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복의 오늘]<1> 첫 월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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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복의 오늘]<1> 첫 월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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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직장을 구하던 중에 아는 형님으로부터 전화 한통이 걸려왔다.

 “컴퓨터 작업을 하는 공공근로 사업이 있으니 너의 적성에도 맞을 것 같은데, 해보지 않겠니?”하는 내용의 전화였다. 이것이 나에게는 첫 사회생활이 된 셈이었다.

처음에는 내가 전혀 경험하지 못한 것이어서 좀 낯설게 느껴지기도 하였으나 8개월이라는 긴 시간동안 ‘열심히 배운다’는 목표를 정하고서 필요한 서류들을 하나씩 준비하기 위하여 여기저기 돌아 다녔다.

몸은 많이 지치기는 하였으나 ‘나도 일을 할 수 있다’는 생각에 절로 힘이 나서 그리 힘든 줄도 몰랐다. 마침내 모든 구비서류들을 갖춰놓고 무사히 접수를 끝냈다.

며칠 후, “합격하셨습니다. 내일 면접 보러 오세요.”라는 연락을 받았다. 이 사실을 식구들에게 알렸더니 “잘 됐구나. 열심히 해보렴.”하며 격려의 말까지 덧붙여 주었다. 그래서 다음날 아는 형님이랑 같이 면접장으로 향했다. 차안에서 그 형님은 나에게 도움 되는 말들을 많이 해 주었다. 차는 어느덧 면접장소에 도착하였다.

입구에 들어서니 많은 사람들이 차례를 기다리며 도란도란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면접관에게 내 이름을 말하고 번호표를 받고 기다리면서 주위를 한번 둘러보니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사람들이 많이 있었다.

그 중에는 나와 같은 장애인들도 눈에 많이 띄었다. 내가 생각했던 면접과는 좀 차이가 있긴 했지만 면접관이 질문대로 또박또박 대답을 하였고, 면접시간은 그리 오래지 않고 끝냈다. 최종합격 여부는 전화로 알 수 있다고 얘기했다. 전화를 기다리는 동안 나는 마음이 불안하고 초조해서 아무 일도 손에 잡히지 않았다.

“내일부터 출근 하세요.”라는 최종합격 통보를 받고나니까 ‘후우~’ 하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기도 했다.

이튿날부터 2주간의 교육을 받았는데, 그 중에는 평소에 나와 친한 사람들도 많이 있었다. ‘교육’이라고 해봐야 출퇴근에 관한 것들과 이 사업에 관한 내용들이었다. 나는 교육을 받으면서 여러 사람들과 같이 어울리고, 때로는 인근 매점에서 점심도 같이 먹어가면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함께 나누면서 즐겁게 보냈다.

어느덧, 2주간의 교육은 끝나고, 각 부서별로 나눠 배치되었다. 교육 기간 동안이었지만 그 동안 친했던 사람들과도 이별을 해야 했다.

내가 배치된 곳은 컴퓨터 스캐너로 주로 사진이나 현상된 필름 원판을 스캐너로 출력하고 그 내용을 적어주는 일을 하는 부서이다. 사실, 처음에는 스캐너가 무엇이고, 사용하는 방법조차도 잘 몰랐었는데, 일을 하면서 조금씩 알게 되었다.

내가 이런 일을 처음 시작했을 때에는 ‘잘 할 수가 있을까?’ 하는 걱정도 있었다. 그러나 일을 시작하면서부터는 그런 나의 생각은 한낱 기우에 불과했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동료들은 나를 장애인이라 생각하지 않고, 회식이나 야유회 때도 함께 참여할 것을 권유해서 즐거운 시간을 보낸 적도 있다.

그 때의 생활중 지금도 잊혀지지 않은 기억이 있다. 그것은 바로 첫 월급을 받는 날이었다. 하루 일당으로 계산하여 월급제로 주었다. 첫 월급명세서를 받았을 때, 액수가 많고 적음이 아니라 내가 태어나서 처음으로 스스로 일을 했다고는 하는 것과 오랜만에 자식노릇을 제대로 한 것 같아서 기분이 좋았다.

‘첫 월급을 받으면 부모님 속옷을 사드리는 것’ 이라는 얘기를 듣고는 가게에 들러 속옷을 사고, 금액이 찍힌 통장을 함께 드렸더니 기뻐하셨다. 그런 모습을 보니 나 역시 마음 한 구석이 뭉클해지는 느낌도 들었다. 스스로 돈을 벌어보니까 돈의 소중함도 조금이나마 알 수가 있었고, 8개월 동안이었지만 여러 사람들을 만날 수 있어서 보람되고 즐거운 시간들이었다.

요즘에는 비장애인들도 대학을 졸업해도 일자리가 없어서 청년실업이 점점 늘어만 가는 실정인데, 나와 같은 중증 장애인들이 취업하기란 하늘에 별 따기 만큼이나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그나마 이제는 이런 컴퓨터를 이용한 일시적인 공공근로사업도 이제는 많이 없어졌다고 한다. 하루빨리 고용시장이 확대되어 취업을 희망하는 중증 장애인들도 비장애인들과 같이 더불어 열심히 일할 수 있는 기회가 점점 더 많아지기를 기대하여 본다. 
<헤드라인제주>


이성복님은 제주장애인자립생활연대 회원으로, 뇌변병 2급 장애를 딛고 지난 2006년 종합문예지 '대한문학' 가을호에서 수필부문 신인상을 받으면서 당당하게 수필가로 등단하였습니다.

현재 그는 '글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의 회원으로 적극적인 집필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독자 여러분의 많은 성원과 격려 부탁드립니다. <편집자 주>

*이 글의 1차적 저작권은 이성복 객원필진에게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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