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4.3 '억울한 옥살이' 수형인들, 국가 형사보상 청구
상태바
제주4.3 '억울한 옥살이' 수형인들, 국가 형사보상 청구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수형피해자 18명, 제주지법에 형사보상 청구서 제출
'무죄' 넘어 '배.보상'까지...형사보상액 53억여원 청구
35.jpg
▲ 22일 제주4.3 당시 억울한 옥살이를 했던 수형피해자와 그 가족들이 제주지법에 형사보상 청구서를 제출했다. ⓒ헤드라인제주

제주4.3 당시 자행됐던 불법적이고 반인권적인 계엄 군사재판(군법회의)으로 투옥됐던 4.3수형인들에 대한 재심 재판에서 무죄 취지의 공소기각 판결이 내려진 가운데, 억울한 옥살이를 한 수형인들이 국가의 책임을 묻기 위한 형사보상을 청구했다.

제주4.3도민연대는 22일 오후 제주지방법원에서 4.3생존수형인과 가족 등이 참석과 함께 기자회견을 갖고, 4.3수형인 18명에 대한 형사보상 청구서를 법원에 제출했다.

수형인 중 지난 7일 별세한 현창용 할아버지에 대한 형사보상 청구는 유족측이 승계해 진행했다.

수형인들은 4.3의 광풍 속에서 10~20대 젊다 못해 어린 나이에 억울하게 누명을 쓰고 짧게는 1년에서 길게는 20년까지 옥살이를 했다. 최소한의 요건조차 갖추지 않은 불법적인 재판을 거치고 수감된 후에야 본인의 죄명를 알게 된 경우도 있다.

이들이 이번에 청구한 금액은 총 53억5748만4천원으로, 각각 많게는 14억7천여만원, 적게는 8300여만원을 청구했다.

한편 이번 형사보상 청구는 수형인 18명이 별건으로 치러진다는 점에서, 18명의 건을 병합해  진행됐던 4.3재심 재판과는 다르다. 이렇듯 별건으로 청구가 진행되는 이유는 각 수형인마다 청구 보상액이 다르기 때문이다. 청구액은 수형피해자의 복역한 기간에 따라 다르게 산정됐다.

4.3재심 재판에서 무죄 취지의 공소기각을 이끌어 낸 임재성 변호사(법무법인 해마루)가 이번 형사보상 청구도 맡게 됐다. 임 변호사는 이날 "법원이 행정소송인 분들의 증언에 대한 신빙성을 인정해줘서 이 형사보상 청구가 원만히 이뤄지길 바란다"고 밝혔다.

형사보상 청구 절차는 대략 2개월 정도가 걸릴 것으로 보인다.

39.jpg
▲ 22일 4.3수형피해자 부원휴 할아버지(89)가 제주지법에 형사보상 청구서를 제출하고 있다.ⓒ헤드라인제주
37.jpg
▲ 22일 양근방 할아버지가 형사보상 청구서 제출에 앞서 소감을 밝히고 있다. ⓒ헤드라인제주

◆ "그 젊은 세월, 돈으로 보상되겠나" 애끓는 수형피해자, 가족 심정

수형피해자들과 가족들은 이날 제주지법에 형사보상 청구서를 제출하기에 앞서 열린 짧은 기자회견에서 감격적인 소회를 피력했다. '무죄' 판결이 더욱 공고해진다는 기쁨과 억울한 옥살이로 인해 흘러가버린 시간에 대한 억울함이 교차했다.   

양근방 할아버지(85)는 아직 보상 결정이 내려지기 전임에도 "내가 그 가시밭길을 다 제끼고 무죄가 돼서 이 보상을 받게 되는 심정은 말할 수 없는 기쁨이다"라고 밝혔다. 

양 할아버지는 이어 "내가 보상을 받음으로 인해서 나의 모든 죄가 없어지고 새출발하는 계기가 되길 바라는 마음이다"라며, "누구보다도 기쁜 마음이다. 나뿐만 아니라 우리 18명 모두가 한결같은 마음으로 남은 여생을 즐겁게 살 수 있는 기회가 왔다고 생각한다. 너무나 감사하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정기성 할아버지(96)의 아들 정경문씨(54)는 명예회복은 했지만, 아버지의 잃어버린 인생에 대한 애석한 심정을 터트렸다.

정씨는 "이번 재판을 이렇게 도민연대에서 주최해서 저희 피해자들을 대신해서 힘써주셔서 감사하다"면서도 "자식된 도리로서 (아버지의)명예회복은 됐지만 여기에 계신분들이 젊었을 때, 특히 저희 아버지는 스물 일곱부터 마흔 다섯살까지 감옥에서 살았다. 그 젊은 세월을 (감옥에서)사셨다. 돈으로 해결이 되겠나"라며 안타까운 마음을 드러냈다.

그러면서 "보상을 받아서 감사한 마음은 있지만 자식된 도리로서 어떻게 그 젊은 새월을...국가의 잘못된 판결로 인해 한 인간의 인격을 몰살하고 아름답게 필수 있는 기회를 박탈한 것인데 어떻게 보상이 되겠나"라고 토로했다.

그는 이어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감사한 마음도 있다. 자식된 도리로서 여하간 명예회복에 대해 감사하다. 다만 다시는 이런 잘못된 역사가 되풀이 되지 않기를 바란다"고 강력하게 피력했다.

32.jpg
▲ 22일 제주4.3 당시 억울한 옥살이를 했던 수형피해자와 그 가족들이 제주지법에 형사보상 청구서를 제출했다. ⓒ헤드라인제주

◆ 수형피해자 18명 형사보상 청구금액 53억5700만원, 어떻게 산정됐나

18명 수형피해자들의 청구 금액은 총 53억5748만4천원이다.

4.3재심재판에서 선고가 내려진 올해를 기준으로, 최저시급인 8350원을 일일급여(8시간)로 계산한 액수에 수형피해자들의 구금 일수와 법정 출석 일수를 비롯해 형사보상에서 최대로 금액을 청구할 수 있는 범위인 5배수를 적용해 산출한 액수다.

수형인 중 3명은 제외한 15명은 구금일과 출소일 기록이 없어서 청구금액 산정에 애를 먹었다.

그래서 구금 개시일은 수형인 명부에 적시된 재판일로 잡았다. 수형인이 재판을 받을 당시 모두 구금이 된 상태였기 때문이다. 수형인 명부의 재판일이 최소한의 객관적 기록으로써 기능한 것이다.  출소일은 이들이 재판에서 증언했던 날짜를 토대로 설정했다.

다만, 청구 금액이 모두 인용돼 지급된다고는 장담할 수 없다. 청구 금액 자체가 법이 정한 범위 내에서 최대 액수로 설정됐기 때문에 판사 재량에 따라 감액될 가능성도 있다.

34.jpg
▲ 22일 제주4.3 당시 억울한 옥살이를 했던 수형피해자와 그 가족들이 제주지법에 형사보상 청구서를 제출했다. ⓒ헤드라인제주
33.jpg
▲ 22일 양동윤 4.3도민연대 대표가 4.3수형피해자 형사보강 청구와 관련한 사항들을 설명하고 있다. ⓒ헤드라인제주

◆ 형사보상 청구, 그 이후는?

4.3재심 재판부터 이번 형사보상 청구까지 긴 세월 동안 수형피해자들의 편에서 싸워온 제주4.3도민연대의 양동윤 대표는 이날 향후 행보에 대해서 밝혔다.

양 대표는 "18명의 형사보상 소송은 2개월 정도면 끝날 것으로 본다"며, "형사보상 소송이 끝나면 곧바로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이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양 대표는 또 재심에서 '무죄' 취지의 공소기각 판결을 받은 18명 외에 또 다른 4.3수형 생존자 13명 중 재판에 임할 수 있는 6~7명에 대한 재심 청구소송을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다른 생존 수형인들이 육지에 계서서 저희들로서는 방문을 해야 한다. 재판에 임할 수 있도록 제주에 계신 분들도 대부분 병원에 계신다. 육지에 계신 분들은 그런대로 (건강이)괜찮다"며, "저희들의 준비작업을 통해 앞서 18명처럼 명예가 회복되고 또 국가가 이분들에 대해 적절한 조치를 취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이와 별도로 지난달 공소기각 판결을 받은 18명에 대한 판결문을 법무부 홈페이지에 게시하도록 하는 절차도 진행된다.

형사보상 및 명예회복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무죄 등의 판결을 받은 사람은 그때로부터 3년 이내에 확정된 재판서를 법무부 홈페이지에 게재해 줄 것을 청구할 수 있다.

임 변호사는 "판결문 게시는, 재심이 18명에 대한 개별적인 소송이기도 했지만 이는 1948년, 1949년 군법회의에 대한 사법부의 판단이기 때문에 공부하는 학생과 여러 전문가 등 보다 많은 사람들이 편리하게 이 판결문을 내려볼 수 있도록 하려는 의미"라며 "이번 게시 신청을 통해 법무부 홈페이지에 게시되면 좋은 역사적인 기록을 보다 많은 사람들이 접근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헤드라인제주>

36.jpg
▲ 22일 제주4.3 수형피해자들의 형사보상 청구 건을 맡은 임재성 변호사가 이번 형사보상 청구와 관련한 사항들을 설명하고 있다.ⓒ헤드라인제주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0
0 / 40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