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현병 환자는 잠재적 범죄자가 아닌 '치료의 대상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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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현병 환자는 잠재적 범죄자가 아닌 '치료의 대상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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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인권 이야기] 김혜옥 / 제주특별자치도장애인권익옹호기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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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혜옥 / 제주특별자치도장애인권익옹호기관 ⓒ헤드라인제주
지난 4월, 경남 진주에서 아파트에 불을 지르고 주민들을 무참히 흉기로 휘두른 끔찍한 방화 살인사건이 일어났다. 이 참극으로 5명이 사망하고 16명이 다쳤다. 범인, ‘안인득’이 검거되고… 그리고 열흘 뒤, 부산 사하구에서 60대 누나를 살해한 50대 남성이 잡혔다는 뉴스도 접했다.

이 두 사건의 공통점은 피의자 두 사람 모두 조현병(調絃病)을 앓고 있다는 점이다.

최근 늘어가는 강력범죄와 조현병을 다룬 보도가 쏟아지면서 조현병 환자의 강력범죄 사건이 연이어 보도되면서 많은 사람들이 ‘조현병’하면 강력범죄를 떠올리게 된다. 실제 질환과 범죄의 인과관계와는 상관없이 조현병 환자에 대한 공포는 전 사회적으로 확산되고, 조현병을 앓고 있는 당사자들은 몸과 마음에 고통을 겪고 있다.

언론에 노출된 급성기 때의 조현병 환자들의 모습만을 보고 국민들은 조현병 환자들을 범죄자로 낙인찍어 바라보기 시작했다. 조현병 환자의 범죄가 터질 때마다 이들을 향한 차가운 시선과 세상의 낙인은 피할 수 없는 아픔이 되고 있다. 겁을 먹은 조현병 환자들은 더욱 더 고립되며 사회에서 숨어 버렸다.

일각에서는 2016년 기존의 정신보건법이 정신건강보건법으로 개정되면서 강제입원이 한층 까다로워져서 정작 치료가 필요한 환자들마저 사각지대에 방치하고 있다고 비판한다.

그러나 조현병 환자들에 대해 낙인을 찍고, 이들을 ‘통제’할 수 있는 방안을 요구하기 전에 우리는 고민해봐야 한다. 정말 조현병이에 대해 제대로 알고 있는지, 또 이 질환이 범죄로 이어지는지와 같은 문제들을 말이다.

과연 우리는 조현병에 대해서 얼마나 잘 알고 있을까?

정신질환인 조현병은 원래 정신분열증으로 불렸다. 좀 더 인권 친화적으로 2011년 새롭게 이름 붙였다. 정신질환자를 향한 사회적 편견을 해소하자는 의미다.

조현병은 장애망상, 환청, 사고장애 및 기괴한 행동 등의 양성증상이나 사회적 위축과 같은 음성증상이 심하고, 현저한 인격 변화가 있으며, 기능 및 능력 장애가 있는 경우를 말한다.

조현병은 치료만 잘 받으면 정상적인 생활이 가능하다. 정신건강의학분야 전문가들은 “조현병은 조기에 발견할수록 치료 결과가 좋아진다”고 설명한다. 다만 조현병은 좋았다가 나빠지는 파도와 같은 흐름이 있다고 한다. 갑자기 위험신호가 오는 시기를 급성기라고 하는데, 이때에 급격하게 환청과 망상 등의 이상행동을 보이게 된다고 한다.

실제로 환자들이 문제를 일으키는 시기는 대부분 급성기 때라고 한다.

그렇다면, ‘강제입원이 유일한 답인가?’ 라는 의문이 든다.

지금까지 조현병에 대한 대안이라는 게 약물치료나 입원치료에 불과했고, 어렵게 입원했다 하더라도 실직적인 치료보다는 격리에 초점을 둔 것이 현실이다. 실제로 조현병 환자의 상당수가 입원하면서 병을 키워왔다고 호소했다. 입원치료 방식이 끔찍했고 제대로 된 치료가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런 강제입원 트라우마가 치료를 받아야 할 시기에 오히려 치료를 거부하게 되는 문제점을 발생시킨 것은 아닐까?

이번엔 조현병과 범죄의 연관성에 대해 생각해보자. 조현병 환자의 범죄율만을 따로 분류한 자료는 없으나, 정신질환자의 범죄율을 다룬 국내 연구나 2017년 발표된 대검찰청 범죄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비정신질환자의 범죄율은 1.2%, 정신질환자의 범죄율은 0.08%로 훨씬 낮았다. 또한 정신질환자의 범죄는 대부분 치료를 받기 전에 발생하며, 치료를 받은 이후에는 범죄 위험성이 94% 이상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언론보도를 통해 조현병을 비롯한 정신질환자의 범죄가 비정신질환자의 범죄보다 더욱 부각되고, 강력범죄 사건에 일단 정신질환을 먼저 관련시키고 보는 일이 생기며 사회적으로 조현병 환자에 대한 무의시적인 거부감과 편견을 확장시키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분위기가 우리 사회에 만연하면 정작 치료가 필요한 환자들도 더욱 안으로 숨어들고 약물 등으로 관리가능한 시기를 놓쳐 치료 환경이 나빠질 수 있다.

조현병 문제는 격리가 아닌 사회적 관계를 통해 정신질환을 극복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정신건강복지센터와 지역사회에서 당사자의 회복을 도울 수 있는 형태의 재활서비스 기능을 강화하고, 입원하지 않고 통원 치료처럼 집에서 오가며 의료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낮병원 등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

국내에 등록된 정신질환자는 약 10만명 정도이며, 보건복지부는 사각지대에 방치되어 있는 환자들이 무려 33만 명이 넘을 것으로 보고 있다.

100명중 한명 꼴로 발병한다고 하는데, 조현병은 멀리 있는 것이 아니다. 가까운 나의 가족이 걸릴 수도 있는 병이다. 이런 조현병 환자들을 잠재적 범죄자가 아닌 마음이 아픈 사람으로, 치료의 대상자로 바라보는 인식이 필요하며, 이들 또한, 우리사회의 존중받는 사회구성원으로서 스스로를 돌볼 수 있는 역량을 키워나갈 수 있도록 정부의 지원과 관리대책이 뒤따르길 바란다. <김혜옥 제주특별자치도장애인권익옹호기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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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 인권 이야기는...

우리 사회는 장애인을 단순한 보호 대상으로만 바라보며 장애인의 문제를 대신 해결해 주려고 하고 있다. 하지만 장애인은 치료받아야 할 환자도, 보호받아야 할 어린이도, 그렇다고 우대받아야할 벼슬도 아니다.

장애인은 장애 그 자체보다도 사회적 편견의 희생자이며, 따라서 장애의 문제는 사회적 환경에서 비롯된다고 할 수 있다.

(사)제주장애인인권포럼의 <장애인인권 이야기>에서는 장애인당사자의 입장에서 바라보는 세상에 대해 새로운 시선으로 다양하게 풀어나가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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