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차로제 차질...우선차로 일반차량 '끼어들기'
이날 아침은 대중교통체계 개편 후 처음으로 학생들의 등교와 직장인들의 출근이 이뤄지는 첫 러시아워로, 최악의 정체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컸었다.
출근시간대 시내 도로 차량 정체상황을 확인한 결과, 다행히 곳곳의 차량 정체는 있었지만 우려했던 '대혼란' 상황은 없었다.
다만, 대중교통 우선차로제 시행 구간 중 중앙차로제가 예정돼 있었던 제주시 아라동에서 제주여고 및 법원사거리. 제주시청 2.7km 구간은 공사가 완료되지 않은 관계로 여전히 극심한 차량 정체가 이어졌다.
이 구간은 한전주 이설 등의 문제로 공사가 늦어져 당초 제주시청에서 법원사거리 구간까지만 시행이 늦어지는 것으로 발표됐었는데, 이날 아침까지도 제주여고 사거리를 기점으로 한 아라동과 법원사거리 방면은 공사가 완료되지 않아 '중앙차로제' 시행이 이뤄지지 않았다.
이 때문에 평소 편도 3차로 구간임에도 2개 차로만 통행이 가능해 이 구간의 차량정체 현상은 심하게 나타났다.
국립박물관에서 신제주입구사거리(해태동산)까지는 혼잡을 우려해 자가용 운행이 줄어든 때문인지, 교통흐름은 매우 빨랐다.
그러나 일반차량의 우선차로 '끼어들기' 및 우선차로를 마치 추월차로와 같이 이용하는 얌체차량도 적지 않게 나타났다.
동광우체국 앞 우선차로에는 일시정차 승용차들이, 천수로 정류장 인근 우선차로에는 상가 차량의 정차가 이뤄져 교통흐름을 방해했으나, 인근 정류장에 배치된 도우미 내지 자치경찰의 즉각적인 계도가 이뤄지지 않아 아쉬움을 남겼다.
또 해태동산에서 공항입구까지 이어지는 중앙차로 구간은 이날 아침 대체적으로 원활한 흐름을 보였다. 그러나 같은 시간대 먹돌새기 화물청사 앞에서부터 공항입구까지 이어지는 1km 구간은 가로변 우선차로제 구간의 혼잡을 우려해 우회운전하는 차량들이 몰리면서 길다란 차량 정체현상이 빚어졌다.
버스 이용객들의 경우 새롭게 바뀌 노선 및 시간표로 인해 혼란과 불편을 호소하는 시민들도 적지 않았으나, 대체적으로 무난했다는 평을 받고 있다.
인제사거리에서 제주대학교까지 가는 버스편을 이용했던 김모씨(24)는 "혼잡할까봐 걱정이 되어서 평소보다 20분정도 일찍 집에서 나왔는데, 평소와 다를 바 없었다"고 말했다.
제주여중고 버스정류장에서 만난 제주여중의 한 학생은 "오라동 사평마을 정류장에서 학교까지 오고 있는데, 전에는 직행으로 오는 노선이 없어서 환승해서 왔었는데 오늘은 노선이 개편되면서 연삼로를 통해 직행으로 오는 버스가 생겨서 좋았다"고 말했다.
반면 불편을 호소하는 시민도 이어졌다.
같은 정류장에서 만난 30대 여성은 "첨단과학기술단지에 있는 직장에 다니는데, 원래 30분 간격으로 버스가 와야 하는데, 7시30분 쯤에 와야 할 버스가 오지 않아서 계속 기다리고 있는 중"이라고 토로했다. 이 여성은 결국 8시10분쯤 되어서야 버스에 탑승했다.
또 이날 곳곳에서는 환승으로 인한 불편문제도 잇따라 제기됐다.
아라주공아파트 인근 정류장에서 도우미 활동을 했던 제주시청의 한 공무원은 "목적지까지 직행 버스가 없는 경우 환승해야 되는데, 어르신들의 경우 환승 버스를 찾는데 어려워 하시더라. BIS라도 있으면 보면서 찾기라도 했을것"이라면서"젊은 사람들은 스마트폰으로 환승 버스 번호와 정류장을 찾기라도 하는데, 어르신들은 어려워 하신다. 바뀐 노선에 적응하시기 전까지는 불편이 이어질 수 밖에 없을 듯 하다"고 말했다.
제주특별자치도가 26일부터 대중교통 불편신고 센터를 운영하며 상황실 전화(710-7777)과 120 콜센터를 통해 불편신고를 접수받은 결과 26일과 27일 이틀간 총 276건의 불편사항이 접수된 것으로 나타났다.
유형별로 보면 정류장 시설과 관련한 민원이 87건(31.5%)로 가장 많았다. 정류소의 시설물이나 위치, 시산표와 버스정보안내시스템(BIT) 관련 내용이다.
이어 버스노선 불만에 관한 사항이 74건(26.8%)으로 나타났다. 전면 개편 이전과 이후 노선을 비교하며 불만을 제기한 사례가 많았다.
버스시간이 부정확한 문제 등도 42건(15.2%) 제기됐다.
이어 운전자 불친절 등 16건(5.7%), 교통복지카드 관련 9건(3.2%), 요금관련 8건(2.8%) 등의 순이다. 나머지 40건(14.4%)는 대중교통체계 개편과 관련한 일반적 문의였던 것으로 나타났다.
우선 현행 동(洞) 지역과 일부 읍면지역만 운행되던 시내버스를 제주도 전역으로 확대, 단일버스 요금체계를 구축함에 따라 제주시에서 서귀포까지 1200원(교통카드 사용시 50원 할인)으로 이동할 수 있다. 환승할인 혜택도 하차태그 후 현행 30분에서 40분으로 확대됐다.
또 제주 전역을 1시간 내외 통행이 가능하도록 하기 위해 공항을 기점으로 일주도로, 평화로 및 번영로 등을 운행하는 12개 노선의 급행버스가 신설됐다.
버스의 정시성 확보와 빠른 운행을 위해 도입된 '우선차로제'는 중앙 대중교통우선차로와 가로변 대중교통우선차로로 나눠 시행되고 있다.
중앙 우선차로는 제주시 광양사거리~아라초등학교까지 중앙로 2.7km구간, 신제주입구사거리(해태동산)~공항입구까지 공항로 0.8km 구간이다. 가로변 우선차로는 제주시 무수천사거리~국립제주박물관까지, 노형로~도령로~동서광로 11.8km구간에서 운영된다.
우선차로는 긴급자동차, 대형버스(36인승 이상), 노선버스, 전세버스(16인승 이상), 택시, 경찰서장의 신고필증을 받은 어린이통학버스, 지방경찰청장이 지정한 차량만 통행이 가능하다.
우선차로 운영시간은 중앙 우선차로의 경우 연중 24시간 지속적으로 운영된다. 가로변 대중교통우선차로는 평일(토.일.공휴일 제외) 오전 7시부터 9시까지, 오후 4시30분부터 7시30분까지 피크타임에만 시간제로 적용된다.
원희룡 제주도지사는 시행 첫날인 26일 대도민 담화를 통해 "시행초기 도민 불편 최소화에 도정역량을 집중하겠다"면서 도민들의 적극적인 참여와 협조를 호소했다.
원 지사는 "대중교통 체계 개편은 지속가능한 제주, 보편적 복지가 구현되는 제주를 위해서 반드시 가야할 길"이라며 "또한 대중교통은 기본적인 인프라이자, 대중교통 체계 개편은 보편적인 복지 실현을 위한 도전"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또 "도시발전의 중심을 승용차가 아니라 대중교통, 보행자, 교통약자로 전환하는 출발점"이라며 "어르신 등 교통약자 10만여명이 무료로 이용할 수 있어 시민의 교통권 확대를 넘어 자유로운 이동권 보장이라는 교통복지의 지평이 확대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특히 대중교통 활성화는 승용차 통행량 감소로 이어져 어르신·어린이·장애인 등 교통약자의 교통사고 인명피해도 크게 줄일 수 있다"면서 "대중교통 체계 개편은 인구와 관광객 증가에 따른 교통체증과 주차난을 해결하기 위한 생산적 투자"라고 했다.
원 지사는 "하지만 30년 동안 익숙해 있던 대중교통 체계가 혁신적으로 개편되는 만큼 시행 초기에 어느 정도 도민 불편이 예상되고 있다"면서 "제주도정은 대중교통 체계개편의 조기 안정화를 위한 관련 계획을 대중교통 전면 개편 시행과 함께 강력하게 추진하고, 도민 불편을 최소화하기 위해 도정역량을 집중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헤드라인제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