꽉 찬 '콩나물 버스'...안내시스템도 '엉망'
지난해 8월부터 제주도 대중교통시스템이 전면 개편돼 노선이 크게 늘어나고 버스 운행대수도 갑절 증가했다고 하지만, 폭설상황이 빚어진 이틀간 시민들의 불만과 원성은 극에 달했다.
출퇴근 시간대, 제주시 도심권 버스정류소에서는 승객들이 더 오를 공간 하나 없는 '콩나물 버스'가 승객만 하차하고 그냥 통과하기 일쑤였다.
제주시 도남동에 소재한 직장에 다니는 부모씨(51)는 "버스를 믿었다가 이틀 연속 낭패를 봤다"고 토로했다.
그는 "어제도 그렇고, 오늘도 그렇고, 인제사거리에서 버스에 타려는데 정말 버스타기가 어려뤄 지각을 했다"면서 "어제는 버스 두대가 모두 꽉 찬 만원이어서 세번째 오는 버스에 겨우 탈 수 있었다"고 말했다.
또다른 직장인 강모씨(48. 여)는 "어제 아침 눈이 많이 내려 대중교통을 이용해달라는 재난대책본부 문자메시지를 보고 화북 남문 버스정류소에서 버스를 기다렸는데, 간간이 오는 버스 4대가 모두 만원이어서 결국은 헛고생만 하고 자가용으로 눈길 운전을 해야 했다"고 토로했다.
11일 저녁 6시가 조금 넘은 시각, 제주시 용문로터리에는 심한 눈보라 속에서도 많은 이용객들이 버스가 제때 오지 않아 발만 동동 굴리고 있었다.한참 후 온 버스도 더 이상 승객이 오를 수 없을 정도로 꽉 찬 '만원버스'여서 한두명만 더 태우고 그냥 출발했다.
버스 두번째 그냥 보냈다는 한 시민은 "물론 오늘 날씨가 좋지 않아 자가용을 놔두고 버스를 타러 오는 사람이 많은 것은 사실이지만, 가만히 보면 운행하는 버스 자체가 몇 되지 않아 수요를 감당하지 못한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서귀포시 표선면 성읍리에 살고있는 정 모씨(33.여)는 "눈때문에 버스가 도착 예정 시간보다 늦게 오거나 심지어 결행되기도 하는 데 시골이라 전자 알림서비스도 없다"면서 불만을 토로했다.
그는 "버스를 놓칠까봐 미리 나왔는데 결행이 될지도 모른다는 불안감 속에 30cm가량 쌓인 눈 속 정류장에서 마냥 기다릴 수 밖에 없었다"고 덧붙였다.
또 "정류장 주변 제설이 안돼 버스를 타고 내릴때 너무 미끄럽다"며 "특히 동네에 노인들이 많은데 최소한의 안전장치도 없어 불안하다"고 말했다.
제주시 애월에 살고 있는 차모씨(30)는 "버스가 너무 안와 결국 택시를 탔다"며 "눈오는 날은 시외지역에 택시도 잘 안다니는데 고생했다"고 말했다.
또 "비싼 돈 들여서 만들었다는 버스정보제공시스템이 우회나 결행 정보도 제공 못한다"고 지적한 후, "대중교통을 이용하라고 말만 하지말고 제대로된 인프라를 갖췄으면 좋겠다"고 불편을 토로했다.
이용할 수 있는 교통수단이 사실상 버스뿐인 학생들도 불만을 쏟아냈다.
고등학생 김 모군(18)은 "한림에 있는 집에 가려고 제주시청 버스정류장에서 막차 버스를 기다리고 있었는데 결국 오지않았다"며 "제주버스어플로 확인해보니 어느새 운행종료로 바뀌있어서 결국 집에 가지 못하고 이모집에서 잤다"고 말했다.
또다른 고교생 현 모군(18)는 "어제 저녁에 금능에 있는 집에 가려고 한림리 버스정류장에서 버스를 기다리고 있었는데 어떤 할아버지가 '1시간이나 버스를 기다리고 있는데 오지 않는다'고 말했다"면서 "학생이서 버스 밖에 이용할 교통수단이 없는데 너무 곤란했다"고 말했다.
상황이 이렇자 원희룡 제주도지사는 12일 시내버스 운행상황 등을 점검한 후, 운행정보가 제대로 제공되지 않는 문제에 대한 조속한 개선을 지시했다.
원 지사는 "대중교통은 도민들의 발인데 폭설일 경우에는 더욱 의존적일 수밖에 없다. 도로 통제 등으로 인해 교통 운행정보가 달라 마냥 길에서 기다리는 불편함을 도민들이 겪지 않도록 신경써 달라"고 당부했다.
또 "폭설 및 자연재난으로 인한 버스 결행, 도로상황의 변경으로 인한 노선 변경, 교통사고로 인한 교통 흐름 변경 시에는 실시간으로 도민들에게 정보를 안내하고 바뀐 정보를 안내하고 대처할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하라"고 요청했다.
한편 이번 폭설 상황의 버스 혼잡문제와 관련해, 지난해 8월 개편된 대중교통 시스템의 또다른 문제의 단면을 드러낸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운행정보 제공 미흡은 앞으로 얼마든지 개선할 수 있는 문제이지만, 출퇴근 시간대 이용객이 조금만 몰리면 버스마다 '만원'을 이루는 것은 수용력의 한계를 여실히 보여준 것이라는 지적이다.
한 시민은 "도정에서는 대중교통을 이용하라고 하지만, 막상 자가용을 놔두고 버스 정류소로 나오니 탈 수 있는 버스가 없었다"고 지적한 후, "어제와 오늘은 학생들의 방학기간이어서 다행이었지, 학기 중이었다면 문제가 더 컸을 것"이라며 "시민들이 자가용을 놔두고 버스를 탄다면 출퇴근시간대 수용할 수 있는 인원 및 필요한 버스대수에 대한 재산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제주도 관계자는 "평소 승용차를 이용하는 도민들이 많아 제주도의 대중교통 분담율도 30%에 불과하다"면서 "평소 분담율이 높았다면 그만큼 버스가 많아 사람이 몰려도 부담이 덜 했을 것이다. 이번 일을 계기로 대중교통 활성화 할 필요가 있다"며 대중교통 이용의 필요성을 강조했다.<헤드라인제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