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 군사재판 4.3희생자 341명 유족들, '재심' 청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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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법 군사재판 4.3희생자 341명 유족들, '재심' 청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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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불인유족회, 2차 재심청구서 제출..."72년 원통함 풀어달라"
"유족들 죽기 전에 명예회복 간절...법원, 신속히 진행해달라"

제주4.3 당시 불법 군사재판으로 사형을 선고받거나, 영문도 모른채 형무소로 끌려가 억울한 옥살이를 하다가 숨진 희생자들의 유족들이 8일 법원에 집단적으로  재심재판을 청구했다.

제주4.3희생자유족 행방불명인유족협의회(회장 김필문)와 제주4.3희생자유족회(회장 송승문)는 이날 제주지방법원에 제2차 재심재판 청구서를 제출했다.

행방불명인유족회 주관으로 이뤄진 이번 제2차 재심청구인은 고(故) 강병인(1927년 출생)을 비롯해 총 341명의 희생자 유족이다. 지난해 6월 제1차 청구에서는 희생자 10명의 유족이 참여했으나 이번에는 대단위 참여가 이뤄졌다.

기자회견문을 낭독하고 있는 김필문 제주4.3희생자유족회 행방불명인유족협의회장.ⓒ헤드라인제주
기자회견문을 낭독하고 있는 김필문 제주4.3희생자유족회 행방불명인유족협의회장. ⓒ헤드라인제주

재심청구인들은 이날 법원 앞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4.3당시인 1948년 12월과 1949년 6~7월 두 차레에 걸쳐 제주도민 2530명이 불법적인 군사재판으로 제주에서 총살을 당하거나 전국 각지의 형무소에 수감돼 있던 중 형무소에서 병들어 사망하거나 6.25전쟁 발발직후 이승만 정부에 의해 학살당했다"면서 4.3당시 불법 군사재판에 의해 학살이 자행됐음을 강조했다.

이어 "이 군사재판은 불법적으로 선포된 계엄령과 제정.공포되지도 않은 국방경비법에 의거한 것이기에 그 자체로 불법이고, 아무런 죄도 없는 양민들을 영장도 없이 무차별로 끌고 가 불법으로 구금한 다음 형을 집행한 것으로서 최소한의 적법절차도 준수되지 않았다"며 "무고한 민간인을 무차별로 잡아들여 형무소에 보내 불법 감금했던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이는 생존 수형인들과 많은 주민들의 증언, 군인.경찰.피해자들의 증언, 수형인 명부의 존재, 하루에 수백명씩 사흘에 345명을 사형선고했다고 하는 사실로도 알 수 있다"며 "정부의 진상조사보고서에도 이러한 사실이 분명하게 역사적 사실로 기록돼 있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이같은 불법성이 인정돼 제주지방법원 재판부는 지난해 1월 17일 군사재판을 받아 형무소에 수감됐다가 구사일생한 생존 수형인 18명이 제기한 재심청구사건에 대해 무죄취지의 공소기각 판결을 했다"며 "검찰 역시 그 불법성을 인정해 항소포기를 함으로써 이 재심사건은 1심 판결만으로 확정됐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런데 제주지방법원은 사망한 수형자들의 유족 10명이 지난해 6월 3일 재심청구를 한 것에 대해서는 지금껏 재심개시 결정조차 하지 않고 있다"면서 조속한 결정을 촉구했다.

이들은 "72년이라는 세월이 흐르는 동안 많은 유족분들이 원통함을 가슴에 안고 돌아가셨거나 나이가 들어 병들고 많이 쇠약해 있다"며 "앞으로 시간이 얼마남지 않았는데, 특별법 개정도 이뤄지지 않은 상황에서 우리 수형인 유족들 341명은 뜻을 모아 죽기 전에 명예회복을 하고자 재심청구를 하게 된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법원은 하루속히 먼저 제기한 수형인 유족들의 재심사건을 진행해주고, 오늘 제기하는 재심사건 역시 청구인들이 살아있을 때 결론을 볼 수 있도록 빠른 진행을 촉구한다"고 덧붙였다.

송승문 제주4.3희생자유족회장

송승문 제주4.3희생자유족회장은 "아무런 영문도 모르고, 왜 죽었는지도 모르고 정상적인 법 절차없이 불법적인 군사재판으로 인해 사형수들은 제주공항에서, 무기형 수형인들은 육지형무소에서 수감중 어느 골짜기에서, 동굴에서 군.경에 의해 총살당했다"며 "아직도 우리 부모형제들은 시신조차 수습 못하고 제삿날도 몰라서 집을 떠난 날에 제사를 지내온지가 70년의 세월이 흘렀다"고 토로했다.

송 회장은 이어 "4.3특별법 개정안이 통과되면 빠른 시일내에 해결이 될텐데 아직도 국회에 계류중에 있다"며 "앞으로 사법부에서 좋은 판결이 되리라 믿고 있다. 힘들고 어렵더라도 불쌍하게, 억울하게 돌아가신 우리 부모형제들의 명예회복을 위한 첫발걸음이기 때문에 앞으로 집행부에서 하는 일들을 도와달라"고 말했다.

김필문 행방불명인유족협의회장은 "우리는 아무영문도 모르고 4.3당시 군.경에 끌려가서 이유없이 행방불명된 아버님의 원한을, 억울함을 호소하려 이 자리에 나왔다"며 "재판부에 촉구한다. 사법부의 정의가 살아있음을 보여줄 것을 간곡히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4.3희생자 유족들이 2차 재심청구서를 제출하기 위해 제주지방법원 민원실로 가고 있다.

한편, 영문도 모른채 군.경으로 끌려가 모진 고초를 당하고 최소한의 적법한 절차도 없이 불법적으로 행해졌던 계엄 군사재판의 '초사법적 처형'으로 억울한 옥살이를 했던 제주도민 4.3수형인은 약 2530명으로 집계되고 있다.

제주에서 바로 총살을 당하거나 육지부 형무소에 수감됐다가 숨지거나, 1950년 한국전쟁이 발발한 후 상부 명령에 따라 집단처형(총살) 됐거나 행방불명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구사일생으로 살아서 돌아온 생존 수형자 중 18명은 재심청구를 통해 무죄취지의 판결을 받아냈고, 현재 2차 생존 수형자 재심청구가 이뤄진 상태다.

이러한 가운데, 국회에 계류 중인 4.3특별법 개정안은 부당한 국가 공권력 행사의 피해자인 4.3희생자와 유족에 대한 배.보상 문제를 비롯해 억울하게 옥살이를 해야 했던 4.3수형인에 대한 불법 군사재판 무효화 등 4.3문제 해결을 뒷받침할 법적 근거를 담고 있다.

불법 군사재판이 무효화된다면 개별적 재심청구가 필요없이 일괄적으로 명예회복 조치가 이뤄지게 돼, 4.3특별법의 조속한 개정 필요성은 더욱 강하게 제기되고 있다. <헤드라인제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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