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3재심 청구 김두황 할아버지, "가슴에 응어리진 한 풀어달라" 눈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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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재심 청구 김두황 할아버지, "가슴에 응어리진 한 풀어달라" 눈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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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재판 4.3수형생존자 첫 재심청구 심리 시작
"진술기회도 없이 수감돼 전과자 낙인...감금.폭행"

72년 전 영문도 모른채 끌려가 억울한 옥살이를 했던 구순의 4.3수형생존자에 대한 재심 청구소송의 심리가 13일 시작된 가운데, 4.3당시 이뤄진 일반재판 수형인들의 경우에도 조사과정의 감금.폭행은 물론 재판에서 진술할 기회조차 부여되지 않았던 것으로 드러났다.

제주지방법원 제2형사부(재판장 장찬수)는 13일 오전 법원 201호 법정에서 4.3수형생존인 김두황 할아버지(92)에 대한 재심청구소송의 검찰 반대심문을 진행했다.

이번 심리는 김 할아버지 등 8명이 청구한 2차 4.3 재심재판 개시결정을 위해 진행되는 것이다.

이날 법정에 출석한 김 할아버지는 일반재판으로 투옥됐던 수형생존자 중 첫 심리여서 주목됐다.

스무살 때인 1948년 11월 16일 서귀포시 성산읍 난산리 소재 집에서 경찰에 체포됐다. 조사 과정에서 무차별적인 구타와 폭행이 이뤄졌고 심한 고문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심지어 그를 취조하던 경찰은 총을 겨눠 죽인다면서 협박을 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어 그해 11월 30일쯤 일반재판이 열렸으나 판사는 질문도 하지 않았고, 그에게 진술할 기회도 주지 않고 징역 1년을 선고했다. 그는 목포형무소로 이송돼 수감생활을 해야 했다.

그의 판결문에는 '1948년 9월 25일 오후 8시45분께 제주도 남제주군 성산면 난산리에서 김두홍의 집에서 김관삼 등 6명과 무허가 집회를 열고 폭도에게 식량을 주기로 결의됐다'고 명시돼 있다. 그러나 이 내용도 사실이 아닌 것으로 드러났다.

김 할아버지는 이날 법정에서 "4.3으로 인해 가슴에 응어리진 한을 풀 방법이 없다. 진술기회도 없이 재판을 받고 목포형무소에 수감돼 전과자 낙인을 달고 지금까지 살고 있다"면서 울음을 터트리며 억울함을 호소했다.

그는 판결문의 적시된 내용과 관련해, "김두홍은 1947년에 산으로 올라간 사람으로 이후 연락도 한 적이 없다"며 "그 당시 굴에 숨어서 지내고 있어 마을로 간 적이 없다"고 말했다.

또 "판결문 받은적도 없고 들은 적도 없다. 한국전쟁이 나기 전 5~6월 제주도에 내려왔다. 예비검속 당시 성산포경찰서 수형소에서 2~3개월 있었다"며 "당시 계엄사령부가 예비군 학살 지시 내렸는데 문형순 서장이 지시를 따르지 않으면서 살게된 걸 나중에 알게 됐다"고 말했다. 

검찰이 판결문에 적시된 김두홍, 김관삼이 마을 사람이 맞는지를 묻자, 김 할아버지는 "동네는 맞는데 먼 거리에 떨어진 동네사람이었다. (당시) 김두홍, 김관삼은 이미 산으로 올라갔다"고 말했다.

김 할아버지는 재판부를 향해 "판사님 앞에 앉는 것만 해도 시원한 마음이다. 명예회복 시켜주시길 바란다"고 호소했다.

김 할아버지의 딸은 재판부에 "아버지가 자식들한테 얘기를 안했었다. 4.3 사건 진상조사 당시 아버지의 사실을 알았다"면서 "아버지가 돌아가시기 전에 죄의 누명을 벗었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한편, 이번 재심청구에 대해 검찰은 "판결문이 존재하므로 유죄 확정 판결이 존재하고, 경찰관들로부터 불법구금, 고문을 당하는 등 수사기관의 불법체포 감금 또는 폭행 가혹행위의 존재가 입증되므로 형소법 제420조 제7호 등에 따라 재심사유가 있다"는 취지의 의견서를 법원에 제출하면서, 재심결정 가능성은 높은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4.3수형생존인 재심을 지원하고 있는 제주4.3도민연대는 "오늘 일반재판 관련 재심은 4.3이 일어난지 72년만에 처음으로 열리는 재판이어서 의미가 있다"고 밝혔다.

4.3도민연대는 "1947년 경찰에 체포된 인원은 무려 2500명에 달하고, 이 중 상당수 도민들은 일반재판에 넘겨졌다"며 "오늘 김두황 할아버지의 첫 심리재판은 4.3진상규명과 희생자 명예회복을 위한 일반재판 관련 실체를 규명하게 돌 역사적인 사건으로 기대된다"고 덧붙였다. <헤드라인제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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