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를 제주로, 도의회를 성산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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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길현의 제주 미래담론] (1) 행정수도와 지역균형발전
양길현 제주대 교수 ⓒ헤드라인제주
양길현 제주대 교수 ⓒ헤드라인제주

서울공화국이란 기실 강남의 부동산 불패를 기반으로 하고 있다. 그래서  어디 사느냐 하고 물었을 때, 서울이 아니라 강남이라고 대답하는 사람이야말로 진짜 서울공화국 시민인지 모른다. 평당 1억이나 되는 강남 아파트가 이를 상징한다.

서울은 대한민국의 수도를 넘어 세계적인 코스모폴리탄 도시다. 1,000만 인구에 한강과 북한산, 관악산 등 산수가 잘 갖추어진 살기좋은 터전이다. 교통ㆍ주택ㆍ상하수도ㆍ치안 등 도시기반 시설은 물론이고 교육, 의료, 문화, 비즈니스, 여가 등 삶의 인프라 수준은 대한민국의 경제력을 충분히 그리고 집약적으로 반영하고 있어서 세계 어디에 내놓아도 손색이 없다. 그렇게 서울은 조선왕조 500년을 넘어 대한민국 70년의 흥성을 그대로 담아내고 있어, 가히 대한민국을 서울공화국이라 칭한다 해도 무리가 아닌 듯 싶다.

베트남의 호치민시를 리틀 서울이라 칭할 정도로 대한민국의 수도는 나름 그 위상을 뽐내고 있지만,  정작 서울은 부동산 문제로 홍역을 치르고 있다.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이른바 집값 잡기에 나서는 형국이다. 온갖 분석과 처방이 난무하고 있지만, 만병통치의 해법을 찾기는 쉽지 않아보인다.

세상에 도깨비 방망이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 그래도 무언가를 해야 한다는 강박과 정부정책 만능주의가 엇박자를 내며 문제를 풀기보다 오히려 수렁으로 빠져들고 있다. 그 가운데 그나마 이재명 경기지사의 기본주택론이 가장 참신하고 혁신적인 것같아 보인다. 소득ㆍ재산ㆍ나이 등 지격을 따지지 않고 무주택자라면 누구나 30년 이상 거주할 수 있도록 하는 공공임대주택은 설득력이 있어 보인다.

부동산 문제로 터져나온 백가쟁명식 해법 가운데 하나로 노무현 정부 때 핫이슈였던 행정수도론이 다시 불거져 나왔다. 강남 아파트 가격을 잡겠다고 청와대와 국회 등을 세종시로 옮긴다는 발상이다. 개헌도 불사한다는 게 집권 여권의 각오인지라 일견 흥미진진하기도 하다. 

강남 부동산 문제가 수도이전 문제로 비화되는 걸 보면서,  다시금 대한민국의 많은 문제의 근원이 서울공화국에 있음을 확인하게 된다. 그러면서도 동시에 여권발 행정수도가 완성되면 과연 강남 아파트 가격 문제는 해결될 수 있는지 하는 의구심도 없지 않다.  

서울 부동산 문제의 원인 가운데 하나는 필경 강남이 상징하는  특수성, 즉 특혜와 빈부격차의 상징성에 있을것이다. 해방 이후 70여년에 걸쳐 지속적으로 확대재생산 되면서 심화되어 온 대한민국 사회의 온갖 격차가 가장 응축되어 있는 곳. 그 곳이 바로 세계적인 구매력을 자랑하는 대한민국의 부촌 강남이다. 그래서 거의 모든 국민들이 강남을 부러워하고 거기에 편입되려고 하는 건 자연스러운 것인지도 모르며.  또 그만큼 시새움도 크다. 

대한민국 사회의 점점 더 커져가는 격차를 그대로 두고 행정수도 재편으로 부동산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이다. 그럼에도 이왕 50프로가 넘는 국민들이 행정수도 재편을 찬성하는 계기로, 그 정치적 의도와 관계없이 이번 기회에 행정수도 장기계획을 짜는 일도 정치권에 주어진 과제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다. 이와 관련 행정수도라는 하나의 틀보다는 국회를 지방으로 옮기는 '의회수도'까지 검토하는 건 어떤지 하는 제안을 해 본다. 

의회수도론이란 국회를 서울 여의도에서 지방으로 옮기자는 제안이다. 여기서 국회를 세계평화의 섬 제주로 옮기는 건 어떤가 하고 의견을 내는 건, 필자가 꼭 제주도민이라서만은 아니다. 천혜의 청정관광지  제주에서 만나면 여야 의원들이 조금은 덜 다투지 않을까 하는 소박한 기대도 있다. 그리하여 대한민국에는 공식 수도인 서울특별시.행정수도인 세종특별시 그리고 의회수도인 제주특별자치도가 나란히 분권적으로 지방균형발전을 선도해 나가면 어떤가 하는 생각이다.

국회를 지방으로 옮기는 지방 분권 및 균형 발전 플랜의 연장선 상에서 제주도도 도의회와 도청을 제주시 연동 중심지가 아니라 성산으로 옮기는 건 어떤가 하는 제안을 해 본다.

주지하다시피 성산은 제2공항 건설 여부로 계속 논쟁이 뜨거운 지역인 만큼, 이를 둘러싼 도민 의견 수렴은 거의 쉽지 않다. 그래서 차라리 원점으로 돌아가 성산 제2공항 건설은 다음 세대에게 맡기고,  우리 세대에는 도의회ㆍ도청ㆍ교육청을 성산으로 이전하는 대안으로 제2공항 논쟁을 마무리 했으면 좋겠다. 성산 공항 예정 부지를 세계적 수준의 친환경 성산 특별시로 만들어, 제주도를 제주시ㆍ서귀시ㆍ성산시 등 3개의 특별시 권역으로 나누어 지역 분산 및 균형 발전을 도모해  나가는 장기 비전에 대해 130만 제주도 내외 도민들과 의견을 나누고 싶다. <양길현 / 제주대학교 교수>

*이 글은 헤드라인제주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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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발상 2020-07-27 08:50:17 | 211.***.***.174
제2공항대신 성산특별시를 만들자, 명분은 지역균형발전차원에서...역발상이 짱입니다. 그러나 실현 가능성은 희박할 듯. 제2공항은 단순한 공항이 아닐 것이기 때문이지요.

지역균형 2020-07-27 08:41:54 | 110.***.***.138
도의회를 서귀포도 아니고 왜 하필 성산이죠?

제2공항철회 2020-07-27 14:18:44 | 121.***.***.5
일단 도민투표로 도민의견 수렴해 제주 자연 갈아엎는 제2공항 부터 철회합시다. 그래야 자연이 숨쉬는 제주라는 특색을 갖고 공공기관도 유치하지 않겠어요. 서울같은 콘크리트숲 만들어놓고 뭔 명분으로 오라 마라 그러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