휠체어 장애인 시각에서 바라본 제주도...이동권 정도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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휠체어 장애인 시각에서 바라본 제주도...이동권 정도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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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인권 이야기] 이주희 제주장애인자립생활센터 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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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주희 제주장애인자립생활센터 간사 ⓒ헤드라인제주
저는 두살 때 쯤 서랍 모서리에 왼쪽 눈 옆을 다쳐 4바늘 정도를 꿰맨 이후 일어서려고 하지도 않고 앉아서 생활하려고만 하였다고 합니다. 그 당시 너무 어리기도 하였고, 의학이 지금처럼 발달하지 않은 상황이라 장애 명을 알 수도 없어 만36개월이 지난 이후 장애 판정을 받았다고 합니다.

다치고 난 이후 저는 기어 다니거나 어머니의 등에 업혀 다닐 수밖에 없었습니다. 양손을 잘 펴지도, 손목을 잘 돌리지도 못하게 되어 손을 사용하기조차 쉽지 않게 되었습니다.

그렇게 휠체어를 타고 다른 사람의 도움을 받으며 생활을 하다가 초등학교 3학년 즈음에 수술을 받았습니다. 그 이후에 재활치료를 통해 목발을 짚고 이렇게나마 걸을 수 있게 되었습니다. 

걷기 시작하니 이제 저 스스로 조금씩 할 수 있는 것들이 늘어나기 시작하였습니다. 그래서 저는 제가 할 수 있는 부분들은 제가 하는 것이 맞는다고 생각하며 생활을 하다 보니 조금 불편한 것은 적응을 해버리는 습관이 생겨버렸습니다. 계단 2~3개 정도는 “이 정도쯤이야.”라고 하며 아무렇지 않게 오르락내리락 거리며 생활을 하며 불만보다는 그러려니 하는 생활을 해 왔습니다.

그러나 나한테는 별다른 문제로 여겨지지 않았던 부분들이 제가 자립 생활센터에 들어오고 휠체어를 타면서 조금씩 다른 시각으로 보이기 시작하였습니다. 목발을 짚지 않고 전동휠체어를 타고 다니며 도로에 차량이 올라와 있어서 도로는 더 좁게 느껴졌으며 블록들의 상태는 왜 그렇게 울퉁불퉁 한 것인지, 또 식당가들은 왜 이리도 턱이 많고 계단은 기본으로 있는 것인지……. 근처 마트도 마찬가지였습니다. 휠체어가 들어가서 물건을 사거나 돌아다니기에는 너무 좁은 구조로 되어 있는 것이었습니다.

또 며칠 전에 저는 휠체어를 타신 분과 함께 도서관에 갔었습니다. 저 혼자 목발을 짚고 다닐 때는 ‘불편하다’라는 생각을 하지 못하던 부분이 그분과 함께 다니자 ‘편의시설이 잘 되어 있지 않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데스크와 도서 검색대의 높이, 책장과 책장 사이의 넓이, 장애인 열람실의 구조 등 휠체어를 타신 분들이 사용하기에는 편의시설이 잘 되어 있지 않았습니다. 사서가 다가와서 도와주기는 하였지만 스스로 도서를 찾거나 열람실을 이용하기에는 어려웠습니다.

아직 장애인 편의시설에 대해 사람들이 인식하지 못하는 부분이 많은 것 같습니다. 저 역시 제가 목발로 다닐 때는 느끼지 못한 부분들이 휠체어를 타고 다니면서부터는 당사자가 아니면 느끼지 못하는 부분들이 많다는 것을 느끼는 시간이 되었고, 여러 유형의 장애인들이 겪게되는 어려움을 한 번 더 생각하게 되는 시간이 되었습니다. 장애와 비장애를 떠나 모든 사람이 편리하게 지낼 수 있는 시설들이 많아졌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이주희 제주장애인자립생활센터 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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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인권 이야기는...

우리 사회는 장애인을 단순한 보호 대상으로만 바라보며 장애인의 문제를 대신 해결해 주려고 하고 있다. 하지만 장애인은 치료받아야 할 환자도, 보호받아야 할 어린이도, 그렇다고 우대받아야할 벼슬도 아니다.

장애인은 장애 그 자체보다도 사회적 편견의 희생자이며, 따라서 장애의 문제는 사회적 환경에서 비롯된다고 할 수 있다.

(사)제주장애인인권포럼의 <장애인인권 이야기>에서는 장애인당사자의 입장에서 바라보는 세상에 대해 새로운 시선으로 다양하게 풀어나가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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