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내 자금의 역외 유출 요인과 대책에 관한 소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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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내 자금의 역외 유출 요인과 대책에 관한 소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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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서현주 제주은행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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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현주 제주은행장. ⓒ헤드라인제주
요즘, 지역경기가 본격 하방국면에 접어드는 등 제주경제가 눈에 띄게 어려워지고 있다고 한다. 지표적인 면에서도 그렇지만 서민들이 체감하는 실물 경제상황은 더욱 심각한 것 같다. 특히, 관광·건설 등 경기민감형 산업전반이 활기를 띠며 부동산 가격폭등까지 불러왔던 지난 수년간을 추억한다면 느껴지는 고통은 더욱 심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도내 부동산 시장은 중국인들의 투자로 불이 붙은 이래, 공사장에 말뚝만 박아도 분양이 된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거칠 것 없는 상승세를 이어갔고, 2-3년새 가격이 갑절 이상 오르는 비상식적인 ‘7∼8년을 경험했다. 돌이켜보면 너나없이 앞 다퉈 집과 땅을 사려 혈안이 되었던 게 얼마 전이고, 몇 년 새 국민주택규모(85㎡이하) 단지형 아파트 1채 가격이 평범한 직장인이 평생을 모아도 살 수 없게 되며 젊은이들의 꿈에서 멀어져 갔다.

이러한 제주지역 부동산의 비상식적 가격상승에는 여러 요인이 있겠지만, 장기 저금리 기조에 따른 초과 수요량을 주된 요인으로 들 수 있다. 다른 지역과 달리 전세 비중이 매우 낮고 삭년세가 보편화된 제주의 임대 현실로 볼 때, 대출로 집을 사더라도 이자가 임대료 보다 적고 주택 가격도 계속 오른다면 어느 누가 대출을 받아서라도 집을 사지 않을까.

이 시점에서 가격과 가치에 대한 우리 인식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현가(現價)의 과정은 필요하겠지만, 합리적 투자는 가격 이상의 가치 즉 ‘가격 ≤ 가치’를 전제로 한다. 자고나면 오르는 가격에 현혹 되다보니, 이 집이 이 땅이 과연 그만한 가치가 있는지를 생각하지 못한 것은 아닐까? 산이 높으면 골이 깊고, 높이 쏜 화살은 떨어져 더욱 깊게 박히기 마련이다. 무리수는 반드시 그 대가를 치룰 수밖에 없다. 결국 축제가 끝나서 모두 떠나고 난 뒤 남은 이들은 그 축제의 대가를 바로 자신들이 치러야 함을 깨닫게 되는 것이다.

지난 7-8년간 제주는 유래없는 경기 호황에 따른 부동산 중심 투자로 경제발전 타이밍(timing)을 놓치고, 엄청난 사회·경제적 비용 증가를 야기했다. 지가 급등에 따른 막대한 토지보상 비용을 감안 할 때, 향후 제주지역에 사회간접자본 인프라 확충이 가능할지가 의문시 된다. 결국 이 모든 것이 우리 도민들이 부담해야 하는 혈세가 아닌가.

금융의 관점에서 볼 때도 제주지역은 부동산경기 호황에 편승하며 그야말로 가파른 대출 증가세를 이어왔다. 도내 여신규모는 ‘10년말 10조9백억원에서 ‘18년말 28조7천억원으로 8년간 2.9배(18조62백억원) 증가한 반면, 도내 수신규모는 ’10년말 18조4백억원에서 ‘18년말 26조1천억원으로 1.4배(8조6백억원) 증가에 그쳤다. 8년간 도내 수신 증가액과 여신 증가액의 차이가 10조5천6백억원으로, 도내에서 대출받은 막대한 돈이 도내에 예치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외에도 경제활동을 통해 매년 창출되는 도내 수신 규모도 적지 않을 텐데, 그 많은 돈은 과연 다 어디로 갔을까?

제주지역은 지리·경제적 여건 상 민간부문에서 지역자금의 역외유출이 많은 지역이다. 산업부문에서는 제주지역 이외에 본사를 둔 대형 유통업체의 증가, 본사가 역외에 있는 기관(업체)의 지사·지점의 확대, 외지 건설업체에 의한 역외수주 규모 증가가 주된 요인이고, 금융부문에서는 본사가 서울지역에 위치한 전국형 금융기관에 의한 자금유출 규모 증가, 상호금융의 중앙회를 통한 지역자금 역외유출 등이 요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최근 조사된 자료는 없지만, 2008년 한국은행 제주본부에서 분석한 자료에 의하면 ‘03년부터 ’07년까지 5년간 민간부문에서 약5조5천억원의 자금이 역외로 유출되었다고 한다. 지금도 이보다 더하면 더했지 덜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 막대한 규모는 제주의 경제발전을 위해 사용되어야 하는 지역자금의 역외유출을 의미한다. 도내에서 조성된 자금이 역내로 환류되면서 지역경제를 활성화시키는 동력이 되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하는 것이 제주의 구조적 현실이다.

얼마 전 중앙경제지 광고란에 6개 지방은행 공동으로 ‘대정부 지자체 금고지정지정 합리적 개선 등 과당경쟁 방지 위한 정책 촉구’를 내용으로 한 ‘지자체 금고지정기준 개선에 관한 지방은행 호소문‘ 이 실린 적이 있다. 이러한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서는 우선 지역 內에서 조성된 자금이 지역 내에서 재환류 될 수 있는 매커니즘을 만들어야 한다. 특히, 지방정부 내지 지역 공공기관 등에서 운영하는 공적인 조성자금부터 지역 내 예치를 통해 역내 선순환의 자금 흐름을 만드는 것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지방정부를 비롯한 각계각층 도민사회의 관심과 공감대 형성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제주은행 서현주 은행장>

*이 글은 헤드라인제주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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