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3 행불인 재심청구訴 시작...유족들 "억울함 풀어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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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 행불인 재심청구訴 시작...유족들 "억울함 풀어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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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 행불인 유족회 재심청구소송 첫 심리
法 "4.3은 매우 불행한 사건...검찰도 도와달라"
제주4.3희생자유족행방불명인유족협의회가 8일 오전 10시30분 행불인 수형자 재심청구소송 첫 심리가 열리기 전 제주지방법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헤드라인제주
제주4.3희생자유족행방불명인유족협의회가 8일 오전 10시30분 행불인 수형자 재심청구소송 첫 심리가 열리기 전 제주지방법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헤드라인제주

지난해 제주4.3 당시 행해졌던 불법적이고 반인권적인 계엄 군사재판(군법회의)으로 투옥됐던 4.3수형인들에 대해 전원 무죄 취지의 '공소 기각' 판결이 내려진 가운데, 이번에는 4.3당시 불법 군사재판 등으로 행방불명된 이들의 유족들이 억울함을 풀어달라며 청구한 재심청구소송 심리가 시작됐다.

제주지방법원 제2형사부(재판장 장찬수 부장판사)는 8일 오전 11시 법원 201호 법정에서 행불인 김병천씨 등 14명의 가족들이 청구한 재심청구소송 첫 심리를 진행했다.

이번 재심 소송은 지난 2월 18일 제주4.3 행방불명인유족회 주도로 재심을 청구한 행불인 339명을 비롯해, 지난해 6월 재심을 청구한 10명 등 총 349명의 행불인 유족들이 참여하고 있다.

재판부는 전체 피고인이 340여명에 달하는 만큼 한번에 10~20여명으로 나눠 순차적으로 재판을 진행하고 있다.

이날 법정에는 행불인의 유족들이 참석했다. 청구인 14명 중 서울에 있는 유족 1명은 개인적인 사정으로 참석하지 못했다.

30분 정도 진행된 이날 재판에서 재판부는 재심의 대상이 되는 행불인들의 생존 여부를 가장 큰 쟁점으로 꼽으며, 이에 대한 사실확인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또 일부 행불인의 경우 4.3당시 받은 형(처벌)을 알 수 없어 사실관계를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소송 대상 행불인 중 5명의 경우 수형인 명부와 이름이 달라 동일인 여부를 확인해 보충 자료로 제출할 것을 변호인측에 요구했다.

재판부는 "제주4.3은 매우 불행한 사건으로, 재판부도 많이 고민을 하겠다"며 "(검찰과 변호인도)도와달라"고 말했다.

재판에 앞서 진행된 행불인유족회 기자회견에서 재심을 청구한 임춘화(74.여) 할머니는 71년 전 3살일 때 아버지가 목포형무소로 끌려갔고, 이후 행방불명됐다. 

행불인 故 임청야씨의 딸 임춘화 할머니가 8일 오전 10시 30분 제주지방법원 앞에서 행불인 수형자 재심청구소송 첫 심리가 시작되기 전 입장을 밝히고 있다. ⓒ헤드라인제주
행불인 故 임청야씨의 딸 임춘화 할머니가 8일 오전 10시 30분 제주지방법원 앞에서 행불인 수형자 재심청구소송 첫 심리가 시작되기 전 입장을 밝히고 있다. ⓒ헤드라인제주

임 할머니는 "내가 9살때 어머니가 육지로 도망가다시피 여동생 하나 데리고 갔는데, 나중에 조사하고 보니 우리 아버지가 내가 10살까지 살아계셨다"며 "10살까지 우리 아버지가 살아있었다는게 믿어지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내가 3살때 애기구덕에 있을 때 우리 집에 사람들이 잡으러 왔다고 해서 어머니가 애기구덕에 나를 데리고 오고, 아버지는 괴에 옷을 담아서 처갓집에 왔다"며 "그런데 처갓집에 피해를 줄까봐 그 길로 집을 나갔다(이후 행방불명됐다)"며 억울함을 풀어줄 것을 호소했다.

이번 소송을 맡고 있는 문성윤 변호사가 8일 오전 제주지방법원 앞에서 행불인 수형자 재심청구소송 첫 심리가 끝난 뒤 입장을 밝히고 있다. ⓒ헤드라인제주 ⓒ헤드라인제주
이번 소송을 맡고 있는 문성윤 변호사가 8일 오전 제주지방법원 앞에서 행불인 수형자 재심청구소송 첫 심리가 끝난 뒤 입장을 밝히고 있다. ⓒ헤드라인제주 ⓒ헤드라인제주

이번 소송을 맡고 있는 문성윤 변호사는 재판과 관련해 "(4.3당시)가족들에게 영향을 미칠까봐 본인의 이름을 다르게 진술한 경우도 있어서 호적에 기재하고 재판을 받았던 피고의 이름과 다른 상황이 생겼다"며 "사망 추정되고 있지만 법적으로 사망으로 볼수있는지 여부가 쟁점이어서, 이에 대한 자료를 제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문 변호사는 "(재심은, 4.3당시 행불인들이 끌려간 것이)불법재판이라는 것을 입증하는 부분 보다는, 그 당시 정상정인 재판이라고 볼수 있는 자료들이 발견되지 않고 있다는것(에 중잠을 둘 것)"이라며 "(행불인들에 대한)영장이 발견된다거나 판결문이 발견된다거나, 이런 정상적인 재판절차를 거친 자료가 발견되지 않는 그런 문제점이 있다"며 4.3당시 재판이 불법행위였음을 강조했다.

한편, 오는 15일에는 김두황, 김묘생, 김영숙, 김정추, 변연옥, 송순희, 장병식 등 군사재판 연루 자 7명과 일반재판 연루자 1명 등 모두 10명의 수형생존인이 청구한 재심 재판의 심리가 열린다. 

이들의 나이는 90세에서 95세로 고령으로, 故 송석진 할아버지는 재심을 기다리다 지난 2월 7일 별세했다. 

심리에서는 생존한 7명의 재심 청구인이 출석해 당시 상황을 직접 증언할 예정으로, 지난 1월 생존수형인에 대한 사실상 무죄 취지의 공소기각과 같은 판결이 내려질수 있을지 관심이 모이고 있다.

4.3당시 영문도 모른채 군.경으로 끌려가 모진 고초를 당하고 최소한의 적법한 절차도 없이 불법적으로 행해졌던 계엄 군사재판의 '초사법적 처형'으로 억울한 옥살이를 했던 제주도민 4.3수형인은 약 2530명으로 집계되고 있다.

이들 중 상당수는 1950년 한국전쟁이 발발한 후 상부 명령에 따라 집단처형(총살) 됐거나 행방불명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 지난 20대 국회에서 부당한 국가 공권력 행사의 피해자인 4.3희생자와 유족에 대한 배.보상 문제를 비롯해 억울하게 옥살이를 해야 했던 4.3수형인에 대한 불법 군사재판 무효화 등 4.3문제 해결을 뒷받침할 법적 근거를 담은 제주4.3특별법 개정안이 발의됐지만, 결국 불발됐다.

불법 군사재판이 무효화된다면 개별적 재심청구가 필요없이 일괄적으로 명예회복 조치가 이뤄질 수 있어 21대 국회에서는 4.3특별법의 조속한 개정의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헤드라인제주>

제주4.3희생자유족행방불명인유족협의회가 8일 오전 10시30분 행불인 수형자 재심청구소송 첫 심리가 열리기 전 제주지방법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헤드라인제주
제주4.3희생자유족행방불명인유족협의회가 8일 오전 10시30분 행불인 수형자 재심청구소송 첫 심리가 열리기 전 제주지방법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헤드라인제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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