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 징계처분 '솜방망이'..."중징계 대상자, 경징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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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무원 징계처분 '솜방망이'..."중징계 대상자, 경징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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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위, 공직비위 징계의결 '멋대로'..."봐주기 심각"
상습도박 중징계 요구 '경징계', 강제추행은 '면죄부'

제주특별자치도와 제주시가 지난해 감사위원회로부터 징계처분을 요구받은 공무원에 대해 징계양정 규정까지 위반하며 대거 감경처분을 한 사실이 드러났다.

상습도박 및 초과근무수당 부당수령, 보조금 문제 등으로 중징계 처분이 요구된 공무원에 대해서는 특별한 사유도 없이 '경징계'를 내렸는가 하면, 강제추행으로 공무원 품위를 손상시킨 대상자에 대해서는 사법처리와는 별개로 경징계 요구가 이뤄졌지만 '면죄부'를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청렴도 1등급을 목표로 비위 공직자에 대한 엄정대응을 하겠다고 밝힌 제주도정이 정작 도를 넘은 '제 식구 감싸기'로, 청렴대책의 진정성을 의심받는 처지에 몰린 것이다.

제주특별자치도 감사위원회는 제주자치도와 제주시의 징계요구처리 실태를 점검한 결과 2015년 한해 징계처분을 요구받은 83건 중 18명이 감경처분을 받은 받았는데, 감경 18명 중 8명은 징계양정 감경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데도 감경받은 것으로 확인됐다고 29일 밝혔다.

징계는 크게 견책, 감봉, 정직, 강등, 해임, 파면 등 6단계로 나눠져 있다. 이중 견책과 감봉은 '경징계', 정직, 강등, 해임, 파면은 '중징계'로 구분된다.

현행 '지방공무원 징계 및 소청규정' 및 '제주특별자치도 지방공무원 징계양정에 관한 규칙'에 따르면 제주도지사 이상 훈격의 표창을 받은 공적이 있는 경우나 업무를 성실하고 적극적으로 처리하는 과정에서 과실로 인해 인정될 경우에 한해 징계양정을 감경할 수 있도록 돼 있다.

또 징계의결 요구권자는 인사위원회의 징계의결이 가볍다고 인정되면 그 처분을 하기 전에 심사 또는 재심사를 청구할 수 있도록 돼 있다.

그러나 실제 인사위원회의 징계심의 과정에서는 이러한 규정을 무시한채 의결을 해온 것으로 드러나 파장이 일고 있다.

감사위원회 점검결과에 따르면 2015년 한해 감사위가 제주도와 제주시에 요구한 징계처분 대상 공무원은 총 70명.

제주도에는 중징계 10명, 경징계 32명 등 42명에 대한 징계처분이 요구됐다. 제주시에는 중징계 9명, 경징계 19명 등 28명에 대한 징계가 요구됐다.

하지만 인상사위원회의 실제 징계의결은 처분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인사위는 18명에 대해 감경 의결을 했는데, 이중 8명은 징계양정 감경사유에 해당되지도 않았는데도 임의대로 '봐주기'를 한 것으로 드러났다.

제주도 인사위원회의 경우 제주도 인사부서에서 42건에 대해 징계처분 요구 양정대로 징계의결을 요구했으나, 중징계 대상자 3명 및 경징계 대상자 6명에 대해 징계양정 보다 감경된 내용으로 의결결과를 통보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문제는 징계양정에 맞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제주도정도 이를 그대로 받아들여 수용했다는 것이다.

제주시의 경우에도 마찬가지로 인사위원회에 징계양정대로 의결을 요구했으나, 인사위원회가 28건 중 중징계 5명을 포함해 7명에 대해 징계양정 보다 감경된 내용으로 의결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중 6건은 부당하게 감경의결된 것이었으나, 제주시는 재삼사도 청구하지 않고 그대로 받아들이면서 '봐주기'에 동참했다.

그런데 이번에 징계감면을 받은 대상자에서는 비위정도가 중한 공무원들이 대거 '봐주기'의 수혜를 받은 것으로 나타나 논란이 되고 있다.

제주도의 경우 상습도박으로 공무원 품위유지의무를 위반해 중징계 요구가 이뤄진 공무원에 대해 '인사위원회 의결'이라는 명분으로 해 감봉 1월의 경징계로 마무리한 것으로 드러났다.

또 업무방해로 인해 공무원 품위손상을 한 혐의로 중징계 처분이 요구됐던 공무원에 대해서도 징계양정을 '감봉'으로 한 다음, 표창공적으로 '견책'으로 의결한 것으로 나타났다.

제주시에서는 '봐주기' 사례가 더욱 심각했다.

어촌계 소라방류 사업에 대해 보조금을 부당하게 교부해 중징계 처분이 요구됐던 공무원에 대해 뚜렷한 이유도 없이 감봉 1월의 경징계를 의결했는가 하면, 초과근무수당을 부당수령한 공무원들에 대한 중징계 처분요구도 감경사유 없이 모두 '경징계(감봉1월)'로 매듭지은 것으로 나타났다.

뿐만 아니라 강제추행 논란을 빚은 공무원에 대한 경징계 요구에 대해서도 인사위는 '불문경고'로 면죄부를 준 것으로 확인됐다.

당시 제주시청 공무원 A씨는 2014년 9월 술에 취한 옛 동료 여직원을 부축해 집에 바래다 주던 중 강제로 껴안은 후 입맞춤을 하는 등 강제추행을 한 혐의로 검찰에 고소됐는데, 검찰은 증거불충분을 이유로 무혐의 처분을 했다.

그러나 감사위가 이 사건과 관련해 A씨가 경찰수사를 받는 동안 피해자와 주고받은 문자 메시지 등 증거서류를 확인한 결과 형법상 강제추행죄 성립여부와 별개로 공무원으로서의 품위를 심각하게 손상한 행위가 있었다는 점이 인정돼 경징계 처분을 내릴 것을 요구했으나, 인사위는 '불문경고'로 의결했다.

인사위는 "강제추행보다는 옛 여자 친구와의 단순한 애정싸움이 발단이 된 사항이고, 공무원 품위 손상행위에 대해서는 뉘우치고 반성하고 있어 불문경고를 의결했다"고 밝혔으나, 감사위는 "지방공무원 징계양정에 관한 규칙에서 징계 감경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면서 잘못된 의결이라고 반박했다.

감사위는 "인사위원회에서 관련 법령에 규정된 징계양정 감경기준과 다르게 감경 의결하는 경우 제주도와 제주시는 재심사를 청구해야 하나 그대로 수용했다"면서 "청렴도 제고를 위해서도 공직비위에 대해서는 엄정한 처분이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제주도지사와 제주시장에게 징계처분 업무를 부적정하게 처리한 관련 부서에 대해 엄중경고 처분을 할 것을 요구했다. <헤드라인제주>

<윤철수 기자 / 저작권자 ⓒ 헤드라인제주 무단전재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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