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광도시 제주에 산재한 장애인 접근성 '장벽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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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광도시 제주에 산재한 장애인 접근성 '장벽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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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 인권 이야기] 차별로 인한 선택 제한, ‘모두를’ 위해 바꿔야할 과제
김경숙 / 제주장애인야간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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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경숙 / 제주 장애인야간학교 ⓒ헤드라인제주
내가 속해 있는 제주장애인야간학교는 도내 유일한 장애인평생교육시설로 적절한 교육기회를 갖지 못해온 성인중증장애인에게 배움의 기회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학교 일정 중에는 답답한 교육실을 떠나 야외 활동을 하는 행사가 종종 있는데 이때 제일 먼저 하는 일은 중증장애인의 관점에서 장소를 선정하는 것과 사전답사를 하는 것입니다. 

이렇게 사전답사를 하다보면 비장애인의 시각으론 보기 힘든 ‘장애인을 향한 장벽’들을 종종 마주치게 됩니다. 특히 관광지를 방문해보면 기본적인 편의시설에서 문제점들을 자주 만나게 되는데, 이 문제는 중증장애인만을 위한 것이 아닌 우리 사회 모두를 위해서도 바꿔야할 과제라고 생각합니다.

먼저, 편의시설에 관하여 살펴봤을 때 '국제자유도시제주', '관광도시 제주'라고 홍보하고 있음에도 다양한 사람들이 찾아오는 제주도의 접근성과 이용성의 실태는 과연 어떨까요? 휠체어를 이용하는 장애인은 물론 유모차나 지팡이와 같은 보장구를 이용하는 관광객에게도 불편함을 남기고 있는 곳이 적지 않게 있습니다. 

어떤 관광지에서는 휠체어와 유모차를 대여해주기도 하는데, 정작 관광지 중간에는 휠체어 또는 유모차가 이동하기 힘든 큰 턱이나 계단이 있는 경우가 있으며, 기차 또는 차를 탑승해야만 이용할 수 있는 관광지의 경우, 휠체어 이용자는 휠체어에서 내려서 옮겨 타야 하는 불편함을 감수해야만 하는 경우가 있었습니다.

경사로가 없는 큰 턱과 계단, 휠체어가 진입하기 힘들도록 설계된 길은 장애인이 관광지를 이용하는데 있어서 대표적인 문제점입니다. 동시에, 관광지 내에 기차와 같은 이동수단들은 정말 필요한 이동약자에게는 탑승하는 것조차 힘들어 아예 관광에서 배제되는 경우가 종종 발생합니다. 

장애인차별금지법 18조 2항에 따르면, ‘ 장애인보조기구 등을 시설물에 들여오거나 시설물에서 사용하는 것을 제한·배제·분리·거부하여서는 아니’돼야 하지만 현재 제주도의 관광지들에선 무시되고 있는 경우가 자주 보입니다. 

만약 관광지 내 이동시설들에 저상버스처럼 장애인뿐만 아니라 유모차, 이동약자를 위해 접근이 편리하도록 ‘경사판’이 나오거나 휠체어를 들어 올려 탑승을 도와주는 ‘리프트’가 장착이 된다면, 접어서 보관하기 힘든 전동휠체어를 이용하는 장애인까지도 이용할 수 있을 것입니다. “잘 다녀와~ 기다리고 있을게”라고 말해야 하는 상황처럼, 누군가 함께 즐길 권리를 잃고 배제되어 있지는 않은지 생각해 봐야 하지 않을까요?

또한, 학교에서 야외활동을 하는 행사를 계획할 때 접근성과 이용성 다음으로 제일 먼저 확인하는 부분은 바로‘화장실’입니다. 장애인전용화장실이 따로 구비되어있다면 좋겠지만 비장애인화장실을 같이 사용해야만 하는 경우도 적지 않은데 이럴 때마다 장애인들은 큰 불편을 겪어야만 합니다.

휠체어가 들어갈 수 있는 공간이 된다고 하더라도 화장실내부에 안전손잡이가 없기 때문에 도움을 필요로 한 경우가 많으며 휠체어를 탄 사람 둘이 들어가도 공간이 좁아 불편한 경우를 적지 않게 보게 됩니다.

두 아이의 엄마로서, 이런 ‘무관심’은 흔하게 접하는 일입니다. 관광지나 근처 식당에서 밥을 먹는다고 할 때, 아이가 기저귀에 볼 일을 봐서 기저귀를 교환해야한다면 교환이 가능한 시설이 준비되어 있는 곳은 몇 곳이나 될까요? 

최근 대형마트나 사람이 많이 찾는 관광지의 화장실에 가면 기저귀교환대를 볼 수는 있긴 하지만 일반 마트의 화장실, 식당 화장실이나, 작은 공용화장실 같은 경우에는 기저귀 교환대를 찾아보기 힘듭니다. 그러면 차안에 들어가거나 화장실의 양변기 뚜껑을 닫고 기저귀를 교체하게 되는 경우가 생기는데 이럴 땐 엄마도, 아이도 정말 불편하고 화가 났었던 일이 생각납니다. 이 불편은 나 혼자만의 불편이 아닌, 다른 아이와 함께 다니는 엄마들 모두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 일 것입니다.

왜 우리사회는 소수의 사람들에게는 무관심하며, 이렇게 불편함을 주는 것일까요? 왜 우리가 당연히 누려야 할 권리가 무시당하고 있는 것일까요.

요즘 공항이나 큰 공공시설에 가면 조금씩 바뀌고 있는 것 중에 장애인뿐만 아니라 어린 아이 부터 노인까지 ‘누구나’ 이용할 수 있는 다목적화장실을 들 수 있습니다. 장애인화장실을 찾으러 다닐 필요도, 방치가 되어 청소가 잘되어 있지 않아 불쾌할 필요도, 문을 열고 닫는 것이 힘들지 않으며, 비장애인화장실과 따로 분리되어 있는 화장실을 사용하지 않아도 되는 것입니다. 또한 고속도로 휴게실 화장실에는 예쁜 이름의 ‘가족사랑화장실’이라는 화장실이 있습니다.

‘장애인전용화장실’이란 이름으로 배제되어 있던 장소를 장애인은 물론, 부모가 동반해야하는 영‧유아 또는 어린이, 그리고 임산부, 노인 약자 모두가 이용할 수 있도록 한 다목적화장실로 자리 잡고 있었습니다.

오는 3월 20일부터 시행을 앞둔 장애인차별금지법 24조를 간단히 살펴보고 글을 마치려고 합니다. 24조‘3항, 국가와 지방자치단체는 장애인이 관광활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필요한 시책을 강구하여야 한다.’고 명시 되어있습니다.

이제 국가와 지방자치단체에서는 관광지에 장애인들이 편하게 접근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은 선택이 아닌 의무입니다. 국가와 지방단체에서는 꼭 필요한 시책을 강구하여 장애인뿐만 아니라 영‧유아부터 노인까지 ‘ 누구나’, ‘우리 모두’에게 편의를 제공하는 관광지, 관광도시로 발전하기를 희망해봅니다. <김경숙 / 제주장애인야간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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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 인권 이야기는...

우리 사회는 장애인을 단순한 보호 대상으로만 바라보며 장애인의 문제를 대신 해결해 주려고 하고 있다. 하지만 장애인은 치료받아야 할 환자도, 보호받아야 할 어린이도, 그렇다고 우대받아야할 벼슬도 아니다.

장애인은 장애 그 자체보다도 사회적 편견의 희생자이며, 따라서 장애의 문제는 사회적 환경에서 비롯된다고 할 수 있다.

(사)제주장애인인권포럼의 <장애인인권 이야기>에서는 장애인당사자의 입장에서 바라보는 세상에 대해 새로운 시선으로 다양하게 풀어나가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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