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장, 지방선거때는 영리대학 반대답변...사업추진 중단해야"
JDC "영어도시내 설립 외국대학은 '비영리'로 추진"
제주국제자유도시개발센터(JDC)가 제주도 생태계의 허파인 곶자왈 지대에 제주영어교육도시 2단계 조성사업을 추진하면서 환경파괴 논란에 휩싸인 가운데, 이번에는 2단계 사업부지 내 외국대학을 설립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지면서 시민사회 반발이 확산되고 있다.
JDC는 지난 5월 21일 이사회를 개최해 제주영어교육도시 2단계 조성사업을 위한 실시설계 용역 등의 관련 예산안을 의결하면서 본격적 사업 추진에 나서고 있다. JDC는 89만㎡ 규모의 2단계 사업 부지에 외국대학을 설립하고 국제학교를 추가 유치한다는 계획이다.
가뜩이나 곶자왈을 파괴하는 개발사업이라는 논란 속에 영리적 성격을 띨 수 밖에 없는 외국대학 유치계획까지 포함되면서 논란은 더욱 커지고 있다.
이에 전교조까지 직접 나서 이 사업을 강력 비판하고 나섰다.
전교조 제주지부와 제주주민자치연대는 22일 공동 입장을 발표하고 "JDC는 제주영어교육도시 2단계 사업 예정지에 영리대학 설립 및 국제학교 추가 유치계획을 철회하라"고 촉구했다.
이들 단체는 이번 영리대학 추진은 JDC 문대림 이사장이 지난 2018년 제주도지사 선거 선거에 출마할 당시 밝혔던 입장과 배치되는 것임을 강조했다.
이들 단체가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당시 전교조 제주지부가 도지사 후보들에게 교육현안으로 '영어교육도시 내 영리대학 설립'에 대한 입장을 질의했을 때, 문 이사장은 "영리대학 설립을 중단해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문 이사장은 답변서에 영리병원 중단 이유로 "영리대학이 설립될 경우 오히려 교육의 질이 낮아지고 학생들의 피해가 우려된다. 영리대학이 들어온다면 왜곡된 입시경쟁 하에서 초중등교육은 심각한 영향을 받을 수 있다"고 기술했다.
이처럼 2년 전 '반대' 입장을 견지하다가 이번에 '추진'으로 선회하면서 진실성 논란으로 이어질 전망이다.
이들 단체는 "문 이사장은 도지사 후보 당시 밝힌 것처럼 영어교육도시 2단계 사업으로 추진 중인 외국대학 설립과 국제학교 추가 유치 계획을 철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 "영어교육도시 국제학교, 귀족학교로 전락...특권교육 '공정의 문제'"
이어 "지금 영어교육도시 내 4개의 국제학교는 연간 학비가 5천만원을 넘어서면서 부유한 집 자녀가 아니면 다닐 수 없는 귀족학교로 전락했다"면서 "비싼 학비 탓에 국제학교 학생들은 대부분 서울 강남3구 출신으로, 4개 국제학교의 학생 충원율도 평균 70%대에 그치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이런 연유로 JDC가 국제학교운영법인을 설립해 국제학교 3곳을 관리하고 있으나 누적 부채액이 6000억원대에 이를 정도로 만성적인 부채에 시달리고 있는 실정"이라며 "계속되는 적자로 자본잠식률은 400%에 육박하지만 외국 본교에는 꼬박꼬박 로열티를 지급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들 단체는 "이런 상황에서 JDC는 영어교육도시 2단계 사업으로 3개의 국제학교를 추가 유치하고 국제대학까지 유치하려 하고 있다"며 "해외유학 수요 감소와 저출산 등의 영향으로 현재 운영 중인 국제학교 학생 정원도 채우지 못하는 상황에서 또 다시 국제학교 설립을 추진하는 것은 쉽게 납득하기 어렵다"고 비판했다.
이어 "국제학교는 교육 불평등의 대표적 상징으로 자리잡은 지 오래다"며 규모의 경제력에 따른 교육 불평등과 교육 격차를 더욱 심화시키고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는데, 국제대학도 마찬가지로 부모의 경제력이 뒷받침되는 학생들만 갈 수 있는 대학이 되고, 도내 수많은 학생들에게는 그림의 떡인 학교가 될 것이며 교육의 양극화 현상을 더욱 부추기는 꼴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들 단체는 "지금 우리 사회의 화두 중 하나가 공정의 문제이다"며 "제주영어교육도시 국제학교와 영리대학은 이런 특권 학교 교육을 통해 부의 대물림이 이뤄진다는 점에서 다시 한 번 공정에 대해 묻지 않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또 "JDC는 교육을 교육으로 바라보지 않고, 자본으로만 바라보고 있기에 끊임없이 자본의 이익을 대변하는 계획을 만들어내고 있는 것"이라며 "현재 진행되고 있는 영어교육도시 관련 사업은 모든 인프라를 제주도와 JDC가 갖춰놓고 그 이익은 모두 법인이나 해외로 도둑맞는 꼴이 되고 있다"고 성토했다.
이어 "교육은 우리 헌법에 의해 보장되는 4대 의무이자 권리"라며 "국민이 행복을 추구하기 위해 누구나 차별받지 않고 평등하게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국가에 의해 제공돼야 하는 것으로 규정하고 있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 환경단체들도 반발..."곶자왈지역, 사업부지 입지로 부적합"
앞서, 지난 21일에는 사단법인 곶자왈사람들과 제주환경운동연합, 사단법인 제주참여환경연대 등 환경단체들이 공동 입장자료를 내고 "2단계 사업 부지는 멸종위기종이 다수 서식하는 보전가치가 우수한 곶자왈 지역으로, 사업부지 입지로 부적합하다"면서 사업중단을 요구했다.
이들 환경단체는 "사업예정지는 2008년 당시에도 곶자왈 훼손의 논란이 불거졌던 곳"이라며 "개가시나무의 최대 서식지이기도 하고 녹지자연도 7, 8등급이 대부분인 지역으로 생태적으로 보전 가치가 우수한 곶자왈이기에 사업부지로서의 입지가 적합하지 않다"고 주장했다.
이어 JDC가 '2008년 도시개발사업 인허가를 완료한 곳이어서 문제가 없다', '환경훼손 논란에 대비해 지난 2014년 환경을 고려한 개발계획으로 축소 변경했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는 것에 대해서는, "계획은 축소됐지만 곶자왈을 밀어내 건물을 짓는다는 사실, 곶자왈을 훼손시킨다는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고 반박하며 사업 전면 중단을 촉구했다.
◇ JDC "영어도시내 설립 외국대학은 '비영리'"...과연 '비영리' 가능할까
한편, JDC는 22일 전교조 제주지부와 제주주민자치연대의 공동 입장문에 대한 해명자료를 내고, "일부 주장은 사실과 다르다"고 밝혔다.
JDC는 우선 2단계 사업부지에 영리법인 외국대학 계획이라고 주장한데 대해, "영리법인이 외국대학을 설립하는 것은 법적으로 금지돼 있어 원천적으로 불가능하며, 외국대학은 국가·지방자치단체 또는 비영리법인만이 설립할 수 있다"면서 "영어교육도시에 설립되는 외국대학은 비영리이다"고 밝혔다.
즉, 외국대학이 설립되는 것은 사실이나 '영리법인'이 아닌 '비영리'라는 것이다.
그러나 외국대학의 제주도 진출은 '돈벌이'를 목적으로 하기 때문에 JDC가 강조하는 '비영리' 성격과는 거리가 있을 수밖에 없어, '귀족 대학' 내지 '영리 대학' 논란은 수그러들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이들 단체는 '영어교육도시의 이익이 법인과 해외로 도둑맞는 꼴'이라는 주장도 "영어교육도시 내 국제학교 학교회계의 이익잉여금은 법인 회계를 포함한 타 회계로의 전출이 법적으로 금지되어 있다"며 "국내에서 해외로 이익이 송금된다는 ‘과실송금’ 역시 이익잉여금 전출이 원천적으로 불가하기 때문에 국제학교의 이익이 해외로 빠져나간다는 주장은 사실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이어 "JDC는 영어교육도시 완성을 통해 해외 조기유학 수요를 흡수하겠다는 국가의 목표를 달성하고, 지역경제 발전에 기여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사업부지가 보전가치가 우수한 곶자왈 지역이어서 입지로서 부적합하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제주영어교육도시 조성사업은 국책사업으로, 다양한 이해관계자들과 소통과 협력으로 추진해 온 사업"이라며 "환경단체 우려에 대해서는 소통과 협력으로 최적의 방안을 마련하겠다"는 입장으로 대신했다.
2단계 조성사업 예정지의 곶자왈 파괴 논란에 대해서는 환경단체 관계자와 공동조사를 협의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제주영어교육도시 2단계 조성사업 예정지는 총 89만㎡ 규모로, 이중 70.5%인 62만 9135㎡는 원형보전지역으로, 29.5%인 26만 3534㎡는 도시조성지역으로 설정됐다고 밝혔다.
지난 1단계 사업에서는 전체 379만 2049㎡(도시조성지역) 중 76.5% 수준인 289만 9380㎡가 1단계 사업으로 개발돼 국제학교 4개교, 영어교육센터, 주거상업시설 등이 조성됐다. <헤드라인제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