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에서 평화와 독립을 노래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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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에서 평화와 독립을 노래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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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황경수 / 제주대학교 행정학과 교수
제주 프라임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의 '제주, 독립을 외치다' 공연. 뒤편에 독립선언문이 떠올라 있다. ⓒ헤드라인제주
제주 프라임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의 '제주, 독립을 외치다' 공연. 뒤편에 독립선언문이 떠올라 있다. ⓒ헤드라인제주

평화의 소중함, 우리의 독립의 소중함을 느끼게 하는 요즈음, 2019년 12월 14일 설문대 여성문화터애서는 다시 그 평화와 독립을 노래로 표현하는 음악회가 열렸다. 

제주 프라임 필하모닉 오케스트라가 '제주, 독립을 외치다'라는 이름으로 2019년 공연장 상주단체 육성지원사업 신작·초연 프로그램을 가졌다. 새로운 애국가 후보를 선보인 날이다. 지휘는 허대식 교수, 객원 악장으로 김효정 교수가 역할을 했다. 이현철 작곡가가 ‘3·1 독립선언문’이라는 곡을 써서 초연의 기회를 만들어주었다.  

스메타나의 교향시, 나의조국 중 ‘몰다우’로 문을 열었다. 민족적 색체를 가진 곡이지만 목관의 섬세함으로 애절과 의지를 표현한다. 목관을 전공한 지휘자답게 깨끗한 선율, 끝없이 균형과 절제를 이끄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목관과 현의 억제력이 민족의 아픔을 꿋꿋이 이겨내려는 의지로 보였으며, 그 의지는 강처럼 유유히 흐르는 선율과 만나는 듯 했다. 피콜로의 총성처럼 강하게 인지시키는 짧은 고음은 의식하지 못하는 순간 여러 번 드러냈지만 결국은 떠났다.

라흐마니노프의 트럼펫으로 연주하는 보칼리제는 새로운 느낌이다. 신선하고, 따뜻하다. 기존의 다른 버전으로 듣는 청아함, 고독함, 숭고함의 보칼리제 보다는 포용적이고, 편안했다. 내가 그 동안 들었던 보칼리제는 카운트 테너, 여성의 목소리에서, 바이올린이나 오보에 등을 거쳐 트럼펫으로 넘어왔다. 김경묵이라는 젊은 트럼펫터의 묵직함이 드러났다. 그 트럼펫터는 어릴적 부터 아는 분이다. 정말 묵직한 친구이다. 이제는 성숙함이 엿보이기 시작했다. 응원하고 싶다. 보칼리제라는 형식으로. 말없이.

서양음악으로 아리랑을 연주해도 마음을 쥐어 짜게 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게 한 것은 최성환의 아리랑 환상곡이다. 그 작곡가는 본디 북한 사람이다. 10여 년 전 제주청소년오케스트라에서 이곡을 연주한 적이 있다. 뉴욕 필하모니가 평양에서 연주하는 것을 보고 감동한 적도 있다. 오늘 기승전결에서 ‘결’부분을 들은 듯 했다. 제주에서 독립을 노래할 때 이 최성환의 아리랑을 들으니 우리 문화예술이 깊고 깊음을 한스럽게 느낄 수 있었다. 우리의 세계적 예술성은 그동안 왜 억눌려 있었을까? 일제강점기만 아니었어도 김 구 선생이 이야기하는 ‘문화국가’가 진작 도래했을 것을.

이강규 선생의 ‘제주를 위한 서곡’은 듣는 이를 편하게 해주는 곡이었다. 닫혔다가 열리고, 끝없이 소곤소곤 소통하는 형태를 띠는 곡이다. 선율도 좋다. 끝 부분의 금관선율은 장엄하기 까지 해서 자주 연주되겠구나하는 생각이 들었다. 들으면서 음산한 동굴이었다가 갑자기 화음이 열리면서 끝없이 펼쳐진 억새 들판, 노루들이 뛰어노는 모습, 온갖 작은 야생화와 야생초들이 대화를 나누는 모습을 생각할 수 있었다.

새로운 애국가 후보곡은 ‘3·1 독립선언문’이다. “3.1운동 및 대한민국임시정부수립 100주년 기념 음악회”를 위해서 의뢰한 곡인 듯하다. 그렇게 많은 의미를 담고 있는 ‘3·1 독립선언문’이라는 곡을 중창곡으로도 지루하지 않게 들었다. 

황경수 제주대학교 행정학과 교수. ⓒ헤드라인제주
황경수 제주대학교 행정학과 교수. ⓒ헤드라인제주

대한민국 국민으로써 의지와 긴장이 계속 유지됨을 느낄 수 있었다. 기존 애국가에 대해 논의를 한다면 불경죄로 벌을 받을 수도 있겠으나 추가적으로 애국가를 만들어보자 하신다면 이 곡의 부분 부분에서 발췌하여 구성하면 좋을 듯 했다. 그 가사는 ‘독립선언문’이므로 애국가 가사로는 더 이상 좋을 수 없다. 선율도 좋다. 독립선언문 마지막 부분의 문구이다. ‘시작이 곧 성공이다. 다만, 저 앞의 밝은 빛을 향하여 힘차게 나아갈 뿐이다.’ 오늘의 우리에게 하시는 말씀 같다.<황경수 / 제주대학교 행정학과 교수>

*이 글은 헤드라인제주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제주 프라임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의 '제주, 독립을 외치다' 공연. 연주자들의 보면대에 태극기가 붙어있다. ⓒ헤드라인제주
제주 프라임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의 '제주, 독립을 외치다' 공연. 연주자들의 보면대에 태극기가 붙어있다. ⓒ헤드라인제주
제주 프라임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의 '제주, 독립을 외치다' 공연. 관중석에서 태극기 흔들고 있다. ⓒ헤드라인제주
제주 프라임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의 '제주, 독립을 외치다' 공연. 관중석에서 태극기 흔들고 있다. ⓒ헤드라인제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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