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시장 '공직자' 발탁, 원희룡 지사 계산은
상태바
행정시장 '공직자' 발탁, 원희룡 지사 계산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후반기 조직안정 우선, '측근정치' 논란 차단 포석
협치 민간영역 발탁 배제하고, '차선의 카드' 선택

1.jpg
민선 6기 원희룡 제주도정의 후반기 행정시장은 인선 공모과정에서 숱한 전망들이 나왔으나, 결국에는 모두 공직자에서 전격 발탁됐다.

그동안 공공기관장 인사 때마다 '측근 인사' 내지 '인맥 인사'라는 혹한 평을 받았던 원희룡 지사가 이번에는 민간영역 발탁을 뒤로하고 차선의 카드를 꺼내든 셈이다.

전국단위로 진행된 행정시장 공모결과 응모자는 제주시장에 5명, 서귀포시장에 4명.

마감일 전날까지도 극심한 '눈치보기'로 이뤄지던 공모는 막바지에 응모자가 몰렸다. 민간영역에서 이름이 회자되던 인사들이 응모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되면서 공직자에서 발탁 가능성이 유력했다.

뜸을 들이지 않고 곧바로 진행된 선발시험위원회 면접심사 및 인사위원회 추천 심의 결과 원 지사의 최종 선택은 제주시장에 고경실 전 제주도의회 사무처장(60), 서귀포시장에 이중환 제주도 문화관광스포츠국장(50)이었다.

276742_177380_0406.jpg
▲ 고경실 제주시장 후보자와 이중환 서귀포시장 후보자.ⓒ헤드라인제주
이 둘은 원 도정 측근라인과도 일정정도 거리를 두고 있는 인사들이어서 예상 외 발탁이란 평이 나오고 있다.

두 공직자의 발탁가능성은 발표 하루 전인 29일쯤에야 급속히 회자됐다. 선발시험위원회 및 인사위원회 과정에서 이 둘의 이름이 거명됐다. 그만큼 예상 밖 인선으로 볼 수 있다.

물론 2006년 제주특별자치도 출범 후 역대 도정의 후반기 행정시장의 경우 대부분 공직자 출신으로 임명돼 왔다. 그러나 민선 4기나 민선 5기의 경우 보통 임기를 1년 이내에 남겨둔 시점에서 공직자 출신카드가 주로 사용돼 왔다. 

현직 도지사가 지방선거에 출마하는 상황을 감안한 것이다.  이번 원 도정은 2018년 6월까지 2년 임기의 행정시장을 모두 고위공직자로 인선하면서 그 배경을 두고 설왕설래하고 있다.

출범 초기 '협치(協治)'를 전면에 제시하며 야당과의 인사협의까지 가능하다고 밝히면서 민간영역의 인사 발탁에 나섰던 것과는 대조적이기 때문이다. 

여러가지 얘기들이 있으나, 원 지사 입장에서는 일단 도의회 인사청문 절차를 무난히 통과할 수 있고, 후반기 공직내부 조직안정을 꾀할 수 있는 카드를 선택했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두 시장의 발탁 인선기조는 차이가 있다.

그 중 제주시장 내정자로 지명된 고경실 후보자의 경우 의외의 발탁으로 꼽히고 있다. 원 도정의 인선기조와 맞춰볼 때 특징이 뚜렷하지 않기 때문이다.

도의회와의 관계 등 여러가지 측면이 고려된 것으로 풀이하는 시각이 있으나, 외부에서의 '추천 발탁'일 가능성이 커보인다.

제주자치도는 고 후보자 내정의 큰 이유로 40여년간 공직에 몸담아 온 풍부한 공직경험을 꼽고 있으나, 고위공직자 출신에서 나타나는 일반적 경력이다.

9급 공무원에서 출발해 동장(일도2동장)과 제주시 문화예술과장, 기획담당관, 문화관광국장, 자치행정국장을 거쳐 민선 4기 김태환 도정 당시 제주시 부시장을 역임했다. 민선 4기 마지막 해에는 제주도 문화관광교통국장도 역임했다.

민선 5기 우근민 제주도정 들어서는 기획재정부(3년)와 국회 사무처(6개월) 등에 장기간 파견근무 됐다. 그러다가 민선 5기 도정 마지막 정기인사인 2014년 1월 복귀하면서 국제자유도시본부장에 발령됐다.

원희룡 민선 6기 도정 출범 후에는 제주도의회 사무처장으로 발탁되고 이사관(2급)으로 승진했다. 그러나 지난해 1월 단행된 파격적 쇄신인사에서 1956년생 보직 일선후퇴 방침에 따라 인사권 논란에 불을 지폈다.

구성지 의장이 의장의 인사추천권을 무시하고 인사를 발령했다면서 법적대응을 하면서 그의 입지는 크게 좁아졌다. 결국 지난해 말 관리관(1급)으로 승진하면서 명예퇴임을 했다.

원 지사와는 다소 '어색한 관계'에서 공직을 마무리했던 그가 이번에 제주시장에 발탁되면서 화려하게 복귀하게 됐다.

서귀포시장에 내정된 이중환 후보자는 변화와 혁신을 함께 주도할 '젊은 시장' 발탁이라는데 포인트를 두고 있다.

이 후보자의 '컬러'가 원 도정과 어느정도 맞아 떨어졌다고 할 수 있다.

지방고시 1기 출신으로 1996년 서귀포시에서 최초 공직에 입문한 그는 서홍동장 등 5년여간 근무하다가 2002년 제주도로 자리를 옮긴 후 특별자치담당관과 정책기획관을 역임하고 민선 5기 우근민 도정 출범 후에는 해외연수를 떠났다.

복귀한 후에는 전국체전기획단장 등을 역임했다.

민선 6기 원희룡 도정 출범 후에는 문화관광스포츠국장직을 맡았다. 제주자치도는 '젊은 피'를 과감히 발탁함으로써 인적쇄신으로 공직내부 체질개선과 일 중심의 조직으로 거듭나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했다.

그럼에도 이번 '무난한 카드'가 과연 원 도정이 추구하고자 했던 변화와 혁신기조에 얼마나 부응할지는 여전히 미지수로 남고 있다.

이와는 별개로, 이번 행정시장의 인선은 앞으로 있을 원 도정의 인선방향의 신호탄 성격이어서 주목되고 있다.

출범 후 중앙인맥 및 전임도정 인물의 전진배치 등으로 구설수 끊이지 않았고, 제주시장 인선에서는 '인사참패'라는 큰 홍역을 치렀던 원 도정이 4.13총선이 끝난 후에는 인사기조를 '안정 모드'로 전환한 것이다.

측근정치 논란 등을 원천적으로 차단하겠다는 계산이 엿보인다.

원 지사는 이번 행정시장 인선과 관련해 도민들에게 믿음을 줄 수 있는 가장 좋은 '그림'을 제시하겠다는 입장과 함께, 정치적으로 구설수에 올랐던 공직자 등은 가급적 인선에서 제외할 뜻을 밝혀왔다.

이는 오는 7월 하반기 정기인사 및 앞으로 있을 공공기관장 인사에서도 그대로 적용될 것으로 보여 주목된다. <헤드라인제주>

<윤철수 기자 / 저작권자 ⓒ 헤드라인제주 무단전재및 재배포 금지>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0
0 / 40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