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늘이 점령한 환상 자전거길...사고위험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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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늘이 점령한 환상 자전거길...사고위험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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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산물 건조공간 없어 도로변마다 잔뜩
곤혹스런 제주시 "딱히 손 쓸 수 없어"

제주시에 거주하는 직장인 송모씨(47)는 몇달 전 자전거도로에서 사고를 당한 일을 떠올렸다.

누군가 자전거도로에서 말리고 있던 마늘을 피하려다 넘어지며 크게 다친 것.

송씨는 바로 병원으로 실려가 치료를 받았지만, 널어놓은 마늘의 주인이 누구인지도 모르고 치료비 등 보상도 받지 못하는 답답한 상황에 놓일 수 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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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주시 한경면 용수리 제주환상자전거길의 마늘 건조 현장. ⓒ헤드라인제주
이런 상황은 제주시내 자전거도로 뿐만 아니라 제주 섬 한바퀴 234km를 자전거로 완주할 수 있는 '제주환상자전거길'도 마찬가지였다.

현충일이던 지난 6일 제주시 한경면 용수리 자전거도로에는 수십미터에 걸쳐 마늘이 널려져 있어 '제주환상자전거길'이라는 이름을 무색케 했다.

특히 이 구간은 제주 올레 12코스와도 겹쳐 자전거 뿐만 아니라 도보로 이용하는 사람들도 많아 사고 위험이 높아 보였다. 

농산물을 제때 건조해야 하는 농민들의 애로는 이해가 많지만 자전거는 물론 보행자 사고가 크게 우려되고 있다. 주행하는 차들이 많지 않은 지역이기도 할 뿐더러 방지턱 등도 없다 보니 일부 차들은 빠른 속도로 진행해 아찔함을 느끼게 했다.

같은날 한림읍 귀덕리의 해안도로에도 상황도 비슷했다.

이곳은 올레길과는 멀리 떨어져 있지만, 해안가를 따라 카페가 조성돼 있어 방문객들이 많은 곳이다.

귀덕 해안도로에 조성된 자전거도로를 따라 마늘이나 각종 해산물이 널려 있어 사실상 자전거 도로를 이용하지 못하게 하면서 이용객들은 자전거도로 대신 차도로 내몰리곤 했다.

이 같이 제주시 곳곳의 자전거도로에서 비슷한 상황이 발생하고 있지만, 행정당국은 "딱히 손을 쓸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라며 난색을 표했다.

농민들이 도로변과 같은 곳이 아니면 마땅히 농산물을 건조시킬만한 곳이 없기 때문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행정당국도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며 곤혹스러워 하고 있다.

제주시 관계자는 "자전거도로에 마을 어촌계나 주민들이 농.해산물들을 말리는 경우가 많다"면서 "각 읍면동 등에 공문을 보내 홍보.계도하고 있지만 일일이 막지는 못하고 있는 실정"이라고 토로했다.

그는 "제주환상자전거길을 이용하다 자전거도로가 파손되거나 시설물이 잘못돼 사고가 난 경우 실사를 거쳐 보상을 하고 있다"면서 "물건 야적으로 인해 사고가 난 경우 잘못을 가려 보상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헤드라인제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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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주시 한림읍 귀덕리 해안도로의 마늘 건조 현장. ⓒ헤드라인제주
<홍창빈 기자 /저작권자 ⓒ 헤드라인제주 무단전재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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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자와 약자? 2016-06-10 00:52:06 | 119.***.***.145
누구 편을 들어야 할지? 농민은 어쩌면 약자이지요. 강자는 놀러다니는 자들이지요. 그러나 도로는 도로. 공간을 차지하기 위한 투쟁? 서귀포 해녀와 스쿠버다이버들 전쟁처럼. 인간이 동물의 터전을 점거하면 동물은 사라질 수밖에. 제주인은 이미 제주에 없다고나 할까? 인간을 위한 인도. 자전거를 위한 자전거 도로. 나머지는 모두 자동차를 위한 것이지요. 농민을 위한 도로는 없지요. 가끔 경운기 사고로 운명을 달리하는 농민이 얼마나 안타까운지. 한국은 강자를 위한 나라? 약자는 불쌍해.

종류가틀려요 2016-06-09 21:57:10 | 49.***.***.117
현장 가보니 마늘(콥대사니)이 아니라 파이던데요.(패마농)
그리고 촌에 할망 하르방 오죽허민 경햄신고.

+_+ 2016-06-09 13:14:26 | 118.***.***.248
좋은 기사라면 농민이 왜 도로에서 농산물을 말릴 수밖에 없는지를 지적했어야 하지 않을런지요.
농산물을 말릴 건조시설이나 마련해주고 나서 도로에 농산물을 말리지 맙시다이러면 이해가 가는데요.
농협이나 제주도나 손놓고 방관만 하고 있는데 농민들이 어떻게 하길 바라시는건지요?

이기루니 2016-06-09 12:58:47 | 121.***.***.35
기자님 혹시 가장자리에 왜 돌이나 나무를 놓았을지 생각해보셨습니까?
피땀어린 작물인줄 알면서도 몽니로 차로 밟고 뭉개고 지나가는 사람들 때문입니다.
원래 도로는 농민들의 것입니다.
구루마가 밭으로 가기 위해 밭을 내어주고 어쩔 수 없이 만든 길이었지요. 사람이야 아무데나 걸으면 됐고...솔직히 자전거는 차도로 다녀도 됩니다. 도로교통법에 그렇게 되어있습니다
그 길의 한쪽편에 통행에 방해 안되게 널어놓은 것입니다.
시대가 지났으니 서로 공존하는 방안을 찾아봐야겠지만
주객전도란 말은 쫌 심했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