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자도에는 요즘 몸 채취가 한창이다. 마을마다 공터에는 몸을 건조하느라 분주하다.몸은 표준어로 모자반이라고 부르는 해초다. 예전엔 마을에 경조사가 생기면 제일 먼저 몸국을 끓인다.키우던 집돼지를 잡아 손님용 고기는 제외하고 남는 고기와 뼈, 내장, 순대 삶은 국물에 몸을 넣으면 느끼함이 줄어들고 독특한 맛이 우러나는데, 어릴 적 잔치 집에서 일손을 도와주고 어머니가 냄비 하나 가득 몸국을 받아오면 식구들이 둘러앉아 맛있게 먹었던 기억이 난다.
그 흔했던 몸이 지금은 추가도에서만 생산되는 대표 특산물이 되었다. 추자도의 바다가 청정해서 그런가 보다.
몸 채취는 마을주민들의 공동작업으로 한다. 해녀와 어부들이 바다에서 몸을 채취하면 노인네들은 뭍에서 말린다. 마을안 도로며 공터를 귀하신 몸에게 내주고 자식처럼 정성스럽게 돌본다.겨우내 집에만 있던 노인들이 활약할 시기가 온 것이다.
하루종일 몸 옆에 앉아서 뒤집고, 다른 해초들을 골라내고, 몸에 있는 방울들을 바닥에 밀면서 떼어낸다. 손이 많이 가는 작업이다.
햇살의 따뜻함이 찬바람과 섞여있는 초봄의 상쾌함에 자전거를 타고 섬을 돌아다녔다.
몸을 말리고 있는 할머니 옆에 어린 손자가 할머니 등에 붙어서 고집스럽게 따라다니고 있었다.문득 어릴 적 나의 모습이 떠올랐다.
해녀인 어머니를 따라 물질이 끝날 때까지 해녀구덕을 지키며 어머니가 빨리 나오기만을 기다리다, 멀미로 창백해진 얼굴, 파란 입술의 고무 모자를 쓴 어머니는 “야이, 무사 집에 안 간 여기시니게”하며 불턱에서 소라나 미역귀 등을 구워 입에 물려준다. 누런 콧물을 훈장처럼 얼굴에 말리던 아이는 휘청거리는 어머니 손을 꼭 잡고 집으로 돌아온다.
할머니 등에 고집스럽게 따라다니는 저 아이도 시간이 흘러 내 나이가 되겠지...아이야!
어른이 되면 지금의 할머니처럼 네가 할머니를 지켜드리렴...
할머니의 굽은 등처럼 너도 세상의 무게에 등이 휠 때 할머니의 억척스러운 손을 생각하며
자조의 웃음으로 세상을 비웃고 일어나렴...
슬픈 사랑으로 가슴이 아플 땐
할머니의 따뜻한 등을 떠올리며 너를 안아주렴..
너의 삶이 추자도의 봄처럼 깨끗하고 아름다웠으면 좋겠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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