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 언론을 통해 김태엽 서귀포시장에 대한 기사를 접하면서 든 생각. '어, 대단하네. 쉽지 않은 일인데. 박수 받을만 하네.'
김태엽 시장은 원 지사의 정치적 동지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비서실장을 지냈다는 점에서 측근임에는 틀림없다. 그런 점에서 전형적인 낙하산 인사이다. 다만 대한민국의 거의 모든 공직 인사가 측근ㆍ낙하산인걸 보면, 김태엽 시장에 대한 인사를 무조건 낙하산 인사라고 깎아내리는 건, 비판을 위한 비판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다. 이러한 비판 또한 내로남불은 아닐런지.
처음에 원 지사가 음주운전 전력의 김태엽님을 서귀포시장으로 내정하여 청문회 하는 걸 보면서, 임명권자보다 내정자를 은근히 속으로 나무랬다. 원지사가 어떤 보은의 입장에서 서귀포시장직을 맡기려고 하는 지 그 내막은 잘 모르겠지만, 내정자에게 의뢰가 왔을 때 사양하는 게 도리라고 보았기 때문이다.
원 지사의 서귀포시장 임명 강행으로 다시 한 번 청문회 무용론이 여기저기서 오르내렸다. 그럼에도 청문회는 유용하다. 음주운전이든 무엇이든 내정자에 대한 시비와 검증이라는 절차가 갖는 정치적 함의가 크다고 보기 때문이다. 특히 김 시장의 경우를 보더라도 공직을 마감하면서 마지막 봉사로 임한다는 의지를 표할 수 있었던 것은 바로 청문회가 있었기 때문이기에 더욱 그렇다.
김태엽 시장은 인사청문회에서 약속한 대로 급여 전액을 기부하기로 했다. 제주도 사회복지공동모금회를 통해 장애인 복지증진 등에 쓴다고 한다. 공인의 일차적 덕성은 약속을 지키는 것이다. 얼마나 많은 공직자들이 약속을 헌신짝 버리듯 했는지를 생각해 보면, 김 시장 말마따나 '2년간 덤으로 주어진 공직생활'에 대한 기대가 크다.
김 시장의 기부 소식을 접하면서 하나의 제언을 하고 싶다. 우선 급여 기부를 4ㆍ3 전국화라든가 올레관광 활성화보다는 본인이 서귀포시장임을 감안하여, 17개 서귀포시내 읍면동에 최소 한번씩 공적 자금이 여의치 않은 어떤 일에 1000만원씩을 기부하는 건 어떤지 제안해 본다. 대한민국은 선행도 함부로 할 수 없도록 되어 있는지라, 무작정 기부액을 늘리는 것도 선거법 위반에 걸릴지도 모르니, 선관위에 자문은 구해야 할 듯.
어떻든 김 시장이 매달 500만원 정도 마련하고, 50명 내외의 지인들에게 10만원씩 딱 2년만 부탁하면, 산술적으로는 매달 1000만원이 된다. 필자에게도 연락오면 조금이나마 보탤 생각이다. 작든 크든 서로 함께 손잡고 좋은 일을 도모하는 데서 제주의 미래가 있지 않나 하는 생각이다. 십시일반의 위력이 그 대표적이다.
당연히 기부는 강요하는 게 아님을 안다. 그건 자발적이이어야 하며 재미와 보람을 느껴야 할 그 무엇이다. 그럼에도 김 시장이 이왕 기부에 나섰으면 남다른 행보와 더 멋진 실험을 기대해 본다. 괜히 더 부담만 주는 건 아닌지 모르겠지만.
미증유의 코로나19 시대를 맞아 너나할 것이 어려운 이 때, 명예와 봉사의 마음으로 이웃사랑을 솔선수범해 나가는 공직자상은 그 동기가 어떻든 널리 본받을 만한 일일 것이다. 김태엽 시장이 실천하고 있는 바, 봉사는 돈을 받으면서 하는 게 아니라 돈을 쓰면서 하는 것이라는 생각이어서 그렇다. 해서 1~2년 김 시장의 임기 동안 급여 기부를 넘어서는 다양한 실적을 통해 서귀포시를 더 살기좋은 공동체로 만들어 나갔으면 하는 바람을 전하고 싶다. <양길현 제주대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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