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發 '국제관함식' 분란 유감...왜 제주만 집착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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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發 '국제관함식' 분란 유감...왜 제주만 집착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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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논단] 국제관함식과, 이해못할 청와대의 고집
주민분열.갈등 불지피며 관철...정말 책임질 자신 있나

'2018 국제관함식(觀艦式)'을 둘러싸고 서귀포시 강정마을이 또다시 분란에 휩싸였다. 정부와 해군이 오는 10월 예정된 국제관함식을 서귀포시 강정 제주해군기지(민군복합형 관광미항)에서 개최하겠다고 공식 발표한데 따른 것이다.

강정마을은 또다시 시끄러워졌다. 주민들 입장은 양분되었다. 조건부로 수용해야 한다는 쪽과, 제주해군기지는 절대 인정할 수 없다는 쪽으로 나뉘었다.

'제주해군기지'로 인해 2007년 이래 지속돼 온 찬반 주민들간 갈등이 10년째를 넘기면서 관계가 조금씩 개선될 분위기가 조짐을 보여왔는데, 그 오랜 상처가 아물기도 전에 이번에는 '국제관함식' 수용여부를 놓고 또다시 분열이 일어났다.

개탄스러운 것은 주민들을 이간질 시키는 것에 다름 없는 갈등과 혼돈으로 몰아넣고 있는 장본인이 바로 청와대라는 점이다.

매우 유감스럽다. 국제관함식의 제주개최 결정의 과정을 보면, 청와대의 행보는 실망스러운 점이 한두가지가 아니다.

◆ 왜 총회 결정사항 번복 종용하며 주민 '이간질'?

그 첫번째가, 청와대가 직접 나서 주민들로 하여금 종전 마을총회 결정사항을 번복하도록 종용 내지 설득하고 다녔다는 점이다. 이는 민주주의 본질을 저버리고 훼손했다는 비판을 받기에 충분하다.

국제관함식 개최 '반대'는 이미 지난 3월 강정마을회 임시총회를 통해 결정된 사항이었다. 당시 해군은 강정주민들에게 관함식에 대해 설명하며 주민들이 반대하면 부산에서 개최하겠다고 밝혔다고 한다. 그래서 주민들이 총회 자리를 만들어서 논의를 한 것이고 그 결과 '반대'로 결론을 낸 것이다.

그러나 해군은 반대결의에도 불구하고, 주민들을 개별적으로 만나며 회유하고 다닌 사실이 드러나 '거짓말' 논란을 자초했다.

뿐만 아니라 해군의 대행사 공모 공고내용에는 개최지로 '제주'가 확정된 것처럼 명시돼 있었다. 이것이 바로 불과 7월 중순에 있었던 일이다. 이 때까지만 하더라도 해군은 "아직 결정된 바 없다"고 했고, 청와대는 '침묵'이었다.

그러다가 전국 시민사회단체의 청와대 앞 관함식 반대기자회견 등 반대 여론은 크게 확산됐다. 결정적으로 제주도민을 대표하는 제주특별자치도의회가 43명 전체 의원의 서명을 받아 제주개최를 반대하는 결의안을 발의했다.

상임위원회에서 통과한 이 결의안은 청와대 이용선 시민사회수석이 도의회를 방문한 다음 날 갑자기 상정보류 됐지만, 어쨌든 43명 전체 의원도 '반대'한다는 입장은 분명히 공표한 셈이다.

도의회 본회의장에서는 관함식 강행에 대해 "주민들을 두번 죽이는 대못을 박는 것", "강정마을 상처에 소금 뿌리는 격" 등의 격한 성토도 이어졌다.

그럼에도 청와대는 관함식을 강행하기 위해 도지사와 도의회 의장을 만나 설득했고, 강정마을에는 직접 파고 들어가 주민들을 설득하며 총회 결정사항의 '번복'을 종용했다.

말이 좋아 설득과 제안이지, 제주도를 기만한 것이자 주민들을 갈등으로 몰아넣는 '이간질'이었다. 시민사회단체에서는 '협잡질'이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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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달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열린 강정마을 해군기지 반대주민회 등이 주최한 국제관함식 개최 반대 기자회견.ⓒ헤드라인제주

◆ 책임회피 비겁함 논란...주민들 결정에 따르고, 관여 안했다? 

두번째는, 국제관함식을 제주해군기지 개최를 관철시키기 위해 청와대가 주민들을 상대로 집요한 설득 작업을 폈으면서, 마치 주민들 스스로 결정을 내린 것처럼 하며 책임에서 한발 물러서는 비겁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는 점이다.

청와대 대변인은 지난달 25일 정례브리핑에서 관함식 개최여부는 강정마을회의 주민투표 결정을 따르겠다면서, 기존에 이미 반대 결정이 내려진 사안에 대해 마을총회 투표가 진행되는 것에 대해서는 "그 절차는 청와대가 관여하거나 그런 것이 아니다"고 선을 그었다.

즉, 이번에 다시 마을총회가 열리고 주민투표가 실시되는 절차에 청와대가 관여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러나 마을회가 3월 '반대 결정사항'을 번복시키기 위해 청와대가 강력히 개입했고 총회를 열도록 설득했던 것은 이미 다 알려진 사실이다.

단지 제안만 하고 돌아간 것도 아니다. 행정관들이 마을에 상주하며 주민들을 설득했다고 한다. 마을의 상황을 얼마나 세세하게 체크했으면, 청와대 대변인이 브리핑 할 때 마을총회가 개최되기도 전이었음에도 주민투표가 결정된다면 주말쯤 실시될 예정이라는 구체적 시점까지 언급했을까. 

청와대는 단지 주민들의 결정에 따른 것이 아니라, 특정방향으로 결정하도록 '작업'을 수행했고, 청와대의 시나리오대로 '수용'을 관철시켜낸 것이다. 분란 및 갈등을 조장을 했다는 1차적 책임론이 제기될 수밖에 없는 이유다.

◆ 대통령 '유감' 표명과 '위로의 말'이 빅딜 대상?

세번째는 청와대가 강정주민에게 '국제관함식' 개최를 수용할 경우 문재인 대통령의 유감 표명을 추진한다는 제안을 했다는 점이다.

이용선 수석은 강정마을 주민들을 만난 자리에서, 국제관함식이 제주에서 열리게 된다면 문재인 대통령이 강정마을을 방문해 주민의 갈등과 고통에 대해서 유감과 위로의 말을 전할 수 있고, 국가차원의 공동체회복사업을 약속하는 발언이 있을 것이라고 했다고 한다.

정말 황당하다 하지 않을 수 없다.

지난 11년간 강정주민들이 받은 상처와 고통은 이루 말할 수 없다. 정부가 그 아픔을 헤아린다면 진정한 치유의 방법을 찾았어야 했다.

국제관함식 수용하면 대통령이 '유감과 위로의 말'을 하겠다는 조건부 제안이 어떻게 나올 수가 있나. 정말 실망스럽다.

국책사업이라는 미명하에 국가공권력을 동원해 저항하는 주민들을 짓밟고 마을공동체를 송두리째 붕괴시킨 강정문제는 그 어떤 조건도 필요없이 대통령이 응당 사과를 하고 치유대책을 내놓아야 할 일이다.

그런데 청와대가 '관함식을 수용하면'이라는 전제를 제시하며 대통령의 유감 표명 운운했다니 참으로 기가 찰 노릇이다. 그러니 설령 관함식에 참석한 대통령이 유감을 표명한다 한들 진정성 있게 보이겠나.

유감 표명과 공동체 지원대책은 관함식 개최조건이 아니라, 별개의 건으로 진행해야 할 문제다.

◆ '상처 치유, 화해.상생' 화려한 미사여구...진짜  제주도 집착이유는?

넷째, 도대체 왜 그토록 제주해군기지에 집착하며 국제관함식을 개최하고자 하는 이유가 뭔지 알 수가 없다는 점이다. 말로는 주민들이 반대하면 부산에서 개최하겠다고 해왔다.

그러나 주민들이 반대 결의를 한 후에도 부산이 아닌 제주도 강정만을 고집했다. 무슨 이유일까.

국제관함식은 외국 군함 등을 초청한 가운데 국가 원수 등이 해군 함대를 검열하는 해상사열 의식이다. 반드시 제주에서 개최해야 할 이유는 없어 보인다.

그럼에도 왜 많은 논란과 의구심을 사며, 아직 상처가 아물지도 않은 제주도 강정에서 개최하기를 고집하는가.

청와대는 국제관함식을 제주에서 개최하고자 취지를 두가지로 설명했다. 하나는 제주 앞바다를 긴장의 바다, 갈등의 바다에서 평화의 바다로 만드는 취지, 다른 하나는 강정마을이 기나긴 시간 동안 서로 상처와 고통의 시간이 있었는데, 국제관함식을 계기로 그런 상처가 치유되었으면 하는 것이 우리 정부의 바람이라고 했다.

해군의 행사 개최취지 설명도 비슷했다.

첫번째는 제주 앞바다를 세계 속의 상생의 바다, 평화의 바다로 만드는 계기로 삼겠다는 것이고, 두번째는 해군기지 건설 과정에서의 상처를 치유하고, 민군이 화합하고 상생할 수 있는 기회로 삼겠다는 것이다.

청와대나 해군의 설명은 표현만 살짝 달리할 뿐 사실 같은 것이다.

그러나 이 행사개최 취지는 동의하기 어렵다.

갈등을 조장하고 마을의 분란을 일으키며 '상처 치유'나 '화해.상생' 운운하는 것 자체가 이율배반적이다. 군사력 과시의 장에 다름 없는 이벤트를 펼치면서 '평화의 바다'를 만들겠다는 것도 이해하기 힘들다.

청와대가 제시한 목적은 진정성이 결여돼 있는 듯 하다.

도의원 전체가 반대했고, 마을주민들이 모두 반대했고, 시민사회단체가 반대했고, 실익보다 부정적 후유증이 더 크게 예상되는데도 밀어붙이는 것을 보면 뭔가 말 못할 속사정이 있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읖 갖게 한다.

'상처치유'나 '화해.상생'이란 화려한 미사여구는 개최지 설득을 위해 만들어낸 것일 뿐, 실제 제주 개최 목적은 '국제 관계'와 관련된 문제에서 비롯된 것 아니냐는 시각도 적지 않게 나오고 있다.

◆ 커지는 혼돈과 갈등...주민 분란, '사과' 수위, 정말 책임질 자신 있나

어쨌든 청와대와 해군의 '강행' 결정으로 제주사회는 또다시 큰 혼돈과 갈등이 표출되고 있다.

강정마을 주민들과 전국 100여개 시민사회단체 등이 참여한 '2018 제주생명평화대행진'에서는 국제관함식 제주개최를 반대하는 '평화선언문'이 채택됐다.

강정마을 해군기지 반대주민회도 철회를 촉구하며, 이 행사가 강행될 경우 시민사회단체 등과 연계해 온 몸으로 막아내겠다고 천명하고 있다.

전체 의원들이 제주개최 반대에 서명했던 제주도의회는 이번 일련의 상황에 크게 우려하고 있다.

그러나 분란이 커지는 상황에 대해 청와대는 아무런 말이 없다. 집권여당인 더불어민주당 제주도당이나, 제주지역 3명의 여당 국회의원은 '청와대 눈치보기' 때문인지 애써 외면하고 있다.

때문에 여러 걱정이 앞서고 있다.

그런데 상처가 수습되기도 전에, 또다시 분란이 일어나 우려가 크다.

무엇보다 청와대와 해군이 '관함식' 개최로 빚어지게 될 모든 상황에 대해 책임질 각오가 돼 있는지 의문스럽다.

개최지를 수용한 주민들이 요구한 '대통령의 사과'도 제대로 이뤄질 수 있을지 의문이다. 청와대는 '대통령이 유감 표명을 할 수 있다'는 내용을 주민들에게 전달했고, 주민들은 최소 '사과' 이상으로 생각하고 있다.

그러나 개최지 발표를 하면서 해군참모총장이 언급한 내용을 보면 의아스럽다.

심승섭 총장은 "제주민군복합항건설사업 추진과정에서 강정주민들을 비롯한 제주도 사회에 아픔과 부담을 드린 점에 대해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국가공권력이 잘못했던 부분이나, 위법한 행정절차, 마을공동체를 파괴한 것에 대한 부분은 쏙 빼고 '아픔과 부담 드린점'에 대한 유감을 표명한 수준이다. 주민들이 요구하는 내용에는 한참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다.

강정마을을 찬반논쟁으로 몰아넣어 마을공동체를 붕괴시키고, 국가공권력을 앞세워 저항하는 주민들을 강제진압하고 500명이 넘는 인원을 강제연행해 사법처리한 해군기지 문제에 대해 정부와 해군이 강정마을에서 자행된 반인권적 폭력과 탄압을 '유감' 수준으로 넘어가려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이 일고 있다.

대통령의 입장발표가 이뤄진다면 단순한 유감표명은 절대 안될 말이다. 해군기지가 위법한 절차로 인해 정당성을 상실했다는 것은 속속 드러나고 있다.

제주특별자치도의회가 지난 2일 2009년 12월17일 열린 제267회 임시회 제1차 본회의 때 있었던 파행사태에 대해 10년만에 공식 사과한 것은 제주해군기지 건설 과정에서 절차적 위법성이 있었음을 공식화하는 의미로 볼 수 있다.

당시 한나라당 소속 도의원들은 본회의장에서 기습적으로 단상을 점거해 해군기지 관련 쟁점 의안인 '절대보전지역 변경 동의안'과 '제주해군기지 건설사업 환경영향평가서 협의내용 동의안'을 날치기 처리했다.

이는 그해 1월 21일 국방부장관이 '국방군사시설 실시계획 승인'을 고시했으나 절차적으로 문제가 있어 '무효'가 될 위기에 처한데 따른 것이었다.

국방군사시설 실시계획이 환경영향평가도 거치지 않고 마련된 것일 뿐만 아니라, 강정마을 구럼비 일대는 제주특별법상 '절대보전지역'으로 지정돼 건설공사가 불가능한 것으로 확인됐기 때문이다.

즉, 실시계획이 위법하게 먼저 고시된 후, 뒤늦게 '날치기 통과'를 통해 하자를 보완한 것이다. 명백한 절차적 위반이다.

김태석 의장이 도의회를 대표하여 이의 절차적 문제를 지적하며 사과하면서 청와대는 대통령의 '사과 수위' 문제를 고민해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주민들은 해군기지 건설과정의 절차적 위법성을 비롯해, 국가공권력에 의해 저질러진 과잉탄압과 인권침해 등에 대한 인정하느냐의 문제가 '사과'의 내용에 들어가야 하고, 진상조사도 실시돼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 아랑곳 없이 일방적인 '유감' 표명만을 한다면 오히려 더 큰 항거를 초래할 수도 있다.

어쨌든 피눈물로 절규하는 강정 주민들을 짓밟고, '날치기 통과'의 위법한 절차 속에 건설된 제주해군기지의 문제가 매듭되지 않은 상황에서, 그곳에서 국제관함식의 팡파르를 울린다는 것은 여러모로 모양새가 좋지 않다.

왜 그토록 제주해군기지만을 고집하는 것인지, 정말 이해하기 힘들다.

끝까지 강행을 할 심산이라면, '관함식'에서 촉발된 주민갈등과 분열에 대한 모든 책임을 질 각오로 해야 할 것이다. 대통령의 사과도 어설픈 유감의 수준이 아니라 해군기지 건설의 위법성 문제까지 분명히 포함한 수위여야 한다. 책임질 자신이 없다면, 늦기 전에 개최지를 재검토함이 타당하다. <헤드라인제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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