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농산물 유통의 새로운 패러다임 절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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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농산물 유통의 새로운 패러다임 절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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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한승철 제주연구원 책임연구원
한승철 제주연구원 책임연구원 ⓒ헤드라인제주
한승철 제주연구원 책임연구원 ⓒ헤드라인제주

제주지역의 연간 농산물 생산량은 120만톤에서 140만톤에 달한다. 이 중에서 육지부로 출하되는 물량은 명확한 통계가 없다. 다만 제주 항만물류 통계를 기준으로 보면, 연간 80만톤가량 출하되는 것으로 추정된다. 유통구조는 육지부와 대동소이하다. 지역농협을 통한 계통출하, 생산조직과 수집상이 보내는 도매시장경매, 백화점·할인점과 같은 전문유통업체와의 계약, 그리고 소비자와의 직거래 등이 있다.

우리나라 농산물 유통의 3대 과제로 높은 유통비용, 높은 가격 변동성, 그리고 산지가격과 소비자가격의 비연동성을 꼽는다. 여러 연구보고서에서 농산물 유통의 문제점으로 생산자조직의 영세성, 상품화 및 신제품 개발 미흡, 마케팅 능력 및 고객관리 미흡, 가격관리의 어려움, 효율적인 유통관리 미흡, 물류관리 미흡, 유통관련 통계 미비 등이 나열되곤 한다.

제주 농산물의 경우도 이 같은 문제투성이인 유통체계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복잡한 유통단계로 인해 비용이 많이 들고, 생산과 수급 조절이 어려워 가격폭락과 산지폐기가 반복되곤 한다. 더욱이 해상물류비가 추가됨으로 인한 수송비 증가로 인해 애써 생산한 농산물을 어렵게 팔아도 정작 농민의 손에 쥐어지는 돈은 그만큼 작아지곤 하였다.

올해는 제주농민들은 유난히 힘든 한해를 보내고 있다. 유례없는 가을장마와 연이은 태풍으로 당근 등 월동채소의 씨앗을 파종하고, 또 파종하고, 또 파종하는 등 힘겨운 나날을 보냈다. 여건이 안 되는 밭에서는 아예 겨울채소 농사를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엎친데 덮친격으로 우리나라가 WTO개발도상국 지위를 포기하는 상황과 맞닥뜨리고 있다. 관세와 보조금 혜택 축소뿐만 아니라 예상외의 피해를 우려하지 않을 수 없는 지경이다.

지난달 말경‘농정틀 전환을 위한 국민 제안 100인 원탁회의’라는 행사에 참여한 바 있는데, 농민소득의 보장과 농산물 유통구조의 개선이 최고의 핵심과제였다. 그래서인지 한 때 격앙된 분위기도 연출되고, 참석자 모두 열심히 농정의 문제에 몰두했던 것으로 기억된다.

다시 제주 농산물 유통문제에 대해 더 이야기를 하고자 한다. 10년 가까이 농산물 해상운송비 지원 건의가 받아들여지지 않고 있다. 기획재정부의 문턱에서 매번 좌절되어 농민들의 사기를 꺾고 있다. 권역별 도매물류센터 구축 등도 안 되고 있다. 어쩌면 이러한 구체적인 과제들이 풀리지 않으면서 제주농산물 유통의 문제를 더욱 꼬이게 한 것은 아닐까. 해상운송비 지원 예산을 따면 모든 문제가 해결된다 착각하고 있지 않는지......

사실 제주농산물 유통 실태에 대한 정확한 진단이 절실하다. 제주농산물이 제값을 받기 위한 정책제언들은 있었지만, 얼마정도의 물량이 육지로 출하되고, 출하처별 비중은 어떠한지 체계적인 조사보고서는 없었다. 일부 품목에 한해 농수산식품유통공사의 표본 조사결과가 전부였다.

월동채소만하더라도 해상은 물론 항공으로도 출하되는데, 품목별로 그 물량이 파악되어야 적절한 인프라 확충 등 지원정책들이 발굴될 수 있다. 모바일시대를 맞아 소비자의 농산물 구매패턴이 급변하고 있다. 택배수송 실태 및 물량을 파악해야 전체 유통구조의 윤곽이 나오는데, 도매시장 위주 출하에 몰두하는 것은 아닌지 의문을 던져볼 필요가 있다.

미국 노스웨스턴대 블랫버그 로버트 교수는 일찍이 농산물 유통발전의 시장 5단계론을 제시했다. 도매시장은 3단계(차별화되지 않는 제품, 집중된 시장)에 해당된다. 유통의 선진화를 위해서는 4단계(차별화된 제품, 집중된 시장), 5단계(차별화된 제품, 분산된 시장)로 발전해야 한다. 이밖에도 전국에 공영 농산물 도매시장이 33개소가 있는데 왜 제주도엔 없는지 의문부호를 부쳐야 한다.

‘신유통’이란 말은 10년 전부터 나왔다. 소비구조가 변하고 있고 도·소매 유통환경도 변하고 있다. 제주농산물 유통 실태를 정기조사하고, 그 결과를 토대로 유통정책을 발굴해야 한다. 새로운 패러다임에 맞도록 도농산물유통 관련 조직 확대가 절실하다. <한승철 제주연구원 책임연구원>

*이 글은 헤드라인제주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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