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마'라는 안전 불감증
상태바
'설마'라는 안전 불감증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기고] 이종옥 제주소방서 오라119센터 소방장

몇 년 전 초등학교 저학년을 대상으로 소방안전교육을 나간 적이 있다. 초등학생들에게 어떻게 하면 재미있고 유익한 교육을 시킬 수 있을까 하고 고민하다 생각해 낸 것이 '설마'이다. 주요 내용은 소방관아저씨들은 주로 화마(火魔)와 수마(水魔)와 싸우는데, 화마와 수마의 최종보스는 '설마'라는 마귀이다. 화마나 수마는 눈에 보이는 것이라서 그나마 상대하기가 쉬운데 '설마'는 눈에 보이지도 않고 항상 주변에서 우리가 방심하고 있을 때를 엿보고 있어서 물리치기가 힘들다. 그래서 우리 학생들의 도움 없이는 이길 수가 없다는 내용이었다. 당시 학생들이 재미있게 교육을 들었던 것 같다.

44.jpg
▲ 이종옥 제주소방서 오라119센터 소방장.
설마의 사전적 의미는 '그럴 리는 없겠지만'으로 부정적인 추측을 강조할 때 쓴다. 우리 속담에 이런 말이 있다. '설마가 사람 잡는다' 우리시대에 설마는 안전 불감증이란 말로 대체될 수 있다.

제천스포츠센터 화재시 많은 사람들은 뉴스를 보면서 비상구폐쇄와 불법주정차 등에 대해 비난을 쏟아냈다. 그럼 우리들은 비상구를 막고 있지는 않은지, 불법주정차로 소방차 통행로를 막고 있지는 않은지 스스로 돌아보도록 하자.

내가 아파트계단에 무심코 놓아둔 자전거가 화재시 대피에 방해가 되고 있지는 않는지, 내가 잠시 주차한 곳이 소화전 주변은 아닌지, 내 차가 소방차 통행로를 막고 있는 건 아닌지 등을 생각해 보라.

화재가 나기 전 까지는 내 아파트 안에 있는 대피공간은 아주 비효율적인 곳이다. 이곳을 그냥 두느니 창고용도라도 이용하는 것이 효율적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내 아파트 안의 숨은 공간을 찾아내서 아주 효율적으로 쓰고 있다고 주변 사람들에게 자랑할지 모른다.

예전에 봤던 드라마 속 대사가 생각난다. "사고라는 게 원래 1분 1초마다 매번 계속 발생하지 않습니다. 문제없다고, 괜찮다고 원칙을 무시하다가 어느 날 배가 가라앉고 건물이 무너지는 겁니다". 아무 일도 없을 거라고, 별거 아니라고 '설마'라는 마귀가 우리 귀에 속삭이고 있을지 모른다. '이번 한번쯤은 괜찮을 거야'라는 말은 '설마'가 가장 좋아하는 말이다. '설마'라는 마귀의 달콤한 속삭임에 넘어가 우리의 생명과 재산을 버리는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하자. <이종옥 제주소방서 오라119센터 소방장>

*이 글은 헤드라인제주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딥페이크등(영상‧음향‧이미지)을 이용한 선거운동 및 후보자 등에 대한 허위사실공표‧비방은 공직선거법에 위반되므로 유의하시기 바랍니다.(삭제 또는 고발될 수 있음)
댓글수정
댓글 0
0 / 40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