 싶은 음식점을 마음껏 결정할 수도 없고, 먹고 싶은 음식, 그중에서도 맛있는 음식을 선택할 수도 없다. 나의 부모님이, 형제가, 자녀가 장애인이라면 지금과 같은 환경을 그대로 둘 것인가? 비장애인 또한 언제든 장애인이 될 수 있다. 우리 사회는 장애인 90% 이상이 사고와 질병 등 후천적 요인에 의한 장애를 갖고 있다는 통계를 간과해서는 안된다.

음식점에 대한 선택권과 결정권 없이 단순히 접근 가능한 음식점을 찾아서 배만 채워야하는 이 현실에 안타까움과 실망감만 들었다. 이뿐만이 아니다. 음식점 화장실의 진입로가 매우 좁아 휠체어를 이용하는 장애인은 진입이 아예 불가능한 경우, 진입을 위한 유효폭이 보장된다고 하더라도 내부 단차, 대변기 내부 활동공간이 협소하여 실질적인 이용이 매우 불편한 경우, 접근 가능한 테이블, 장애인 주차장, 엘리베이터 등의 편의시설이 설치되어 있지 않은 경우도 많다.
 
음식점 뿐만 아니라 관광지, 숙박시설 등 모든 시설에는 관광약자의 이용을 위한 편의시설을 법적 기준에 맞추어 설치하는 등 편리한 관광을 위한 환경이 제공되어야 한다. 연령과 성별, 국적(언어), 장애의 유무 등, 개인의 능력과 개성의 차이와 관계없이 처음부터 누구에게나 공평한 기회가 주어지도록, 동등한 위치에서 사용할 수 있도록 편리한 환경을 구현해야 한다. 이것이 바로 유니버설 디자인이며 제주는 무장애관광에서 한단계 더 나아가 유니버설 디자인 관광(universal design tourism)으로 전환해야 한다.

관광약자를 위한 안내책자를 발간하거나 관광지, 음식점, 숙박지 등의 정보를 여러 경로를 통해 제공하는 것도 중요하다. 하지만 우선 순위는 당장 관광약자들을 포함한 모든 사람들이 사용할 수 있고 갈 수 있으며 맛있게 먹을 수 있는 환경부터 구축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관광약자의 선택할 권리와 결정할 권리가 침해되지 않아야 한다.  코로나로 인해 지치고 힘든 관광약자의 제주 여행이 실망으로만 가득 차지 않도록 하루빨리 대책을 강구하고 개선해나가는 노력이 필요하다. <서동원 / 제주관광약자접근성안내센터> 

*이 글은 헤드라인제주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장애인 인권 이야기는...

우리 사회는 장애인을 단순한 보호 대상으로만 바라보며 장애인의 문제를 대신 해결해 주려고 하고 있다. 하지만 장애인은 치료받아야 할 환자도, 보호받아야 할 어린이도, 그렇다고 우대받아야할 벼슬도 아니다.

장애인은 장애 그 자체보다도 사회적 편견의 희생자이며, 따라서 장애의 문제는 사회적 환경에서 비롯된다고 할 수 있다.

(사)제주장애인인권포럼의 <장애인인권 이야기>에서는 장애인당사자의 입장에서 바라보는 세상에 대해 새로운 시선으로 다양하게 풀어나가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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