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4.3 불법 군사재판 재심..."영문도 모른채 감옥살이"
상태바
제주4.3 불법 군사재판 재심..."영문도 모른채 감옥살이"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제주4.3 재심심리 이틀째, 2차 군법회의 대상자 심리
20181127_144610254.jpg
▲ 제주4.3 수형희생자들이 27일 4.3재심 재판이 열리고 있는 제주지방법원 201호법정으로 출석하고 있다. ⓒ헤드라인제주
제주4.3 당시 행해졌던 불법적이고 반인권적인 계엄 군사재판(군법회의)이 70년만에 역사의 심판대에 오른 가운데, 당시 상황에 대한 증언이 이틀째 법정에서 이뤄지고 있다.

제주지방법원 제2형사부(재판장 제갈창 부장판사)의 제주4.3 재심사건의 두번째 심리가 열린 27일 법원 앞에 모인 4.3수형희생자들은 "그때 내가 무엇 때문에 징역을 살았는지 도무지 알 수 없다"며 억울함을 호소했다.

이날 법원에서는1949년 7월 고등군법회의에서 국방경비법의 적에 대한 구원통신연락죄, 이적죄 등의 누명을 쓰고 옥고를 치른 나머지 8명 중 7명에 대한 심리가 진행됐다. 1명은 건강이 안좋아 출석을 못하게 됐다.

1949년 7월 불법 제2차 군법회의에서 간첩죄 등 혐의로 징역 15년을 선고받고 대구형무소에 수용됐던 현우룡 할아버지(94)는 "군경토벌대가 마을을 다 불태워버려 산에 숨어 살았다가, 1948년 5월10일 투표날이라 내려왔는데, 투표도 못하고 잡히고 말았다"면서 "당시 오라리 헌병대에 잡혀 고문받고 칠성통 헌병대 영창에 끌려갔는데 개 패듯 두들겨 맞고 물고문도 받았다"고 당시를 기억했다.

현 할아버지는 "'안했다'고 하면 때리고 또 때렸다. 세번이나 기절했다"면서 "재판도 받았지만 뭐가 뭔지도 모른다. 형무소에 가서 징역 15년임을 알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처음에 감방이 없어 강당에서 300명쯤 되는 수감자와 함께 지내다 마산형무소로 이감됐고, 이후 형기가 감형돼 7년6개월 만기를 살고 출옥했다"면서 "억울하다. 살려고 산에 간 죄가 감옥생활이었다. 4.3희생자 신고도 안하면 불이익을 당할까봐 신고했다"고 울분을 터트렸다.

20181127_144646920.jpg
▲ 제주4.3 수형희생자들이 27일 제주지방법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하고있다. ⓒ헤드라인제주

같은날 함께 재판을 받아 징역 15년을 선고받은 오영종 할아버지(91)도 "마을이 불타자 가족들이 흩어져 도망갔는데, 나중에 와보니 집은 완전히 불타고 거동이 불편해 도망가지 못한 할아버지는 총에 맞아 숨져 있었다"면서 "마을에 있으면 나도 죽을 것 같아 산으로 도망쳤다"고 말했다.

이어 "겨울을 보내고 봄이 오자 결국 토벌대에 잡혔는데, 이 때 총을 맞았는데도 치료도 못하고 정신이 없었다"면서 "서귀포 단추공장에서 제주시 주정공장으로 옮겨졌는데, 재판도 기억나지 않는다. 앞선 사람이 저를 부르면 대답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후 1956년2월 출소해 고향에 왔지만, 경찰은 계속 감시했다"면서 "마을이 불타고 살던 집이 불타 산에서 피신생활 중 총맞고 형무소 가서 징역살았는데, 무엇때문에 징역살았는지 도무지 알 수 없다"며 억울함을 호소했다.

김순화 할머니(86)는 "오빠들이 1948년 12월 산에 숨었다고 우리 집은 폭도가족으로 몰렸고, 가족들이 잡혀갈 때 산으로 피했다"면서 "1949년 4월까지 숨어 지내다 계엄도 해제되고, 내려오면 살려준다고 해 함덕으로 내려왔는데 잡아가뒀다"고 말했다.

김 할머니는 "오빠들이 먼저 산으로 피신했는데 오빠 때문에 부모님이 지서로 잡혀가 총살당했다. 오빠 행선지를 물었지만 모른 부모님을 경찰이 죽인 것"이라며 "조사받으며 '부모님은 총에 맞아 학살됐다'고 말했다가 경찰이 나의 뺨을 때렸고, 이 때문에 나는 형무소로 갔다"고 토로했다.

그는 "억울한 세월이었지만 어디 하소연할 데도 없고, 또 말해봐야 뭐하냐며 살았다"면서 "재심 재판도 아이들에게 어떻게 말해야 하나 걱정이었다. 나 혼자 묻어버리면 되는 일이어서 지금까지 말 못한 형무소 다녀온 이야기여서 자식들에게도 말 안했지만, 이제는 재판도 하고 말도 해야겠다"며 재판부가 억울함을 풀어 줄 것을 호소했다.

이번 재심 재판은 어제(26일)와 오늘(27)에 이어 오는 12월 17일 3차례 진행된다.

재판부는 3차례 공판을 거친 뒤 판결문 작성 등 절차에 들어가 빠르면 올해 말, 늦어도 올해가 지나고 바로 선고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에 재심을 청구한 18명의 4.3수형 생존자들은 4.3 당시 영문도 모른채 군.경으로 끌려가 모진 고초를 당하고 최소한의 적법한 절차도 없이 불법적으로 행해졌던 계엄 군사재판에 의해 투옥돼 우여곡절 끝에 구사일생으로 살아 돌아왔다.

사회의 냉대와 무관심속에서 평생의 한을 가슴에 묻고 살아오다, 이번에 제주4.3도민연대의 적극적 도움을 받아 구순을 넘긴 고령으로 '재심'을 청구해 70년만에 정식 재판을 받게 됐다.

재심청구소송에서 법원이 당시 재판기록이나 판결문 등은 정확하게 확인되지 않는다 하더라도 여러가지 정황들을 볼 때 재심사유가 충분하고, 불법 구금과 조사과정의 가혹행위 실체가 인정된다고 밝힌 만큼 이번 재심재판에서 수형인들의 명예회복이 이뤄질 가능성은 매우 큰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헤드라인제주>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딥페이크등(영상‧음향‧이미지)을 이용한 선거운동 및 후보자 등에 대한 허위사실공표‧비방은 공직선거법에 위반되므로 유의하시기 바랍니다.(삭제 또는 고발될 수 있음)
댓글수정
댓글 0
0 / 40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