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상사열' 전후해 해군기지 앞 인간띠잇기 등 대응
시민단체, 전교조, 천주교, 국제평화활동가 등 '반대' 이어져
이번 국제관함식의 하이라이트인 '해상 사열' 행사가 진행되는 11일 강정마을 제주해군기지 정문 앞 등에서는 아침부터 오후늦게까지 관함식을 규탄하는 행사들이 이어진다.
이날 오전 7시 해군기지 정문 앞에서는 시민사회단체와 강정주민, 활동가 등이 참여하는 생명평화 백배가 진행되고, 오전 11시에는 많은 시민사회단체가 참여하고 있는 '국제 관함식 반대와 평화의 섬 제주 지키기 공동행동'과 민주노총 주관으로 관함식 반대 기자회견이 열린다.
오전 행사에는 최소 500명 이상이 참여할 것으로 알려지면서, 자칫 충돌상황이 우려되고 있다.
이어 낮 12시부터는 참가자들이 길게 늘어서 국제관함식을 규탄하는 '인간띠잇기'가 펼쳐진다.
이러한 가운데 국제관함식을 비판하는 성명 등이 빗발치고 있다.
강정마을 해군기지 반대주민회는 물론, 전국 시민사회단체에서는 이번 관함식이 한반도 평화시대에 역행하는 '군사력 과시의 장'이자 강정주민들을 또다시 갈등과 분열로 몰아넣고 있다며 강력 반발하고 있다.
세계 35개국에서 국제평화 활동가 435명은 10일 국제관함식 제주 개최를 반대하는 공동성명을 발표했다.
이들은 "제주해군기지는 주민들에 대한 국가폭력과 거짓말, 천혜의 자연환경에 대한 파괴 위에 건설됐다"며 "이번 국제관함식은 제주해군기지를 국제적으로 기정사실화하고, 제주해군기지의 군사적 활용 가능성을 전 세계에 알리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또 "국제관함식은 지난 2005년 대한민국 정부 스스로 '세계평화의 섬'으로 선포한 제주도의 미래 비전을 심각하게 훼손하고 위협하는 것"이며 "유네스코 생물권 보전지역인 강정 앞바다를 파괴하는 일"이라고 비판했다.
전교조 제주지부는 이날 성명을 통해 해군이 국제관함식 문예제 행사에 제주도내 초.중학교 학생들의 참여를 요청한 것과 관련해, "독재정권 시절에나 있을 법한 학생 동원이 벌어지고 있다"면서 학생 동원을 중단할 것을 요구했다.
전교조는 "해군이 제주 사람들과 충돌하고, 산호초 구럼비 바위 폭파등 제주 바다를 파괴하는 장면을 도민들과 학생들이 보았다"면서 "해군기지로 인한 갈등의 현장에 구시대적인 호국보훈이라는 명목으로 학생들을 동원시키는 것은 문제가 있다"면서, "그동안 경찰의 폭력으로 많은 강정주민과 도민들에게 아픔을 주었는데, 이에 대한 치유와 회복이 먼저"라고 주장했다.
천주교 제주교구 강우일 주교가 이사장으로 있는 재단법인 성프란치스코평화센터도 성명을 내고, "국제관함식은 역사를 뒤엎어버리는 것이자, 평화시대에 역행하는 행사"라고 정면 비판하며 큰 우려를 표명했다.
비핵제주평화시민모임은 지난 8일 기자회견에서 "대규모 군사 퍼레이드로 제주가 동북아시아의 떠오르는 군사기지의 섬이 되고 있다"며 "미 핵 항공모함과 모든 핵 전함의 제주해군기지 입항을 반대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평화는 작은 마을을 희생시키고 공동체 분열을 획책한 결과로 오지 않으며, 핵항공모함과 대량파괴 살상무기로 오지 않는다"면서 "제주 국제관함식은 위선이고 재앙이다"고 주장했다.
시민사회단체 등으로 구성된 제주해군기지 전국대책회의와, 국가인권위 제자리 찾기 공동행동, 열린군대를 위한 시민연대 등은 국가인권위원회 앞에서 해군의 관함식 반대주민 사찰과 불법채증을 통한 인권침해를 했다는 내용의 진정서를 국가인권위원회에 제출했다.
이들 단체는 진정서 제출에 따른 기자회견에서 "국제관함식 행사를 반대하는 강정 주민들과 평화지킴이들은 매일 제주해군기지 앞에서 집회신고를 해 백배를 드리고 홍보활동을 하고 있는데, 백배를 드리는 사람들을 사복을 입은 해군이 사찰하고 정복을 입은 해군이 소형카메라로 불법채증을 했다"고 주장했다.
또 "관함식 강행은 최근 현 정부가 추진한 남북공동선언에 명시한 군축이 사실상 평화에 기반한 것이 아님을 폭로하는 것"이라며 "무엇보다 강정주민들의 반대에도 관함식 개최를 종용하며 강정주민들의 갈등을 부추겨 상처를 더 헤집어 놓은 것에 분노한다. 평화와 군함은 양립할 수 없기에 주민들의 뜻에 반해 관함식을 강행하는 현 정부를 규탄한다"고 밝혔다.
제주녹색당 엄마정치모임은 9일 "관함식에서 우리 아이들에게 무엇을 가르칠 것인가"라며 "한반도 평화에 역행하는 관함식 개최에 반대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제주해군기지는 많은 희생 위에 지어진 죽음의 관이다"고 지적한 후, "전쟁기지에서 우리 아이들이 배워야하는 것은 '전쟁이 무엇인가'이지 결코 군함의 화려함이나 직업 군인 체험이 아니다. 전쟁기지는 즐거운 곳이 아닌 성찰의 장소여야 한다"며 해군기지에서 아이들을 대상으로 한 체험 등에 대한 반대 입장을 밝혔다.
한편 10일부터 14일까지 제주해군기지에서 열리는 국제관함식에는 14개국 21척의 외국 군함과 45개국의 대표단이 참가한다. 우리나라 군함 등을 포함하면 군함 50여척과 항공기 20여대와 총 1만여명의 장병이 참여할 예정이다.
참가국 중 가장 많은 군함을 보내는 국가는 미국으로, 핵 항공모함인 로널드 레이건함 등 4척이 강정항에 입항할 예정이다.
당초 일본 자위대도 참가할 예정이었으나 일제 전범기인 '욱일승천기(旭日昇天旗, 욱일기)'를 게양하는 것을 고수하면서 국내에서 규탄여론이 들끓자 결국 불참을 결정했다.
최신형 이지스 구축함인 정저우(鄭州)함을 보낼 예정이었던 중국도 해상 사열에 군함을 보내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통보해왔다.
관함식은 외국 군함 등을 초청한 가운데 국가 원수 등이 해군 함대를 검열하는 의식이다. 1998년 건군 50주년을 기념해 처음 열린 이래 10년 주기로 개최되고 있으며, 올해 3회째를 맞는다.
그러나 이번 관함식은 제주도에서 환영받지 못하고 있다.
청와대와 해군의 집요한 설득으로 강정마을회가 대통령의 사과 등을 조건으로 해 국제관함식 제주개최를 수용하기로 했으나, 반대 여론은 갈수록 더 크게 확산되고 있다. 오히려 청와대와 해군이 나서 강정마을을 또다시 갈등과 분열로 만들고 있다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이는 제주도 개최를 결정하는 과정에서 나타난 민주적 절차 훼손 논란, 그리고 지난 11년 제주해군기지 건설과정에서 있었던 절차적 정당성 문제나 국가공권력의 폭력 내지 인권유린 등에 대한 진상규명 조차 이뤄지지 않은 채 이번 관함식 행사 하나로 제주해군기지 건설의 당위성을 국내외에 선포하려 하고 있기 때문이다.
행사가 임박했음에도, 정부와 제주도정이 '행사 홍보'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못하는 것도, 이번 행사의 명분과 정당성을 상실한채 진행되는 문제가 큰 것으로 풀이된다.
관함식 행사가 진행된 후, 제주해군기지 문제를 둘러싼 갈등은 오히려 더 심화될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헤드라인제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