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고의무감만 쥐어주면 장애인학대가 사라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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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고의무감만 쥐어주면 장애인학대가 사라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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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 인권이야기] 장애인학대 신고의무자와 인식개선
송수향 / 제주장애인권익옹호기관
▲ 송수향 / 제주장애인권익옹호기관 ⓒ헤드라인제주
필자는 제주특별자치도 장애인권익옹호기관에서 상담 업무를 시작한지 얼마 되지 않았다. 종종 상담을 마치고 상담내용을 되짚어보면 머리를 한 대 맞은 것 같은 기분이 들 때가 있다. “비밀 보장 되는 거 맞죠?”, “내가 신고한 거 들키지 않죠?” 장애인 차별 및 학대신고접수와 상담을 하면서 신고자로부터 가장 많이 듣는 질문이기 때문이다.

모든 사람들이 ‘장애인학대’라는 문제가 사라져야 한다는 것에는 동의하겠지만, 지금도 장애인 학대가 표면적으로나 묵시적으로 계속해서 발생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학대 범위 역시 걷잡을 수 없는 크기와 무게로 나날이 커져가고 있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일어나는 장애인 차별과 학대 사건이 심각한 것은 물론이다. 그러나 그렇게 놓치는 큰 사건뿐 아니라 일상생활에서 무심코 행하는 장애인 차별 또한 계속되고 있다. 가해자는 자신의 행동이 학대라고 생각하지 않고 반복하게 되며, 사회에는 자연스럽게 차별과 혐오가 자리 잡게 된다.

보건복지부의 ‘재가 장애인 인권실태조사 연구보고서’에 따르면 학대를 당하고도 약 60%의 피해자가 ‘꾹’참을 수밖에 없었다고 한다. 정서적 학대는 ‘신고를 해도 달라질 것 같지 않아서’, 신체적 학대는 ‘보복이 두려워서’ 등의 사유로 그저 참고 넘기게 된다.

장애인복지법 제59조의4 제2항에 따르면 사회복지전담공무원, 사회복지시설 종사자 등 신고의무자의 경우 장애인학대 및 장애인 대상 성범죄를 알게 된 경우에는 의무적으로 지역옹호기관 또는 수사기관에 신고하게 되어 있다. 직무를 수행하면서 최소한 학대가 의심된다면 의무적으로 신고를 하라는 것이다. 신고자는 신고의무자가 아니더라도 이웃이 될 수도 있고 가족이 될 수도 있고 피해 당사자가 될 수도 있다. 이 말은 단순히 신고의무자와 피해당사자의 신고에 대한 부담감을 덜어주자는 최소한의 의미만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동법률 제1항을 보면 ‘누구든지’라는 용어를 볼 수 있다. 장애인학대가 없어지기 위해서는 전 국민이 장애인학대 신고의무자가 되어야 한다. 그러나 전 국민에게 의무감만을 쥐어주고 학대가 의심될 시 신고를 하라고 하면 100% 예방할 수 있을 것인가? 앞으로도 오랜 시간을 들여 장애인 인식개선과 학대신고 의무자 교육을 실시해야 할 것이다.

우리는 주변 사람들에게 예민해져야 할 필요가 있다. 아무렇지 않게 행한 행위가 혹시 학대인 것은 아닐까라는 질문을 매번 스스로에게 던져야 한다. 확대에 대한 인식이 과거의 잘못된 관점에서 멈춰 섰다면 그 범위를 협소하게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오래된 시각을 수정함에 따라 사회전반에 장애인학대에 대한 신고 문화가 자연스럽게 자리 잡기를 바란다.

우리 스스로를 존중받고 대접받아야 하는 특별한 사람이 되어야만 한다는 생각을 잠시 접어보자. 모두가 동등한 위치와 입장이라는 것을 잊지 말아야하며 예민한 감수성을 갖고 있는 사회로 자리 잡을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감히 이야기해 본다. <송수향 / 제주장애인권익옹호기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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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 인권 이야기는...

우리 사회는 장애인을 단순한 보호 대상으로만 바라보며 장애인의 문제를 대신 해결해 주려고 하고 있다. 하지만 장애인은 치료받아야 할 환자도, 보호받아야 할 어린이도, 그렇다고 우대받아야할 벼슬도 아니다.

장애인은 장애 그 자체보다도 사회적 편견의 희생자이며, 따라서 장애의 문제는 사회적 환경에서 비롯된다고 할 수 있다.

(사)제주장애인인권포럼의 <장애인인권 이야기>에서는 장애인당사자의 입장에서 바라보는 세상에 대해 새로운 시선으로 다양하게 풀어나가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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