껍데기는 가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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껍데기는 가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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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손찬환 / 서귀포시 자치행정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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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손찬환 / 서귀포시 자치행정과. ⓒ헤드라인제주
부정청탁 및 금품수수 금지법,(이하 김영란법)이 시행된 지 한 달이 되어가고 있다. 김영란법은 공직자등에 대한 부정청탁 및 공직자 등의 금풍 등의 수수를 금지함으로써 공직자등의 공정한 직무수행을 보장하고 공공기관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확보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이들 공직자 등에는 공무원, 언론인, 사립학교 교직원도 포함된다. 김영란법은 공직자가 공무를 수행함에 있어 본질 이외의 것에 좌우되지 말 것을 주문하고 있다.

우리사회에서는 본질이 아닌 껍데기가 주요의사결정에 영향을 끼친 사례가 많다. 커다란 이권이 걸린 주요 국책사업의 경우 사업타당성이 없음에도 여러 경로로 로비나 청탁이 들어가 결정이 번복되기도 해 나중에 큰 비리사건으로 비화된다. 또한 몇 해 전 스폰서 검사사건은 사회의 비리를 캐내는 검사들에게 금품과 향응을 제공해 죄의 형량을 낮추거나 하는 등 공직사회의 비리는 국민들에게 실망감과 허탈함을 안겨주기도 했다. 비단 굵직굵직한 사건들만 있는 것은 아니다. 태권도 심판의 편파판정으로 아들이 탈락하자 선수의 아버지가 유서를 쓰고 자살한 사건도 있었다. 이런 일련의 사건들을 보면서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왜 우리는 본질이 아닌 껍데기에 초점을 맞추려 하는가?불편하게 이거, 저것 보지 않고 모두 본질, 핵심에만 집중하면 되지 않나?

본질이 아닌 껍데기에 의한 결정은 우리 모두에게 피해를 입힌다. 세상에는 공짜가 없다. 기본적으로 give and take이다. 무언가를 받으면 무언가를 줘야한다. 자신의 것을 주면 상관없다. 그런데 청탁이나 금품을 수수하면 자기 것이 아니 것을 주닌깐 문제가 된다. 즉 의사결정과정에서 본질이 흐려지고 이물질들이 끼게 되어 결정은 왜곡되고 뒤틀려진다. 이런 일들이 한 두 번 일어나고 제도적으로 바로 잡히지 않게 되면 청탁하지 않던 사람들도 피해를 보지 않기 위해 본질보다는 껍데기에 더 집중하게 된다. 이렇게 사회는 부패하게 된다.

이런 상황에서 김영란법 시행은 공직자로 하여금 본질에 집중한 결정을 내릴 수 있는, 나아가 사회가 청탁 등 반칙이나 편법을 사용하지 않는 환경을 조성할 수 있는 기반이 될 수 있다. 즉 김영란법 시행으로 기존 형법으로 처벌할 수 없었던 대가성 없는 금품수수도 처벌할 수 있게 되었다. 직무관련성이 있으면 일절 금품 수수하는 것을 금지하며 직무관련성이 없더라도 일정금액이상 금품을 수수하는 것을 금지한다. 그런데 법시행으로 당연히 청렴사회가 만들어지는 것은 아니다. 무엇보다도 공직자의 의지가 중요하다.

서귀포 시청 계단에는 ‘청렴은 공직자의 의무이자 권리’라는 글귀가 써져있다. 김영란법은 공무원이 청렴의 권리를 행사할 수 있게 하는 중요한 무기이자 방패가 될 수 있다.

아직 법 시행 초기라 여기저기서 혼란이 있지만 김영란법의 성공적 정착을 위해 공직자들이 다음 시 한 구절을 가슴속에 새겨두었으면 좋겠다. ‘껍데기는 가라/ 한라에서 백두까지/ 향그러운 흙가슴만 남고/ 그 모오든 쇠붙이는 가라/ 껍데기는 가라’ <손찬환 / 서귀포시 자치행정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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