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복의 오늘]<3>초등학교 졸업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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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복의 오늘]<3>초등학교 졸업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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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방을 정리하다가 많은 책들 가운데 내 초등학교 때의 졸업앨범을 발견하였다. 오랜만에 꺼내보는 거라 신기한 느낌에 웃음이 절로 나왔다. 그러고 보니 내가 졸업하던 때가 생각이 난다.

졸업식은 학교 운동장에서 시작되었다. 식이 시작되기 전, 교문 앞은 벌써부터 좋은 자리를 확보하려는 사람들로 붐비기 시작했고, 운동장은 여러 선생님들과 4,5학년 후배들이 일찍 나와서 주변을 깨끗이 청소도 하고, 의자를 정돈하는 등, 졸업식 준비가 한창이였다. 간혹 어떤 학부모님들은 일찍부터 식장에 도착해서 진행 상황을 지켜보고 있기도 하였다.

“지금부터 00초등학교 제 1회 졸업식을 거행하겠습니다.”라는 진행을 맡으신 선생님의 개회선언에 따라 우리 모두는 자리에서 일어나 교악대 선생님의 지휘에 맞춰 국민의례가 시작되었고, 교장 선생님의 회고가 뒤따랐다.

그러나 어떤 친구들은 그때까지도 ‘졸업’ 한다는 사실이 실감나지 않는지 자꾸만 옆 사람과 장난을 치는 것이다. 교장 선생님의 회고가 끝나고, 송사를 하기 위해 재학생을 대표해서 5학년 여학생이 단상으로 올라가서는 내빈들께 인사를 하고서 미리 준비해온 원고를 읽기 시작하였다.

처음에는 또랑또랑한 목소리로 읽다가 중간쯤에서는 울먹이는 소리로 읽어 내려가더니 끝내 그 학생도 울고, 여자졸업생들도 우는 등 완전히 울음바다가 되고 말았다. 나 역시 그것을 듣고 있노라니 지난 6년간의 친구들과의 우정, 고마우신 선생님들과의 추억들이 주마등처럼 스쳐 눈시울이 뜨거워졌다. 울음의 연쇄반응이었을까.

졸업식의 하이라이트인 ‘졸업식의 노래’를 교악대의 반주에 맞춰서 노래를 부르는 가운데 여기저기서 많은 여학생들의 울음소리가 들려왔다. 이 노래를 끝으로 졸업식은 모두 끝났다.

식이 끝나자, 나는 가족들, 평소에 친했던 친구들, 담임선생님들과도 졸업기념 사진을 찍었다. 부모님을 비롯하여 여동생, 그리고 여러 사람들이 식장에 와서 졸업을 축하해 주셨던 기억이 난다.

얼마 전에 어느 초등학교 졸업식 하는 걸 본 적이 있었다. 그런데 요즘 학생들은 눈물을 흘리는 모습을 찾아 볼 수가 없었고, 오히려 웃고 즐기는 듯한 느낌마저 들었다. 게다가 멀티미디어를 이용해서 대형 스크린으로 지난 6년간의 학교생활을 뒤돌아보는 모습들이 예전과는 많이 바뀌어 있었다. 졸업식의 새 풍속도라고 할까.

나와 같이 교실에서 같이 공부하고 뛰놀던 그 친구들은 지금쯤 다들 가장이 되어서 잘들 살고 있겠지? 그리고 그때의 우리 담임선생님은 지금도 후배들을 열심히 가르치시고 계실까?’ 옛 시절을 회상하면 지금도 가슴이 뛴다.
<헤드라인제주>

 

이성복씨 그는 ...
 
이성복님은 제주장애인자립생활연대 회원으로, 뇌변병 2급 장애를 딛고 지난 2006년 종합문예지 '대한문학'가을호에서 수필부문 신인상을 받으면서 당당하게 수필가로 등단하였습니다.

현재 그는 '글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의 회원으로 적극적인 집필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독자 여러분의 많은 성원과 격려 부탁드립니다. <편집자 주>

*이 글의 1차적 저작권은 이성복 객원필진에게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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