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영향평가 '무력화', 도로공사 '쪼개기' 발주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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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영향평가 '무력화', 도로공사 '쪼개기' 발주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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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km 이상' 공사 환경영향평가 적용불구, 분할발주 편법
4.2km 서귀포 우회도로, 36km 번영로 공사도 모두 '면제'

제주도내에서 시행되는 각종 도로공사들이 '쪼개기' 식으로 분할 발주하는 방법으로 환경영향평가를 회피해 온 것으로 드러나 편법 논란이 일고 있다. 자연환경을 보전하기 위해 적극 나서야 할 제주도정이 오히려 법의 맹점을 교묘히 피해 나가면서 환경영향평가 제도를 무력화시키고 있는 것이다.

2017년 개정된 현행 제주도 환경영향평가 조례에서는 환경영향평가 대상 사업 중 '도로의 건설사업'에서는 '2km 이상의 도로 신설'이나 '왕복 2차로 이상인 기존 도로로서 길이 5km 이상의 확장'의 경우 환경영향평가를 실시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즉, '2km 이상의 신설'이나 '5km 이상의 확장' 도로공사는 모두 환경영향평가 대상이 된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규정에도 불구하고 실제 도로 개설사업에서는 환경영향평가가 제대로 이행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시행되고 있는 서귀포시 도시우회도로 개설사업도 그 대표적 예.

서귀포시 도심지역 교통문제 해결을 위해 추진되는 이 사업은 호근동 용당삼거리~서홍로~학생문화원~비석거리를 잇는 4.2km 구간을 왕복 6차로(너비 35m)로 신설하는 것을 주 내용으로 한다.

전체 사업구간이 '2km 이상'에 해당함에 따라 환경영향평가 대상사업으로 분류된다.

하지만 환경영향평가는 시행되지 않은채 공사가 추진되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이유는 구간별 공사구간을 2km를 넘지 않도록 분할해 발주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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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귀포시 도시우회도로 공사 발주 구간.ⓒ헤드라인제주
실제 이 사업은 3단계로 분리됐는데, 1구간은 서홍로에서 동홍로까지 1.5km까지, 나머지는 서귀포여중 방면 1.1km 구간과 비석거리 및 삼성여고 방면 1.6km 구간으로 분리됐다.

사실상 '쪼개기' 발주 방식으로 환경영향평가를 회피한 셈이다.

문제는 환경영향평가 대상사업이 전체 사업대상이 아닌, 분할발주된 구간을 기준으로 해 판단이 이뤄지고 있다는 것이다.

도로 건설사업이나 철도 및 송전선로 건설, 하천의 개발 등 이른바 선형사업(線形事業)인 경우 먼저 발주한 사업이 준공된 경우 이어서 발주하는 사업규모의 합이 환경영향평가 대상범위에 포함되더라도 환경영향평가를 받지 않는다는 규정 때문이다.

이러한 규정으로 인해 대단위 도로 사업의 경우에도 환경영향평가가 생략된채 공사가 추진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제주도의 수많은 해안도로 개설사업의 경우 환경영향평가를 받지 않고 공사가 진행됐다.

특히 제주시에서 서귀포시 표선면까지 35.9km 이르는 대단위 공사인 번영로 확장사업의 경우에도 분할 발주로 인해 환경영향평가가 이뤄지지 않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당시 관련 조례에서는 개정되기 이전 기준인 '10km 이상 확장'의 경우 환경영향평가를 받도록 돼 있었지만, 번영로 확.포장 공사는 10km 이내 길이인 5개 구간으로 분할하면서 환경영향평가를 받지 않았다.

제주환경운동연합은 4일 이와 관련해 성명을 내고 "제주도정이 환경영향평가를 회피하려 사업 쪼개기를 하면서 편법 논란을 자초하고 있다"고 강력 비판했다.

이 단체는 "서귀포시 도시우회도로 사업이 환경영향평가를 받지 않으면서 해안경관 및 연안생태계의 보전방안이 제대로 수립되지 못하고 크게 훼손되는 결과를 초래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또 "현재 제주분할 발주는 환경영향평가법의 맹점을 이용한 편법 행정이라는 비판을 면하기 어렵다"며 "이렇게 사업이 추진될 경우 현재 계획 구간의 공사가 준공된 후 나머지 구간도 같은 방식으로 환경영향평가 대상범위 미만으로 발주해 공사를 진행한다면 환경영향평가를 받지 않고도 전체 구간의 사업을 시행할 수 있게 된다"고 지적했다.

이어 "서귀포시 도시우회도로 공사는 환경영향평가 대상사업에 해당하지만 법의 맹점을 이용해 환경영향평가를 회피하는 면죄부를 받게 된 것"이라고 이로인한 환경 훼손문제를 제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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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귀포시 도시우회도로 개설사업 구간 중 천지연 폭포로 이어지는 연외천 지점. <사진=제주환경운동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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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귀포시 도시우회도로 개설사업 구간중 정방폭포를 잇는 동홍천 지점. <사진=제주환경운동연합>
이 단체는 "이번에 계획된 서홍로와 동홍초등학교를 잇는 1.5km 구간은 천지연 폭포로 이어지는 연외천과 정방폭포를 잇는 동홍천을 관통한다"며 "6차선 폭 35m의 도로공사로 두 하천의 생태계와 경관 훼손은 불가피하지만 이를 최소화하기 위한 환경보전대책은 수립되지 않은 상태"라고 지적했다.

또 "공사구간에는 소나무림이 울창한 도시숲이 있지만 모두 베어져 없어질 처지이다"며 "1.5km 공사구간에 훼손수목을 이식하여 보전하기 위한 계획은 단 한그루도 없고, 서귀포학생문화원과 서귀포도서관, 제주유아교육진흥원 등 교육시설 바로 앞으로 관통하는 것으로 계획돼 있어 시민들의 학습권 및 교육환경 침해가 심각할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제주도는 현재 계획한 도로의 건설 타당성을 재검토해야 한다"며 "불가피하게 도로 개설이 필요하다면 환경영향평가 시행으로 이 구간의 환경보전방안을 수립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상황이 이러함에도 제주도정은 분할된 공사구간이 2km를 넘지 않아 문제가 없다는 주장만 되풀이하고 있다.

제주도 관계자는 "예를 들어 일주도로를 건설한다고 하면, 한번에 전 구간을 다 공사할 수 있는게 아니지 않나"라며 "예산 상황과 도로정비 계획에 따라 하는 것으로, 예산에 맞게끔 먼저 계획을 세우다 보니 서귀포 우회도로 중 1.5km 구간 먼저 하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다른 노선도 다 마찬가지다. 한번에 전 구간을 다 공사하는 곳은 없다"며 "전체 설계를 해놓고 영향평가 안했다면 모를까. 기본계획과 실시설계를 한 곳이 2km를 넘지 않아 소규모 구간은 환경영향평가 대상이 안된다"고 말했다.

제주도당국의 이러한 논리가 그대로 적용된다면, 앞으로 제주도내에서 번영로와 같은 대형 공사가 진행되더라도 환경영향평가를 받을 곳은 거의 없다는 것이다.

제주도정이 제도적 맹점을 이용해 환경영향평가를 회피함과 동시에, 도정 스스로 '환경영향평가 제도를 무력화시키고 있다는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헤드라인제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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