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동채소 파종시기 놓쳐..."농사 40년에 이런 일 처음"
제주도와 남부지방에 많은 피해를 준 제17호 태풍이 물러난지 일주일만에 이번에는 더 강한 10월 태풍인 제18호 '미탁(MITAG)'이 북상 중이라는 소식이 전해진 28일.
제주시 구좌읍의 한 60대 농업인은 깊은 한숨만 내쉬었다. 월동 무를 파종하려고 하는데, 땅이 마를 날이 없어 파종을 못하는 상황이라고 했다.
그는 "땅이 마른 날이 있어야 밭을 갈든지 할 것인데,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이라며 "비가 그친 후 최소 이틀에서 5일 정도는 맑은 날씨가 지속돼야
하는데, 장마 끝나면 태풍, 태풍 끝나면 장마, 제주시 지역이 맑은 날에도 이곳은 소나기가 내리고..."라고 토로했다.
제주도 전역에서 잦은 '비'로 인한 농사 위기가 찾아온 가운데, 구좌읍 지역과 성산읍 지역은 하루가 멀다하고 국지적 호우가 이어지고 있다.
이번 비는 지난 8월 하순 시작으로 40여일 가까이 이어지고 있다. '정체전선'이 제주도에 장기간 머물면서 때아닌 장맛비가 이어졌고, 9월 초순에는 제13호 태풍 '링링'이 내습하면서 많은 비를 뿌렸다.
이 상흔이 아물기도 전에 지난 주말에는 제17호 태풍 '타파'가 내습해 무려 700mm가 넘는 '물폭탄'을 투하했다. 제주도내 대부분의 밭작물 농경지에서 많은 피해를 입은 것으로 나타났다.
구좌읍에서 월동채소를 재배하는 양모씨(53)는 "올해 같은 해는 정말 처음이다. 감자밭에 감자를 건져볼 것이 없고, 당근밭의 싹들도 폭우에 휩쓸려 갔다"고 했다.
또다른 농민은 "태풍이 온다는 뉴스를 보고 할 말을 잃었다"면서 "지금까지 장마에 태풍에 잃을 것 다 잃고 폐작했는데, 뭘 또 더 망치게 하려고 태풍이 오는지, 이젠 더 피해볼 것도 없다"고 울분을 터뜨렸다.
한편, 제18호 태풍 '미탁'은 당초 예상됐던 이동경로에서 서쪽으로 방향을 살짝 틀면서 제주도 최근접 통과 시점은 2일 오후 5~6시쯤으로 예측되고 있다.
중심기압 975헥토파스칼에 최대풍속 32~39m의 강풍을 동반한 현재 대만 타이베이 남남동쪽 먼바다에서 북서쪽으로 이동 중이다.
1일 오후 9시에는 중국 상하이 남동쪽 약 280km 부근 해상까지 북상하고, 2일 오후 6시쯤에는 제주도 해상에 가장 가까이 접근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제주도 최근접 시간은 서귀포시는 2일 오후 5시(태풍 중심에서 110km 거리), 제주시는 오후 6시(90km 거리)로 예상된다.
제주도 통과 후에는 이날 밤 9시목포 남쪽 약 20km 부근 해상까지 북상하고, 이어 남해안에 상륙해 전남에서 경남 내륙을 관통할 것으로 전망된다.
3일 오전에는 동해상을 통해 빠져 나가 동북동쪽으로 이동을 하다가 온대저기압으로 약화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헤드라인제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