휠체어 타고 비행기 타기가 이렇게 어려운 줄 몰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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휠체어 타고 비행기 타기가 이렇게 어려운 줄 몰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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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 인권이야기] 강관철 / 제주장애인야간학교
강관철 / 제주장애인야간학교ⓒ헤드라인제주
강관철 / 제주장애인야간학교 ⓒ헤드라인제주

눈을 뜨자마자 오늘 일정을 머릿속에 그려본다.

‘공항에 한 시간 전에 도착해서... 체크인할 때는 휠체어 사용을 해야하니까... 숙소는 화장실 이용에 적합한 지를 우선으로 따져봐야 하고...’

휠체어를 탄 동료와 둘이서만 1박 2일로 서울 출장을 다녀오는 일정이다. 떠나기 전부터 여러 가지 고려해야 할 것들을 하나하나 떠올리고 따져보느라 자꾸만 신경이 쓰인다.

‘우리 과연 잘 다녀올 수 있을까?’

공항에 도착하자마자 빗방울이 떨어지는 창밖으로 고개를 내밀어 장애인 주차구역을 열심히 찾는다. 공항은 나름, 편의시설을 잘 갖춘 곳이라지만 우리가 주차할 공간은 보이지 않았다. 한참을 돌고 돌아 주차타워 4층 장애인 주차 구역에 차를 세웠다. 재빨리 가방을 어깨에 둘러메고 뒷좌석에 있는 휠체어 몸통을 밖으로 꺼내 놓고 다시 휠체어 바퀴 두 개를 꺼내 몸통에 끼워 동료가 내릴 운전석 옆으로 가져가 놓는다.

그렇게 들어간 공항 안, 체크인 카운터 앞에 도착한 후 체크인을 한다. 동료는 복도 쪽 좌석을 요청하고 기내용 휠체어 사용 여부를 확인한다. 그리고 항공사 직원과 탑승 게이트 앞에서 탑승 시간 20분 전에 만나기로 약속을 한다. 이제 신분 확인을 거쳐 보안 검색대로 향한다. 검색을 기다리는 긴 줄을 뒤로하고 장애인, 노약자, 임산부 등이 이용하는 우선 검색대로 향한다. 곧바로 X-Ray 검색대를 통과한 나와는 달리 동료는 검색대 앞에서 잠깐 기다린 후 직원이 직접 몸을 검색한 후에야 그 자리를 통과할 수 있었다.

게이트 앞에서 만난 항공사 직원은 동료의 휠체어를 직접 밀며 우리를 안내하기 시작했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1층으로 내려가니 작은 리프트 버스 한 대가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동료는 리프트를 이용해 버스에 올랐고 나도 얼른 차량에 올라 옆자리에 자리를 잡았다. 항공사 직원의 무전기에서 신호가 올 때까지 조금 기다린 후에 마침내 버스는 비행기가 세워져 있는 곳까지 우리를 데려가 주었다.

바닷가에서 육지로 넘어오는 비바람 소리, 활주로에서 이착륙하는 비행기 소리, 우리가 탈 비행기 엔진 소리까지 어우러지니 꽤 시끄러웠다. 직원이 비행기 바로 옆에 세워진 큰 리프트 장치 안으로 우리를 안내했다. 리프트 장치가 요란한 소리를 내며 우리를 비행기 출입문 앞으로 올렸다. 동료는 출입문 바로 앞에서 직원의 도움을 받아 기내용 휠체어로 옮겨 타고 비행기 안으로 들어갔다. 직원이 비좁은 기내 통로를 따라 휠체어를 미는 동안 동료는 잔뜩 어깨를 움츠리고 있다가 드디어 자리에 앉을 수 있었다. 원했던 복도 쪽 좌석이었다. 승무원을 제외하고 탑승한 승객은 아직 아무도 없었다. 비행기 엔진 소리가 없었다면 시간이 멈춘 것 같은 느낌마저 들었을 것이다. 시간이 조금 지나서야 승객들이 버스를 타고 도착했고 연결 계단을 지나 비행기 안으로 물밀 듯 들어왔다.

비행기 내부 모습. 휠체어가 지나기엔 통로가 너무 비좁아 보였다.

한 시간의 비행을 마치고 김포공항에 도착했다. 비행기 문이 열리기도 전에 승객들은 자리에서 일어나고 짐을 꺼내고 복도 쪽으로 몸을 내밀며 나갈 준비를 시작한다. 하지만 동료와 나는 자리에서 움직이지 않는다. 동료는 옆에 앉은 사람이 나갈 수 있게 손으로 다리를 잡고 옆으로 당기며 공간을 만들어 주었다. 아무 말도 없었지만 미안함 가득한 얼굴로 말이다.

모든 승객이 자리를 뜨고 나서야 항공사 직원이 기내용 휠체어를 가지고 들어왔다. 동료는 다시 직원의 도움으로 기내용 휠체어에 몸을 옮기고 어깨를 움츠리고 길고 좁은 복도를 통과해 출입문 앞까지 도착했다. 이번에도 리프트 장치로 올라탄 후 본인 휠체어로 갈아탔다. 지상으로 내려와 보니 특장차가 비행기 옆에서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특장차에 몸을 싣고 한참을 달린다. 직원은 우리를 공항 1층 출구까지 데려다주고 자리를 떠났다.

이제 드디어 공항 밖이다. 동료 휠체어를 밀고 나오는데 동료가 피곤하다며 달달한 커피를 마시자고 한다. 나 역시 커피 생각이 간절하다. 사무실을 나선 지 겨우 3시간이 지났다. 그리고 다시 이런 생각이 든다.

‘과연 잘 다녀올 수 있을까?’

지금까지 소개한 모습은 지난해 서울에서 열린 장애인 정책 토론회에 참석하기 위해 휠체어를 탄 동료와 함께 제주공항을 출발해서 김포공항에 도착하기까지의 여정을 그린 것이다. 독자분들이 이 글을 읽는 동안 어떤 생각을 가졌을지 궁금하다.

솔직히 이전에 휠체어를 이용하는 장애인과 함께 비행기를 타 본 적이 없었다. 그래서 이런 과정들이 낯설고 생소하고 두렵게 느껴지기까지 했다. 수십 번이나 비행기를 타면서도 휠체어를 이용하는 장애인이 비행기를 타고 있다고 생각한 적이 없었던 것 같다.

장애인과 함께 하는 일을 시작한 지 6개월이 지났고, 나에게 ‘장애인 인권 이야기’ 연재칼럼을 쓸 기회가 찾아왔다. 비록, 짧은 에피소드 한 장면이지만 독자분들이 이 글을 읽고 잠시나마 장애인의 시선으로 주변을 살펴보는 기회를 가질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으로 이 글을 써본다.

※ 휠체어를 타고 비행기에 탑승할 때 게이트와 비행기를 연결하는 브리지를 이용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위 상황은 브리지 연결이 안 되어서 직접 버스로 이동한 경험을 작성한 것입니다. <강관철 / 제주장애인야간학교>

장애인 인권 이야기는...

우리 사회는 장애인을 단순한 보호 대상으로만 바라보며 장애인의 문제를 대신 해결해 주려고 하고 있다. 하지만 장애인은 치료받아야 할 환자도, 보호받아야 할 어린이도, 그렇다고 우대받아야할 벼슬도 아니다.

장애인은 장애 그 자체보다도 사회적 편견의 희생자이며, 따라서 장애의 문제는 사회적 환경에서 비롯된다고 할 수 있다.

(사)제주장애인인권포럼의 <장애인인권 이야기>에서는 장애인당사자의 입장에서 바라보는 세상에 대해 새로운 시선으로 다양하게 풀어나가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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