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론은 '현행', 결론은 '증원'...선거구 획정안, 과제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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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론은 '현행', 결론은 '증원'...선거구 획정안, 과제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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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원정수 41명→43명 특별법 개정 추진..."불가피한 선택"
'여론과는 다른 결정' 부담...도민사회, 정부.국회 설득 관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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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창식 선거구획정위원장이 23일 선거구 획정 제주특별법 개정 권고안을 발표하고 있다.ⓒ헤드라인제주
제주특별자치도의회의원 선거구획정위원회가 23일 제주특별법 개정 권고안으로 채택한 '도의원 정수 증원'은 현실적 상황 속에서 불가피한 선택이라는 측면이 강하지만, 도민 여론과는 상반된 결론이라는 점에서 적지않은 과제를 남겨두고 있다.

선거구획정위는 이날 제5차 회의를 열고 '뜨거운 감자'로 부상한 선거구 획정을 위한 대안으로 '의원정수 증원'을 선택하고, 이를 위한 제주특별법 개정 권고안을 확정했다.

현행 41명인 도의원 정수를 43명으로 2명 늘린다는 것이 핵심이다.

특별법 제36조 의원정수 특례에서는 "제주도의원 정수는 공직선거법 규정에도 불구하고 41명 이내에서 선거구획정위에서 정하는 바에 따라 도조례로 정한다"고 돼 있다. 이 규정의 '41명'을 '43명'으로 개정하는 것을 추진한다는 것이다.

선거구획정 논의에서 의원정수 증원 논의는 비단 이번 뿐만 아니라 지방선거를 앞둔 시점마다 줄곧 제기돼 왔으나, 도민사회의 부정적 여론 및 정부의 난색 등으로 추진되지 못했다.

이번에는 현행 29개 선거구 중 당장에 분구(分區)를 해야 할 선거구가 나타남에 따라 이 논의가 급물살을 탔다.

선거구 획정의 기초가 되는 인구수의 기준일을 지난해 12월31일자에 맞춰 적용할 경우 제6선거구(삼도1.2동, 오라동)와 제9선거구(삼양.봉개.아라동)는 2007년 헌법재판소가 결정한 지방의원 선거구를 평균인구수 대비 상하 60% 편차를 유지토록 한 기준을 초과하게 돼 분구가 불가피하게 됐기 때문이다.

획정위는 이에따라 그동안 △의원정수 증원 △비례대표 의원 비율을 현행 100분의 20 이상에서 100분의 10 수준으로 줄이는 안 △교육의원 제도 폐지 등 3개안을 놓고 공청회 및 도민여론 조사 등 의견수렴 절차를 진행해 왔다.

이를 토대로 선거구획정위가 이날 결론으로 내린 대안이 바로 '의원정수 증원'이다. 이번 회의가 얼리기 전부터 '의원정수 증원'이 채택될 가능성은 어느 정도 예견됐다.

3가지 안 중 비례대표를 감축하거나 교육의원을 폐지하는 것에 대한 반대의견이 집중적으로 분출되면서 '선택의 여지'가 거의 없었기 때문이다.

비례대표 의원 감축안은 다른 시.도의 경우 의원정수의 100분의 10 이상으로 하는 공직선거법 규정을 적용하고 있으나 제주도의 경우 특별법에 따라 100분의 20 이상으로 하고 있음에 따라 다른 시.도와 동일한 수준(100분의 10)으로 조정하는 방안이 대안으로 제시됐다.

그러나 비례대표 감축에 대해 정당이나 직능단체 등의 강력한 반대에 부딪혔다. 제주특별법에 따라 국내에서는 유일하게 제주도에 한해 존치되고 있는 교육의원 폐지문제 역시 현직 교육의원이나 교육청, 교육단체 등에서 강력히 반대하고 나섰다.

이에 따라 남은 카드는 비례대표와 교육의원은 현행대로 그대로 두고, 의원 정수를 늘리는 것으로 결론이 났다.

의원정수의 경우 다른 대안에 비해 직접적 이해관계가 적다는 점이 유리하게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이번 결정은 실제 도민 여론과는 상반되게 이뤄진 것이어서, 앞으로 특별법 개정과정에서 적지않은 부담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리서치플러스연구소에 의뢰해 제주도민 1600명을 대상으로 실시된 여론조사 결과, 도의원 정수 문제에 대해서는 '현행유지' 53%, '증원' 33%, '감원' 14%로 나타났다. 현행유지와 감원 의견을 합할 경우 사실상 67%가 증원에 반대한다는 것이다.

그동안 도민사회에서 의원정수 문제와 관련해서는 의원수가 늘어나면 세부담이 커질 뿐만 아니라, 근본적 의회구조의 체질개선 없이 숫자 늘리기를 하는 것에 대해 부정적 의견을 보여왔다.

또다른 대안으로 제시된 △비례대표 의원은 현행유지 58%, 증원 17%, 감원 25% △교육의원은 현행유지 52%, 증원 17%, 감원 15%, 폐지 16%로 조사됐다.

3개 안 모두 부정적 입장이 강하게 표출되고 있다.

주민자치위원, 이.통장 등 1368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설문조사 결과에서도 이러한 추이가 그대로 나타났다. 의원정수에 대해서는 '현행유지' 42%, '증원' 37%, '감원' 21%로 나타났다. 또 △비례대표 의원에 대해서는 현행유지 45%, 증원 16%, 감원 39% △교육의원 존폐논란과 관련해서는 현행유지 48%, 증원 14%, 감원 13%, 폐지 25%로 조사됐다.

다만, 당사자인 현역 도의원 41명 중 33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결과는 상이했다.

의원들은 △의원정수에 대해서는 현행유지 33%, 증원 64%, 감원 3%로 '증원' 의견이 압도적으로 많았다.

또 △비례대표 의원에 대해서는 현행유지 48%, 증원 10%, 감원 42% 등 '감원' 의견이 다른 조사에 비해 높게 나타났다. 교육의원에 대해서도 현행유지 31%, 증원 6%, 감원 10%, 폐지 53%로 '폐지' 의견이 높았다.

도민들은 의원정수를 늘리는 것과 비례대표 감축이나 교육의원 폐지에 모두 부정적인 반면, 현역 도의원 당사자들은 찬성의견이 우세한 것이다.

이날 획정위의 선택을 두고 대다수 도민 여론 보다는 '현역 의원' 당사자의 의견을 집약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이에대해 획정위는 "전반적인 도민들의 의견은 '현행 체제를 유지'하는 것이나, 의원정수를 조정하지 않고 기존 선거구 획정 방식인 분구.합병을 통한 획정을 따를 경우, 제주지역 29개 선거구를 대폭 조정하는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도민혼란이 우려됐다"고 결정배경을 설명했다.

획정위는 "이에 따라 현행 41명을 유지할 경우에 나타나는 여러 극심한 혼란을 방치할 수는 없어서 제6선거구, 제9선거구의 분구에 필요한 의원 2명을 증원하는 것이 타당하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밝혔다.

한마디로 어쩔 수 없는 '불가피한 선택'이었다는 것이다.

그러나 도민 대다수 의견이 '현행 유지' 또는 '감원'으로 나타나면서 앞으로 특별법 개정 추진과정에서는 무엇보다 도민 설득이 최대 과제로 남게 됐다. 또 정부와 국회가 정수 증원안을 쉽게 수용할 지 여부도 미지수다.

획정위는 3월 의원 입법으로 특별법 개정안을 발의하고,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면 오는 12월10일까지 선거구 획정안을 결정한다는 목표를 제시하고 있으나, 아직 갈 길은 멀어 보인다. <헤드라인제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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