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자뷔, 어제 뗐던 불법광고물이 같은 자리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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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자뷔, 어제 뗐던 불법광고물이 같은 자리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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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강영진 / 서귀포시 서홍동 복지환경과
강영진 / 서귀포시 서홍동 복지환경과. ⓒ헤드라인제주
강영진 / 서귀포시 서홍동 복지환경과. ⓒ헤드라인제주
아침에 출근하면 마을을 돌아보면서 하루를 시작한다. 생활환경 업무와 함께 불법광고물 정비를 위해서이다. 기동반을 매일 운영하기 때문에 서홍동 거리에 불법광고물이 하루 이상 걸려있는 경우는 드물다.
 
하지만 하루도 쉬지 않고 정비를 하여도 새로운 광고물들이 계속 생겨나기 때문에 순찰 활동을 소홀히 할 수 없다.
 
며칠 전 데자뷔를 경험했다. 분명 어제 제거했던 광고물이 그 자리 그대로 붙어있었기 때문이다. 차를 멈추고 나의 뇌 건강을 의심했다. 정신을 차리고 공공근로 인력까지 동원하여 100장 가까운 벽보를 제거했다.
 
돌아서면 생겨나는 불법광고물은 마치 과수원에 자라나는 잡초 같다. 매일 호미로 매고 제초제를 뿌려도 계속해서 생겨나는 검질(잡초의 제주 방언) 말이다. 분명 엊그제 과태료가 부과된 업체인데 버젓이 거리에 현수막이 걸려있는 경우가 허다하다.
 
요즘 많이 올라오는 것이 공동주택 분양 홍보와 피트니스클럽의 광고물이다. 우후죽순처럼 생겨나서 앞다투어 홍보물을 뿌려대고 있다. 계도 차원에서 전화를 하면 열심히 살고 있는데 관공서에서 방해를 한다는 반응이 오기도 한다. 본인이 거리 환경을 회손한다는 생각을 못하는 것이다. 특히 현수막 같은 유동광고물은 때로 거리의 안전을 위협하기도 하며, 벽보가 제거된 자리에 남아있는 지저분한 흔적들이 우리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것을 모른다.
 
행정의 일선에서 민원을 처리하다보면 사익과 공익 사이에서 갈등을 할 때가 많다. 규제를 하면서 안타까운 민원인에 대한 재량의 범위를 고민하는 것이다. 하지만 불법광고물은 이런 판단의 여지가 없다. 거리환경과 안전을 위협하는 명백한 위법이기 때문이다.
 
과거 일정한 광고물에 대하여 허가받도록 규정하고 있는 옥외광고물관리법이 기본권을 침해한다며 헌법소원이 제기되었던 적이 있다. 이에 헌법재판소는 모든 국민은 건강하고 쾌적한 환경에서 생활할 권리를 가지며 국가와 국민은 환경보전을 위하여 노력하여야 한다는 헌법 제35조 제1항에 비추어 입법목적의 정당성을 인정한바 있다.
 
이는 사익과 공익의 고민이 아닌 이기심의 문제라는 것이다. 단발적으로 생겨나는 성격을 고려할 때 광고주에게만 과태료 처분을 하는 것은 효과가 적어 보인다. 시민을 대상으로 한 홍보와 책임을 회피하는 대행업체들에 대한 과태료 부과 등의 처분이 계속해서 진행되어야 할 것이다.
 
오늘도 가위를 들고 사무실을 나선다. 제발 어제 저녁같기를 바라면서. <강영진 / 서귀포시 서홍동 복지환경과>
 
*이 글은 헤드라인제주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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