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차단속이 먼저냐, 교통 환경이 먼저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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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차단속이 먼저냐, 교통 환경이 먼저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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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강문상 서귀포시 주차지도담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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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문상 서귀포시 주차지도담당. ⓒ헤드라인제주
도내 자동차등록대수가 50만대를 돌파하면서 이 비좁은 섬 하나가 온통 교통지옥으로 전락되었다는 느낌이다. 거기에다 쏟아지는 렌트카도 한몫을 차지하고 있어 교통행정을 담당하고 있는 부서에서는 여간 곤혹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최근에는 관광코스보다 잘 알려지지 않은, 이른바 ‘비경’이란 곳을 찾아다니며 블로그에 올리는 일이 일상화되면서 사람들이 몰려들고 있지만, 주차장 등 미처 정비가 되지 않으면서 교통민원이 끊이지 않고 있다.

겨울이면 붉게 피는 동백꽃이 아름답다며, 위미 동백마을이 떴다. 그러나 마을 안길은 겨우 차량 한 대가 통행할 수 있을 정도의 비좁은 도로여서 편도 1차선 일주도로를 온통 렌터카로 점용한 탓에 교통사고 위험은 물론이거니와 지역주민들의 불편은 원성으로 다가오고 있다. 꽃이 시들어버린 지금은 아무도 찾지 않아 자연히 민원도 시들었지만 올 겨울 동백꽃이 만개할 즈음, 민원은 다시 고개를 들 것이다.

유명관광지에 식상한 관광객들이 감귤껍질 말리는 목장의 수평선과 붉게 물든 석양의 노을이 비경으로 알려지면서 주변 사유시설에서 제기한 교통민원을 처리하느라 곤혹을 치른 기억도 엊그제다.

봄이다. 벚꽃과 유채꽃이 만개한 작금, 성산일출봉을 배경으로 유채꽃밭은 관광객들로 넘쳐나고 있다. 사진촬영을 대가로 지역주민들의 수입도 쏠쏠할 것 같지만, 편도2차선 중 왕복 2차로를 온통 렌터카가 점용해 버린 탓에 구간을 오가는 차량들의 교통 단속요구 민원이 빗발치고 있다.

지역에 정착한 인기 연예인과 더불어 한 방송사의 인기프로그램에 소개된 백약이오름 또한, 구름처럼 몰려드는 관광객을 수용할 준비가 안 돼 늘 교통사고의 위험에 노출되어 있다.

여름철이면 천연탕으로 알려진 항우지 선녀탕, 주변 편도 1차선 도로를 마구잡이식으로 렌터카가 점용하면서 사고위험은 물론, 절벽 진입에 따른 안전마저 위험에 노출되어 있다.

한라산을 접하고 있는 성판악과 영실, 사려니숲길 등도 1년 내내 주변이 불법주차차로 몸살을 앓고 있다.

계절마다 쏟아지는 민원은 장소만 제각각일 뿐, 대체적인 요구사항은 교통 흐름의 개선이나 안전대책으로 대별할 수 있다고 본다.

그렇다면, 이러한 문제를 관장할 부서는 어디인가? 필자도 답답한데 민원인의 입장이야 오죽 답답할까?

“도로 하나를 온통 렌터카가 점용했는데, 차량을 단속하던지 교통정리를 하던지 뭔가 조치를 해야지. 이러다 대형사고가 날 경우 누가 책임질 것이요? 도대체 책임부서가 어디요? 국가경찰? 자치경찰? 아님 세계유산본부? 시청? 이리 전화하면 저리 돌리고 지금 핑퐁게임하자는 거요”

오늘도 민원인과 길고 긴 통화를 하면서 해답을 내놓을 수 없는 내 자신 스스로 비애감을 느끼지 않을 수 없었다.

치솟는 땅값에 팔고자 하는 공용주차장 부지마련도 쉽지 않아 맹목적인 주차단속만을 염두해 둔다고 치자. 오는 관광객 오지 말라 그물망을 치는 형국이고, 한 푼이라도 벌자는 지역주민들의 수입 역시 사그라질 것이라 궁극적인 해답이 될 수 없다.

알다시피 도로교통법의 집행에 있어 행정은 주차위반단속과 같은 소극적 권한에 불과한 반면, 교통안전 및 교통소통에 사무, 교통법규 위반 지도단속에 관한 사무(특별법 제109조)는 자치경찰에게 포괄적 권한이 주어졌다. 이는 국가경찰도 마찬가지이다.

단순히 주차단속만의 문제라며, 모든 민원의 귀착지를 행정시만의 문제로 돌려버린다면 ‘닭이 먼저냐, 계란이 먼저냐’의 문제에서 헛바퀴를 돌고 돌 수밖에 없다고 본다.

결국 원초적인 해법찾기에는 어느 기관도 예외는 있을 수 없으며, 특히 이를 총체적으로 주관할 기관이 하루빨리 지정되어야 한다고 본다.

엊그제 지방청(생활안전계) 주관으로 야간 교통민원에 대해 112상황실과 자치경찰, 행정시의 역할을 되새기며, 핑퐁게임에서 벗어나자는 일련의 관계기관 다짐 간담회가 좋은 본보기다.

오늘도 도내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는 교통민원을 효과적으로 대처할 컨트롤타워가 이번 특별자치도 조직개편에서 가시적으로 나타나기를 기대해 본다. <강문상 서귀포시 주차지도담당>

*이 글은 헤드라인제주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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