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4.3연구 30년 '진상규명', 성과와 과제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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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4.3연구 30년 '진상규명', 성과와 과제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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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4.3연구소 창립 30주년 세미나.특별전
"정명, 다양한 구도서 분석...해외문헌조사 확대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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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8일 열린 '제주4.3연구 30년, 성과와 과제' 세미나.ⓒ헤드라인제주
제주4.3연구소(이사장 이규배, 소장 허영선) 창립 30주년을 기념행사가 27일 열린 가운데, 당면 과제인 4.3 정명(正名) 찾기를 비롯해 추가적인 해외 4.3문헌 발굴조사 확대 필요성 등이 제기됐다.

제주4.3연구소는 이날 오후 2시 4.3평화기념관 1층 대강당에서 '제주4.3연구 30년, 성과와 과제'를 주제로 한 제주4.3 도민공감대 확산을 위한 세미나를 개최했다.

이 세미나는 그동안의 4.3연구를 돌아보고 향후 4.3연구의 지평을 넓히기 위한 과제와 미래를 모색하자는 취지로 마련됐다.

김영범 교수(대구대학교)는 '비원과 기억 : 4.3의 정명은 가능한가'라는 주제의 기조발표를 통해 정명 찾기와 관련한 현실적 문제를 제기했다.

김 교수는 "4.3은 아직도 변방의 관점에서 토종 제주인의 눈으로 세밀히 봐야한다"면서 "그러면서 제주인의 견지에서 그동안 4.3을 영웅화.신화화를 통해 일종의 '기념비적 역사'를 쓰려했던 것은 아닌지 반성과 자기비판이 필요한 시점이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런데, 왜 하필 제주도만 '현대사의 최대 비극'이 벌어졌는지에 대한 답은 찾지 못했다"면서 "다양한 구도에서 4.3을 분석하면서 정명을 찾자"고 제안했다.

김 교수는 '정명 찾기'와 관련한 그동안 논의 및 4.3성격에 대한 시각들을 종합적으로 설명한 후, "비교적 긍정적 시각을 담아내면서 설득력도 있는 견해로 최근에 제출한 것이 4.3은 '진정한 의미의 독립운동' 즉 '제2의 독립운동'이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또 "4.3의 근본 성격은 '침탈외세배격운동', 더 적극적으로 해석하면 '제주해방.자결투쟁'으로 규정됨이 맞지 않느냐"면서 "제주항쟁은 완전한 민족해방만 아니라 제주독립의 의미도 두텁게 내재시킨 것이었는데, 그 이중적 내포가 다 포괄되게끔 재명명한다면 '제주 독립항쟁;이라고 해야 옳다고 본다"고 피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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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영범 대구대 교수. ⓒ헤드라인제주

◆ "미국 등 해외 4.3자료 발굴조사 확대 필요"

박찬식 제주4.3연구소 이사의 사회로 진행된 제2부 '제주4.3 연구 30년, 성과와 과제'에서는 제주4.3과 사료'(허호준 한겨레 선임기자), 제주4.3과 구술채록(김은희, 제주4.3연구소 연구실장), 제주4.3과 평화기행(오승국, 제주4.3평화재단 총무팀장), 제주4.3과 지역운동(강남규, 제주민주화운동사료연구소 이사장) 등의 주제발표가 이어졌다.

허호준 선임기자는 주제발표에서 "제주4.3의 큰 진상은 상당부분 밝혀졌으나 미시적으로 들어가면 여전히 밝혀야 할 부분들이 많다"면서 "지역적, 국내적, 국제적 시각으로 4.3을 조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4.3을 처음부터 끝까지 기록한 곳도, 자료가 남아있는 곳도 미국이다"며 미국을 비롯한 해외 자료조사를 강화해야 함을 역설했다.

또 "현재 증언 축적에 대해 새로운 기록의 발굴은 상대적으로 미흡하며, 2003년 정부의 진상조사보고서 작성을 끝으로 공적기관의 4.3자료 발굴노력은 사실상 없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고 지적했다.

허 선임기자는 "일본 국회도서관도 미국 내 기관에서 많은 자료를 갖고 있고, 제주도민의 밀항, 일본 내 언론의 4.3 기사가 있는 만큼 이 역시 4.3 문헌자료 발굴 대상"이라며 "이밖에 오스트레일리아와 영국 등의 문헌자료 발굴도 필요하다"고 피력했다.

이어 "이를 통해 제주 3.1사건을 전후한 상황, 평화회담과 미국의 개입, 초토화 시기 군경의 작전과 미국의 역할 등이 규명되고, 국제적으로는 냉전체제 속에서 미국의 대 한반도, 대 제주도 정책 등이 규명돼야 할 것"이라며 "문헌자료 발굴과 이에 대한 비판적 검토를 통해 제주4.3의 진상을 이어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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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규배 제주4.3연구소 이사장. ⓒ헤드라인제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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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희범 제주시장. ⓒ헤드라인제주

◆ "4.3진상규명 과정 4.3연구소 이뤄낸 성과 큰 몫"

이날 행사에는 고희범 제주시장과 양조훈 제주4.3평화재단 이사장을 비롯해 4.3단체 및 유족, 연구소 회원 등이 대거 참석했다.

이규배 제주4.3연구소 이사장은 "제주4.3연구소 30년, '4.3의 진실은 우리가 밝힌다'는 결기와 함께 분노도 해학도 웃음도 함께 했던 연구소였다"면서 "되돌아보면, 그런 연구소의 사람들은 동굴과 지하에 묻혀있던 학살의 진실들을 드러내고, 먼지 가득한 창고 속에서 각종 기록들을 꺼내 올리고, 기억의 저편에 숨겨두었던 비극의 증언들을 끄집어내며, 제주의 땅에 새겨진 비극의 현장을 이곳저곳 순례했던 세월이었다"고 회고했다.

그러면서 "앞으로 얼마나 더 먼 길을 가야할지, 어떤 일들이 기다리고 있을지는 아무도 모를 것"이라며 "30년 전에도 그렇게 시작했을 것인데, 이제 지난 30년을 되돌아보는 데서 새롭게 출발할 것"이라고 피력했다.

고희범 시장은 "4.3진상규명 운동 과정에서 연구소가 이뤄낸 성과들은 대단히 큰 몫을 차지한다"며 "생존 피해자와 유족들의 증언을 기록하고, 긴 세월 지하에 방치됐던 유해를 발굴하고, 미국.일본 등지의 4.3 관련 자료를 찾아내는 등의 작업은 4.3진상규명의 토대가 됐다"고 평했다.

◆ 4.3연구소 30주년 특별전 개막

한편, 이날 세미나가 끝난 후에는 오후 5시에는 4.3평화기념관 2층 전시실에서 제주4.3연구소 30주년 기념 특별전 개막식이 열렸다.

이날부터 11월3일까지 이어지는 전시의 연출은 제주출신인 박선후 감독이 담당했다

전시는 1989년 다변했던 국내.외 정세 속에 개소식 장소인 제주시 용담동 공임쌀집(2층)을 공간적으로 재현, 연구소 창립의 그날과 그 공간으로 들어가면서 시작된다.

제주4.3연구소 서른 해의 기억과 기록을 시간의 흐름 순으로 구성한 이번 전시는 1989년부터 1999년까지 주요사업, 2000년부터 2019년 현재까지 주요사업, 유해발굴과 증언본풀이, 별도의 영상코너 운영 등을 한 눈에 알 수 있게 평면과 입체로 배치됐다.

코너의 마지막인 '진실과 정의가 바로 서는 그날을 향해'에서는 '4.3연구소에 바란다'에 관람자가 참여하는 형식을 취했다.

창립 당시 젊은 현기영 소장의 인사말부터 4.3연구소가 30년간 행사했던 현수막 30점과 포스터를 선별해 전시된다. 시대별로 발간된 4.3책자 및 보고서, 구술증언 테이프 등 4.3연구소의 일차적인 사료들도 볼 수 있다.

전국에서 과거사 관련 순수민간연구단체로는 보기 드문 역사를 갖는 제주4.3연구소는 4·3이 서슬 퍼렇던 1989년 5월 10일 문을 열고, 4.3진상규명과 명예회복운동에 앞장서 왔다.

창립 첫 해에 4.3관련 최초의 증언채록집인 '이제사 말햄수다'1, 2권(1989)을 펴낸 것을 시작으로 구술채록, 역사기행, 자료 발굴, 국내외 학술대회 등을 통해 4.3진상규명 역사 30여년과 함께 4.3의 진실을 알려왔다.

제주4.3연구소는 관계자는 "한세대의 여정과 기록을 모아 내놓는 30주년기념 특별전이 온전히 앞으로도 해원해야 할 4.3의 진실에 바치는 우리들의 염원이 담겨있는 전시가 되기를 소망한다"고 말했다. <헤드라인제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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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4.3연구소 30주년 기념 특별전.ⓒ헤드라인제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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