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할 수 없는 정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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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해할 수 없는 정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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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양시경 / 제주경실련 공익지원센터장
▲ 양시경 / 제주경실련 공익지원센터장
▲ 양시경 / 제주경실련 공익지원센터장

나는 2007년 3월 제주국제자유도시개발센터(JDC) 감사직에서 업무상 기밀을 누설했다는 이유로 당시 국토건설부로부터 해임되었다. 당시 JDC는 서귀포시 일원에 30여만 평을 매입하여 헬스케어타운 개발 계획을 추진하였는데 그런데 토지매입가격에 문제가 있었다. 즉, 당시 시중 가격으로 평당 8만 원도 안 되는 토지를 그 두 배에 가까운 평당 15만 원 씩 주며 매입을 하려고 하였다.

당시 나는 공기업 감사로써 비리를 사전에 예방하는 것이 직분에 충실하다는 생각에 경영진을  3개월 이상 설득했지만 경영진이 막무가내로 사업을 추진하려 하여서, 부득이하게 엄청난 혈세 낭비를 방임할 수 없다는 판단에 따라 상부기관인 국토건설부와 청와대에 이 사업의 무리함을 보고하였으나 상부기관들은 감사인 나의 보고에 전혀 관심을 두지 않았다.

그리하여 불가피하게 공개 기자회견을 열고 경영진의 무리한 사업 추진 사실을 공개해서 이를 막아낼 수밖에 없었고, 그 결과 공기업 감사직에 충실한 나의 용기 있는 행동으로 인해 약 200억 원의 토지매입 비용 과당 지출 손실을 막을 수 있었다.

그러나 나는 업무상 기밀을 누설했다는 이유로 불명예스럽게 감사직에서 해임되는 수모를 겪었다. 그 후 나는 내가 한 일이 공기업의 감사직무에 충실하고 올바른 일이라는 확인을 받기위해 4년에 걸쳐 법정소송을 벌였고 그 결과 최종적으로 대법원은 나의 기자회견 등 일련의 JDC 예산낭비 예방 활동이 업무상 기밀 누설이 아니라며 따라서 나에 대한 해임이 부당하다는 판결을 하여 나의 주장이 정당했음을 입증하여 주었다.

그런데 이처럼 내가 직접 겪은 황당하고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 없는 일들이 있은 후 13년이 지난 지금 현재도 예전과 다르지 않은 유사한 일들이 전개되는 것을 보며 실망과 분노를 금할  수 없다.

최근 중앙과 제주에서 벌어지는 정치인들의 행태를 보면 우리가 지금 법치국가에서 살고 있는지 의문을 품지 않을 수 없게 하고 있다. 촛불정부 출범 후 검찰은 적폐청산이라는 명분하에 전직 대통령 두 사람과 그 측근들을 기소하여 재판에 넘기는 인상깊은 면모를 보여주었고 이에 대해 정부와 여당 역시 전폭적인 지지를 보냈다. 그리고 같은 검찰은 현직 대통령 측근 역시 예외 없이 수사하고 있고 이에 대하여 많은 국민들은 지지를 보내고 있다.

그런데 신년들어서 검찰을 대하는 정부와 여당의 시선의 온도는 검찰이 두 명의 전직 대통령을 기소할 때에 보내던 온도와 많이 다른 듯 하다. 전직들을 기소할 때 보여주던 호의로 가득 찼던 따뜻함은 간 데 없고 적대적인 싸늘함이 한겨울 아침 서릿발보다 못하지 않은 것 같다.

신년들어서 작년 하반기 동안 많은 국민들의 관심속에 진행되던 현직 대통령의 핵심 측근들과 관련한 사건들에서 수사 지휘를 하던 대부분의 책임자들은 주요사건 담임자들에 대한 최소 1년 보임 원칙도 깨어가며 더 이상 대통령 측근 수사를 할 수 없게 다른 부서로 이동 발령이 났다. 물론 그 중에는 공석인 더 높은 자리에 대한 인사 수요가 있었고 그에 따라 승진 발령이 난 사람도 있다고는 한다. 그러나 일부 언론보도와 같이 그렇게 승진 발령을 받은 당사자들이 즐거워하기는커녕 사직을 고심하는 분위기라고 한다면 이에는 분명히 이유가 있다고 봐야 할 것이다.

변죽이 길어졌다. 그렇다. 이번 인사는 좌천성 인사이고 이와 같은 인사를 통하여 인사권자가 인사대상 기관과 그 책임자에게 표하고자 하는 의도는 더 이상은 인사권자가 불편해 할 일은 못 본 척 피해 가라는 것이다.

그러면 좌천성 인사의 근거는 어디에서 찾아볼 수 있을까. 인사대상자가 즐거워 하지 않는 인사를 좌천성 인사라고 한다. 또 의문이다. 그러면 인사권자는 앞으로 대한민국 검찰이 어떤 일을 하면 다시 반가워 할까. 아마도 집 밖(野)의 무리(黨)들에 관한 일만 하면 반가워 할 듯 하다. 그리하여 작년 하반기에 많은 국민들의 관심을 받았던 주요 사건 수사는 이 쯤에서 부득이하게 종료의 수순을 밟을 것으로 봐야 하는 것이 현실적인 전망이 될 것 같다. 잘못이다.

더하여, 정부와 여당은 임기가 1 년 이상 남아있는 검찰총장까지 자리에서 물러나게 압박할 지도 모른다고 한다. 따라서 비리를 적발하여 사회를 정의롭게 만드는데 헌신해야 한다는 작년 하반기에 잠간 기대했던 검찰의 상은 집권자의 강력한 의지에 의거 다시 교과서 범주를 넘어서지 못하게 되었다.

그러나 검찰은 인사권자 개인을 위하여 존재하는 기관이 아님을 힘들지만 다시 한 번 인식하고 본분의 역할을 하여주어야 하고 국민들은 이번 같이 인사권자가 불편해 할 일을 해서 좌천된 분들에게 응원의 박수를 보내야 할 것이다. 그렇게 하여야 신상필벌의 사회가 정착될 것이기 때문이다. 금번 같이 상 받을 일을 하고도 좌천을 당하는 상황은 상식적으로 납득할 수 없고 이제 그쳐야 한다. 도둑이 매를 드는 적반하장은 상식적인 국민의 힘으로 막아야 한다.

중앙정치권 뿐만 아니라 제주도의 정치권 역시 한심하기는 비슷하다. 건물주가 철거하여 주상복합건축 허가를 받은, 가치를 상실하고 있는 극장 건물을 제주도가 100억 원에 매입하여 문화예술단체 사무실과 공연장으로 사용하겠다는 계획이 추진되고 있다. 계약금은 2 원이나 위약금이 20억 원이라고 한다. 관련 전문가들은 건물 가치 등이 상실되어 50억 원도 안 되는 건물을 100억 원에 매입하려고 한다고 비판하고 있다. 제주도지사가 상식 이하의 정책을 추진해도 국회의원과 도의원들은 침묵하고 있다.

이와 같이 상식적인 판단 기준을 도외시하는 정치인들이 국민들을 조롱하며 나라를 망하는 길로 몰고 가고 있다. 왜 이렇게 우리 사회가 병들었을까. 다수의 국민들이 진실과 정의를 외면하고, 자신들의 작은 이익에 안주하는 심각한 무관심병에 걸려있는 것은 아닐까.

지독한 고난의 역사를 겪고, 세계경제 10위권에 진입한 대한민국이 이대로 추락해도 되겠는가. 한국사회가 공멸하지 않기 위해서는 자신이 처한 위치에서 바르게 직분에 충실하며 주권자로써 행동해야 함의 중요성을 다시 한 번 생각해 본다.<양시경 / 제주경실련 공익지원센터장>

*이 글은 헤드라인제주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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