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윤미의 사는 이야기] (18) 투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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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윤미의 사는 이야기] (18) 투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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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에 지쳐 가는 지...
머리만 대면 의식을 잃을 것처럼 잠에 빠져 들어가고 있는 나.
순간순간 그런 내게 파닥파닥 놀라 잠에서 깨곤 한다.
 
꿈을 꾸는 듯 아련한 취기에서 
의식을 일깨우기 위해 안간힘을 쓰며
 
여전히 끙끙...
주인의 말을 잘 안 듣고 반항하는 몸뚱이를
잠자리에서 일으켜 세우는데 온 힘을 쓰고 나면...
 
헉, 헉...
입술 끝까지 숨이 끊어지게 터져 나온다...
 
“에이, 씨발!.... ....”
나도 모르게 헐떡거려지는 숨과 함께
뱉어지는 입술 끝...
내 숨겨진 거칠음이 토악질을 해댄다.
 
쿡쿡쿡....
그렇게 욕을 뱉어내고 나면
허전한 가슴 안에서 나도 모를 내 마음이 혼자 웃고 있다.
 
아무 짓도 하지 않고 하루를 보내는 데도...
시간이란 녀석은...

참....
....
잘만 간다...
  

이 년이란 시간동안
묵은 먼지가 그대로 앉아 
아파트의 베란다 창유리와 먼지가
한 몸이 된 채 뿌옇게 겨울옷을 입고...
 
잠에서 깨어 하늘을 바라보면
무엇이 그리도 바쁜 지 휘몰아대는 바람에
채비도 못한 채 떠밀려 가는 짙은 겨울의 비어미도....
 
하루도 빠짐없이 경비를 서는
빨강, 파랑 모자의 경비원아저씨의 부지런함도...
 
어느 새 졸다 깨보면 저물어가는 해와
에누리 없는 냉기를 한가득 담고 휘몰아치는 제주의 숨을
등에 지고 오렌지 빛 등이 발갛게 
늘어선 아파트 복도 끝 어느 초인종...
딩동!~ 딩동!~

하루의 노동으로 늘어진 어깨와
바닥으로 가라앉아가는 낡은 구두창을 끌며
“아빠다!~ 아빠!!”
종알거리는 새소리...

날 선 듯 아린 삭풍에 등 밀려 마지못해 걷던 걸음과
부서지게 아프도록 어깨 위를 짓누르던
가슴 빈 설움도
“어서 오세요!~~ 아빠, 엄마!!~~”
초롱초롱 까만 눈으로 맞는 한마디에
‘내일이 있구나...’
섬의 삶이 눈에 보이는 것처럼 귓가로 다가온다...


그렇게 하루를 살고 집으로 돌아오는
사람들 소리가 아련한 꿈속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내 귓가로 다가와 속삭일 때 즈음....
 
하루해를 바라보며 맹하게 풀린 시선으로 앉아
몸을 뒤집고 엎어보며 졸다 지친 팔자 편한 내 심사가
한밤중 시장좌판 한 귀퉁이에 널브러진 채
남아 뒹구는 팔다 남은 부스러기 과자처럼...
푸석푸석...
부스러진다...
 
가끔은 비명소리처럼...
가끔은 오기처럼...
또 언젠가 한 번은 악을 쓰며...
 
눈 꼬리와 아랫배에 힘을 주어
“심심해에~~!!!!” 를 외쳐보지만...
허공에서 빙빙 맴돌다 도로 내 귓가에서 스르르...
먼지가 되어 내려앉는다.
 
늘 갇혀 살던 습관으로
집밖을 나서는 엄청난 짓을 감행하지 못해본 나는
그래서 늘 여행에 목말라 있다.
 
잡지에 나오는 근사한 여행지의 사진들을 보면서...
허름한 여행지 모텔의 낡고 지저분한 화장실변기를 보면서도...
 
나는 허름한 구멍가게에서
파는 싸구려 사탕을 애타게 먹어보고 싶던
마냥 어린아이의 심사가 되어서는
손가락을 입에 물고
안타까운 심정으로 바라보곤 했었다.
 
그리고 그런 사진 속
어느 한 점을 꾸욱~ 하고 찍으며
입 속으로만 혼자 웅얼거리곤 했다...
 
"나도 여기 꼭 가봐야지...."
 
지금이라도 누군가가 문 두드리고 들어와 손 내밀며
"여행가자!!" 한다면...
 
"응!"
철딱서니 없이 빈 몸으로 쫓아나가고 싶은 마음이
 
저물녘 초가집 굴뚝 끝...
모락모락 피어나는 연기 꽃처럼
내 심장을 발갛게 피워 올린다.
 
사는...
...
고민에...
...
지쳐가는 요즘...
.......

철이 없긴 하다 여기면서도
철없는 투정으로 하루를 보내게 되는...

<강윤미 / 헤드라인제주 객원필진>

* 필자인 강윤미 님은 현재 제주대학교 국어국문학과 1학년에 다니다 휴학 중입니다. 전동휠체어를 타고 힘겹게 강의실을 오가는, 그러나 항상 밝은 얼굴을 하는 강윤미 님의 모습은 아랏벌을 항상 훈훈하게 하였습니다. 여러가지 사정으로 이번 학기에 휴학을 하게 돼, 아랏벌의 빈자리는 더욱 커 보이게 합니다.
그의 나이, 이제 마흔이 다 되어가고 있습니다. 늦깍이로 대학에 입문해 국문학에 남다른 애정을 보이는 분입니다. 휠체어에 의존해야 하는 어려움이 항상 직면해 있지만, 그는 365일 하루하루를 매우 의미있고 소중하게 만들어가고 있습니다.<편집자 주>

*이 글의 1차적 저작권은 강윤미 객원필진에게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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