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견책'도 억울?..."곽지 해수풀장 절차 '위법', 징계 정당"
상태바
'견책'도 억울?..."곽지 해수풀장 절차 '위법', 징계 정당"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제주지법, 공무원 2명 징계처분취소訴 '기각'
"해수풀장 행정절차 어겨...공무원 성실의무 위반"
재정손실 변상책임은 '無'...절차위반 행정책임은 '有'

행정절차를 무시하고 공사를 진행했다가 수억원의 재정손실과 함께 행정 신뢰성을 실추시킨 제주시 애월읍 곽지 과물해수욕장 해수풀장 조성사업과 관련해, 법원이 관계공무원에 대한 '견책' 징계 처분은 정당하다는 판결을 내렸다.

재정손실에 대한 변상책임 여부와는 별개로, 절차 위반에 따른 행정책임은 있다는 판결이다. 

제주지방법원 제1행정부(재판장 김진영 부장판사)는 제주시청 담당급 공무원인 A씨와 실무공무원인 B씨가 제주시장을 상대로 제기한 징계처분 취소소송에서 원고의 청구를 모두 기각했다고 21일 밝혔다.

이들 두 공무원은 2년 전 제주사회 큰 논란을 불러일으킨 과물해변 해수풀장 조성사업과 관련해 감사위원회의 경징계 처분 요구에 따라 제주시가 2016년 10월 인사위원회를 열어 경징계 중 가장 낮은 수위인 '견책' 처분을 하자, 이의 처분을 취소해 달라는 소송을 제기했다.

재판부는 해수풀장 조성사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관련법에 따른 행정절차를 제대로 밟지 않은 점이 인정된다면서, 제주시가 원고들의 절차 위반에 따른 성실의무 위반을 이유로 견책 징계를 한 것은 정당하다고 판결했다.

이 논란은 제주시가 국비 3억원, 지방비 5억원을 투입해 2015년 11월부터 2016년 5월까지 2000㎡ 규모 해수풀장을 해수욕장 백사장에 한복판에 조성하는 사업을 추진하면서 촉발됐다.

당시 제주도정의 미래비전 철학과 맞지 않을 뿐만 아니라 환경훼손 논란과 함께 관련 법규에 따른 행정절차를 이행하지 않은 사실이 확인돼 큰 논란이 일었다.

특히 관련 공사를 하면서 관련 법률을 위배한 사실이 드러나 제주시는 뒤늦게 공사중지 및 원상복구 명령을 내렸다. 이에 따라 행정의 신뢰성은 크게 실추됐고, 막대한 재정적 손실이 초래됐다.

감사위는 이 문제에 대한 감사를 통해 공사를 발주한 책임이 있는 국장과 과장, 담당, 주무관 등 4명에게 원상복구 등 예산손실 책임을 물어 4억4000만원을 변상조치 해야 한다는 '변상명령' 처분을 요구했다.

또 신분상 문책으로 제주시장에게는 '주의', 담당국장은 '훈계', 담당과장과 담당계장, 실무공무원 등 3명에게는 '경징계' 처분을 요구했다.

이중 변상명령은 최근 감사원의 '무책' 결정에 따라 없었던 일이 됐는데, 이번 소송은 경징계 처분을 한 신분상 문책의 정당성이 쟁점이 됐다.

소송을 제기한 2명의 공무원은 "고의가 아닌 업무를 처리하는 과정에서 있을 수 있는 경미한 과실로 인해 필요한 절차를 누락했던 것이고, 그 하자 치유가 가능했음에도 도지사의 정책적 결정에 따라 이 사업이 중지된 것"이라며 "따라서 성실의무를 위반했다고 볼 수 없고, 징계처분은 재량권을 일탈.남용한 것으로서 그 양정이 과다하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법원은 해수풀장 조성사업을 시행하기 전에 토지이용계획확인원 등을 검토해 이 사업 부지 일대가 곽지관광지 조성계획에 따라 관광지로 지정돼 있는 사실과 그 계획에 야외 해수풀장이 반영됐는지 여부 등을 확인하고 관광진흥법에 따른 관광지 조성계획 변경허가 절차 등을 거쳤어야 함에도 이를 거치지 않은 점이 인정된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원고들이 설령 제주도 보전지역 관리에 관한 조례에 따라 이 사업 부지에 해수풀장을 설치할 수 있는 것으로 믿었다고 하더라도, 이 조례와 관광진흥법 또는 국토계획법의 개발행위를 위한 행정절차는 별개"라면서 "따라서 다른 필요한 절차를 검토하고 이를 거치지 않은 것이 정당화된다고 볼 수 없다"고 밝혔다.

또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관광 명소인 제주특별자치도 소속 공무원인 원고들에

게 이 사업과 같은 관광지 조성과 관광객 유치를 위한 개발행위를 하는 데 필요한 여러 행정 절차의 검토.준수를 요구하는 것이 부당하다고 보이지 않는다"면서 "더욱이 원고들은 이 사건 사업을 준비하고 시행하는 과정에서 필요한 예산을 확보하고 공사 계약 등을 체결하는 이외에는 사실상 개발행위나 시설물 설치 등을 위한 아무런 허가 또는 승인 절차 등을 검토하거나 거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그러면서 "이러한 전체의 취지에 의해 인정된 여러 점들을 고려할 때, 원고들은 지방공무원법에서 정한 성실의 의무를 위반했다고 인정되고, 원고들의 주장은 받아들일 수 없다"고 밝혔다.

또 재정손실에 대한 변상명령 처분과 연관해 징계사유가 없다고 주장한 것에 대해서는, "원고들의 절차 위반에 따른 성실의무 위반은 손해 발생의 책임을 묻는 변상금 부과처분과 인과관계가 없다는 이유로 징계사유의 부존재를 주장할 수 없다"면서 이에 대한 원고측 주장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즉, 변상금 부과처분에 따른 책임문제와, 절차위반에 따른 성실의무 위반에 따른 징계처분은 별개로 봐야 한다는 것이다.

재판부는 이어 징계 처분의 정도가 과도하다는 주장에 대해, "견책은 지방공무원법에서 정한 징계의 종류 중 가장 가벼운 징계이므로 이 사건 처분을 취소할 경우 원고들에 대한 징계가 불가능한 점 등을 모두 고려해 보면, 이 처분이 사회통념상 현저하게 타당성을 잃었다거나 비례원칙을 위반해 재량권을 일탈·남용했다고 할 수 없다"면서 기각했다.

'견책'이 경징계에서 가장 낮은 처분이므로 이를 취소할 경우 징계 자체가 불가능하고, 이 처분 정도가 과도하다고 볼 수 없다는 것이다.

결국 이번 법원의 판결로, 많은 논란이 이어진 이 해수풀장 사업문제는 비록 재정손실 변상책임은 면제받았으나 절차위반에 대한 행정적 책임은 있는 것으로 귀결됐다.

결재라인의 고위직에 책임이 큼에도 불구하고 '윗선'은 봐주고 하위직에만 덤터기를 씌웠다는 비판 속에서, 위법행정에 대한 책임은 실무 공무원에 대한 '견책' 징계가 유일한 처분으로 남게 됐다. <헤드라인제주>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딥페이크등(영상‧음향‧이미지)을 이용한 선거운동 및 후보자 등에 대한 허위사실공표‧비방은 공직선거법에 위반되므로 유의하시기 바랍니다.(삭제 또는 고발될 수 있음)
댓글수정
댓글 0
0 / 40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