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제2공항 문제와 전문가 담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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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제2공항 문제와 전문가 담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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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강봉수 / 제주대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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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봉수 제주대 교수.
제주 제2공항 건설을 둘러싼 찬반갈등이 더욱 심화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국토교통부와 제주도는 일방적 추진 쪽으로 정책의 가닥을 잡았다. 그렇게 결정한 배경에는 사타용역에 대해 전에 없는 재검토 과정을 거쳤지만 이른바 전문가들에 의해 중대한 하자가 없는 것으로 판명되었다고 여기기 때문인 것 같다.

재검토위 주최 TV토론회에 국토부측 인사로 참여했던 모 대학 교수는 전문가들을 믿으라하였고, 원희룡 지사는 공론조사를 바라는 도민여론에 대해 전문적 영역을 일반인의 공론에 맡기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주장했다.

대체 전문가가 누구인가? 국어사전에 의하면, 전문가란 “특정 분야의 일을 줄곧 해 와서 그에 관해 풍부하고 깊이 있는 지식이나 경험을 가지고 있는 사람”을 말한다. 행인지 불행인지 모르지만, 지식정보화시대인 오늘날 전문가와 일반인의 경계는 거의 허물어졌다.

정보 접근능력을 가진 사람이라면 누구라도 원하는 전문적 영역을 들여다 볼 수 있게 되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반인보다는 전문가가 자기영역을 보는 안목에서 더 탁월할 것이다. 그는 풍부한 지식만이 아니라 경험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점에서 전문가의 식견을 무시할 수는 없다.

물론 제주제2공항 관련 용역들도 항공 분야 전문가들이 했을 것이다. 그러나 모 대학 교수가 전문가를 믿으라고 한 주장을 용납하더라도 그 자체로 문제가 있다.

용역에 참여한 전문가들은 항공이라는 전문적 영역에만 국한해서 연구를 수행했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용역진은 항공 외적인 부분, 이를테면 제주의 환경적 사회적 수용력 등에 대해서는 검토하지 않았고 할 수도 없었을 것이다.

이것은 재검토위 과정에서 그들이 스스로 인정한 부분이기도 하다. 이러한 점에서 국토부나 원 지사의 시각에서 일반인으로 보여 지는 반대 측 재검토위원이나 언론사 기자들의 문제제기에 대해 설득력 있는 답변을 주고 싶다면 또 다른 전문가 용역을 수행해야 마땅하다.

전문가들이 제주제2공항 관련 용역들을 수행했다면 그들은 용역을 과학적 사실에 입각하여 공정하게 연구하고, 그 결과에 대해서도 겸허한 자세를 취했어야 옳다.

그러나 그들은 용역에서 신공항건설안과 현 제주공항 활용안에 대해서는 배제하거나 소략하게 처리했고, 제2공항 건설안과 관련해서도 반대 측 재검토위가 제기한 유력후보지의 고의적 배제, 군 공역 항공로 중첩, 안개일수 조작, 철새도래지 문제와 오름 절취 등의 환경 파괴적 요소들에 대해 전혀 문제가 없다고 일축하였다. 어떻게 전문가란 사람들이 자신들을 믿으라하고 확언적으로 대답을 할 수 있는지 모르겠다. 확언적으로 자기주장을 하는 사람은 전문가가 아니라 사기꾼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뇌과학과 기술 분야의 전문 리포터인 라피 레츠터는 허핑톤포스트지에 전문가와 사기꾼의 구별법을 칼럼으로 기고했는데, "전문가는 자신이 아는 게 그리 많지 않다고 말하고, 사기꾼들은 반대로 모든 것을 알거나 자신이 모든 것을 알고 있다고 착각한다."고 하였다. 그의 기고문을 바탕으로 위키백과는 전문가와 사기꾼의 차이를 이렇게 정리하고 있다.

“다 그런 것은 아니지만, 전문가는 자신이 조사하고 연구한 것에 허점이 있을 수 있고, 아직 모르는 영역이 있을 수 있음을 인정하며 조심스럽게 말하는 반면, 사기꾼은 자신이 연구한 것이 충분한 근거가 없음에도 모두 사실인 마냥 말하는 차이점이 있다.” 이러한 전문가와 사기꾼의 구별법이 맞다면 나는 제주제2공항 관련 용역진이 전문가가 아니라 사기꾼에 가깝다고 볼 수밖에 없다.

제주제2공항 관련 용역진은 사기꾼이 아니라면 전문가를 가장한 용역전문꾼이라고 보아야 할 것이다. 물론 모든 용역 참여자들이 용역전문꾼들은 아니다. 그러나 내가 경험하는 대학사회에서는 ‘용역교수’, ‘프로젝트교수’라는 비아냥 섞인 명칭이 존재한다.

그들은 대체로 국가나 자치단체의 용역에 자주 참여하여 발주처의 입맛에 맞게 과제를 수행해 주는 교수들을 지칭한다. 진정한 전문가가 국가나 지자체의 용역에 참여하는 것은 국가와 지역발전을 위해 중요한 일이다. 전문가는 과학적 사실에 입각하여 공정하게 용역을 수행하여 국가와 지자체의 정책결정이나 실현에 도움을 주기 때문이다. 그러나 대체로 이것이 쉽지 않은 것도 현실이다. 수많은 용역비를 받은 입장에서 발주처의 과업지시서나 입장을 모른 척 하지 못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나는 제주제2공항 관련 용역진도 국토부의 입맛에 맞게 연구를 수행한 용역전문꾼들이 아니었는지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제주제2공항 관련 용역진이 사기꾼도 용역전문꾼들도 아니고 진정한 전문가들이라 보아도 여전히 문제는 남는다. 현 제주공항의 확장과 시설개선 및 관제능력 향상으로 늘어나는 공항수요를 맞출 수 있다는 ADPi 자문보고서가 공개되었기 때문이다. ADPi 보고서를 작성한 파리공항공단 엔지니어링은 공항 프로젝트 수주가 700개를 넘는 세계적 업체라고 한다. 그만큼 전문성이 입증된 기관이라는 것이다.

제주제2공항 관련 용역진이 진정한 전문가임을 자처하고, ADPi 보고서를 작성한 사람들도 세계적 수준의 전문가집단이라면 대체 누구의 주장이 맞는 것인가? 국토부는 TF팀을 구성해 ADPi 보고서를 검토하여 수용불가로 판정했다지만 ADPi 보고서를 작성한 사람들에게 반론의 기회를 주었던 것도 아니기 때문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국토부의 일방적 입장을 수용하라면 도민들이 결코 수긍할 수 없는 노릇이다.

국토부와 제주제2공항 관련 용역진이 자신들의 전문가적 식견이 더 탁월하다고 자신한다면 ADPi 보고서를 작성한 사람들을 불러와서 공개적인 토론을 하는 것이 맞다. 이것만이 찬성 측이든 반대 측을 설득하고 도민들의 선택을 돕는 길이라고 본다. 물론 공개토론회로도 모든 문제가 종결되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전문가라는 사람들은 설득당하기보다는 자기주장을 내려놓지 않으려 하는 성격이 강한 존재들이기 때문이다. 그러면 결국 해결책은 무엇인가? 도민들이 스스로 결정하도록 해야 한다. 도의회(의장)와 시민사회가 이구동성으로 도민 공론화를 통한 갈등 해결 주장은 그래서 설득력을 얻는다.

사족으로, 우리사회의 각 분야와 대학의 전문가들이 지식과 경험이 풍부한 지식인에 안주하지 말고, 전문가적 식견을 바탕으로 사회정의 실현에도 나서는 지성인의 품성을 회복했으면 하는 바램을 가져본다. <강봉수 / 제주대학교 교수>

*이 글은 헤드라인제주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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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사람 2019-07-09 08:40:11 | 112.***.***.78
ㅎ흐.ㅈ들이꾜수이고전문가라고껄떡일땐는언젠데

제주사람 2019-07-09 07:21:48 | 58.***.***.73
이런 글들이 더욱더 분란을 야기시키기 위한 의도적인 글로 보입니다.
팩트는 공항건설 반대하는 사람은 없다입니다.
환경단체를 빙자한 육지데모꾼은 돈 벌기위해..
성산반대파는 보상금 더 받을려고..
서쪽사람들은 성산말고 대정 신도리로 공항 이전..
제주시사람들는 제주공항으로 인한 기득권 일부가 서귀포 동쪽으로 뺏길까봐...
세상 모든일을 전문가를 믿지 못하고 조직적인 이익세력들이 조종하는 공론화로 결정한다면 이나라놔 제주도의 미래는 정말 암울할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제주대 교수라는 분도 전문가는 아니신듯 굳이 제주대 교수라고 밝히시는 의도는 이글이 교수라는 전문가가 쓴 글이니 무조건 따르라는 의미..




성산사람 2019-07-09 06:55:22 | 49.***.***.44
댓글 부대는
전문가일까요?
사기꾼일까요?

2019-07-08 20:05:51 | 116.***.***.162
전문가들이 자신의 분야에 대해 확언적인 의견의 제시하지 못한다면, 누가 그렇게 할 수 있습니까?
모든 결정을 포퓰리즘에 따라서, 다수결에의해 해야 한다는 말씀인가요?
학문의 분야에서는 특정한 진리를 논할때에는 충분히 토론과 성찰을 거쳐 결론에 도달하는 것이 합리적이겠지요 공항설립과 관련해서 특정한 입장을 가지시는 것은 이해할 만한 일입니다.
하지만 교수의 직함을 내세워서 여론몰이에 나서서는 곤란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문제에 있어서는 강교수 당신도 한 사람의 도민일 뿐이기 때문입니다.

크루즈검객 2019-07-08 18:50:50 | 175.***.***.200
강 교수님 말대로 전문가의 영역이 허물어 졌다고 하면, 강 교수님도 굳이 교수라는 타이틀 필요없이, 학생들이 정보를 통해 지식을 얻으면 되겠습니다. 굳이 교수할 필요가 없잖아요. 누구든지 앙 교수님 분야에 접근 가능하고, 해박한 정보가 넘치니..
교수 자리도 사퇴하시죠..

힘을기르소서~ 2019-07-08 16:21:58 | 106.***.***.237
다양한 계층이 공존하는 현대를 살아가며 모두에게 득이되는 방법을 찾는다는건 불가능 합니다.보는 관점에 따라 혹은 이익집단에 따라 자신들의 확신이 달라진다는겁니다.그것을 아우르고 통합하게 하는것이 정치적인 힘이라 생각합니다만 모두들 제 밥그릇 챙기는데만 힘을 쏟으니 시민들은 분열되고..국력은 쇠잔해질 따름입니다.

나무 2019-07-08 14:37:12 | 175.***.***.107
사공이 많으면 배가 산으로 간다고
했습니다
파리 에펠탑도 처음에는 시민들이
흉물이라고. 비아냥 거렸다고. 합니다
지금은 효자노릇합니다

여론조사도 했습니다
강교수님
제가 보기에는
청와대가 개입하면. 반대파는
청와대 앞에서 데모하고
공론화 하면 제주사회는 심각하게
분열됩니다
어떤일이든100%는없습니다
지식인 이라는 사람들이
제주사회가 분열되기를 바랍니까
공론화 하면 해결될것 이라고 정말
믿습니까
강교수님
안타깝습니다
분열 되는데 앞장서지 마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