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고교생들, "학생인권조례 제정하라" 도의회 청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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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고교생들, "학생인권조례 제정하라" 도의회 청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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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2명 서명, 제주도의회에 청원서 전달
"인권침해 실태 정확히 파악하고 방지대책 마련해야"
제주학생인권조례TF가 19일 오전 제주도의회 정문 앞에서 제주 학생인권조례 제정 촉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헤드라인제주
제주학생인권조례TF가 19일 오전 제주도의회 정문 앞에서 제주 학생인권조례 제정 촉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헤드라인제주

"선생님은 수업시간에 졸고 있는 학생에게 밤에 성매매에 종사하기 때문에 밤에 잠을 못자느냐고 물었고, 이러면 커서도 밤일을 할 것이라 말했습니다. 선생님은 제대로 사과도 하지 않았고 일은 그렇게 묻혔습니다."

"야자시간 동안에 화장실 출입을 금지하는 일도 있었고, 방학 중 보충학습에 참여하지 않으면 기숙사 배정을 받지 못하도록 하는 등의 부당한 불이익을 주는 사례도 있었습니다."

제주도내 고교생들이 19일 '학생인권조례' 제정을 강력히 촉구하면서 공개한 한 학교에서 있었던 인권침해 사례의 한 부분이다.

제주 고교생들이 참여하고 있는 '제주학생인권조례TF'는 이날 오전 제주도의회 정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제주 학생인권조례 제정을 촉구하는 내용의 청원서를 제주도의회에 제출한다고 밝혔다.

이번 청원서에는 학생 531명을 포함해 총 1002명이 서명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은 "학생의 존엄과 가치가 교육과정 내에서 보장받는 인권사회의 실현을 희망하며 조례 제정을 다시한번 요구한다"면서 "조례를 통해 학생 인권침해실태를 정확히 파악하고 인권침해 문제 방지와 인권 확립을 위한 대책이 추진돼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날 기자회견에서는 서두에 학생인권침해 사례에 대한 학생들의 증언내용이 공개됐다.

"A고등학교에서는 학교 특성상 노트북을 사용하는 학생들이 많은데, 소지품 검사를 할 때 노트북도 검사하는 경우가 많고, 노트북에 깔려있는 프로그램을 검사하고 무슨 파일이 들었는지까지 모두 검사한다. 심지어 USB까지 검사했습니다. 새벽에 학생회가 기숙사의 불을 모두 켜고 학생들을 기상시킨 다음 소지품 검사를 진행하는 경우도 있었다."

"B고등학교에서는 기술가정 선생님이 계셨는데, 의복과 관련해 수업을 진행하는 도중 학생다운 복장에 대해서 말씀하셨다. 선생님께서는 학생답지 못한 복장의 예시로 한 사례를 설명했는데, 수업이 끝나고 저는 쏟아지는 눈물을 참을 수 없었다. 왜냐하면 그 여자가 바로 저였기 때문이다. 선생님은 다른 반에서 수업을 할 때도 제 얘기를 학생답지 않은 복장의 예시로 들며 수업을 진행하셨다. 하지만 저는 생기부에 누가 될까 이에 대해 선생님께 항의하지 못했다."

"C고등학교를 진학하고 나서 첫날 과학시간이었다. 당시 파견오신 선생님이 학생들 앞에서 당당하게 말씀하셨다. '나는 생물 전공이다. 나보다 생물 더 잘 아는 사람이 있으면 나와 봐라. 실제 동성애 현장에 가봤는가. 나는 생물 전공이라 잘 안다. 동성애자들 같은 성소수자가 하는 것을 보면 살 가치가 없는 것들이다.'라고 성소수자에게 적대적이고 차별적인 발언을 이어가셨다. 그 선생님이 말씀하신 살 가치가 없다는 말에 깊은 상처를 받았다."

"교사가 출석부로 여학생의 엉덩이를 치며 '이래서 여중이 좋다'라고 한다거나 '한국 여자들은 모두 된장녀다' 등의 제보들도 있었다.  

학생들은 "이러한 사례의 증언은 참담한 제주 교육 현장의 현실을 말해주고 있다"면서 "저희는 이에 매우 비통한 심정을 느끼며 저희 학생들의 입장을 이번 기자회견을 통해 여러분께 전달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이들은 "학생도 사람입니다"라며 "과연 무엇이 학생들을 책상이 아닌 기자회견장에 앉게 만들었는가 생각해 보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모든 사람은 자유로운 존재로 태어났고, 똑같은 존엄과 권리를 가진다'는 세계인권선언 제1조에 명시된 문장이다"면서 "누구에게나 적용돼야 할 이 문장이 제주 학생들에게는 적용되지 못한다. 학생이라는 이유 때문이다"고 지적했다. 

이어 "여학생에게 커피타기를 강요하고 장애학생을 비장애인 학생의 자기위안 용도로 폄훼하며 폭력과 억압, 비상식적인 교칙이 현존하는 학교가 지금 이러한 제주학생인권의 현실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면서 "그런데 그간 이 문제의 피해자는 있지만 가해자는 없었다. 가해자와 목격자는 있어도 피해자는 없었다"고 성토했다.

이들은 "학교와 사회는 가해자를 옹호하고 피해자를 입막음시키는데 급급해왔다"며 "지금까지 제주 교육은 학생들을 미성숙한 존재, 훈육의 대상으로만 여겨왔기에 모든 폭력과 억압은 정당화 돼 왔다"고 지적했다.

또 "학생들은 비정상적인 교육 현장을 보고도 침묵으로 일관할 수 밖에 없었다"면서 "교육 전반에서 교사가 가지는 권위가 상당하기 때문인데, 이러한 실정에 학생이 교사에게 반기를 들기란  불가능에 가깝다"고 토로했다.

이들은 "교사와 학생 간 갑을관계는 문제 해결을 더욱 어렵게 만들고 있다"며 "학생인권조례 제정을 통해 학생의 권리를 공식적으로 선언하고 학생들이 당당하게 본인들의 권리를 주장할 수 있는 수단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학생인권조례의 조속한 제정을 거듭 촉구했다. <헤드라인제주>

제주학생인권조례TF가 19일 오전 제주도의회 정문 앞에서 제주 학생인권조례 제정 촉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헤드라인제주
제주학생인권조례TF가 19일 오전 제주도의회 정문 앞에서 제주 학생인권조례 제정 촉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헤드라인제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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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활동가 2020-03-20 02:06:16 | 61.***.***.88
제주에서도 학생인권조례가 제정되겠네요!!! 저는 경남에서 활동했었는데.. 제주에서라도 꼭 좀 제발 학생인권조례가 제정됐으면 좋겠어요 보수적이고 두려운 학교가 유지되지 않길 바라요 연대하고 지지하겠습니다 활동 지켜보고 공유하겠습니다 정말....

ㅎㅎ 2020-03-20 00:15:30 | 118.***.***.168
꼭 조례제정이 되었음합니다.


김상기 2020-03-19 16:27:51 | 112.***.***.117
2020년인데 아직도 여전하군요....그나저나 학생들 정말 대단합니다.......교육감님 좀 나서주세요 사례들 너무 ㅅ도를 넘었다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