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에 '시신 호텔' 등장…초고령사회의 그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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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에 '시신 호텔' 등장…초고령사회의 그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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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에 '시신 호텔'이 등장했다. 화장장이 부족해 자리가 날 때 까지 시신이 부패하지 않도록 호텔에서 대기하는 것이다.

12일 야후 재팬 뉴스 보도에 따르면, 일본에서는 이처럼 장례식을 치르지 못해 '시신 호텔'을 이용하는 '장례식 난민'이 속출하고 있다.

일본은 대체로 장례식을 치른 후 시신을 화장하는데, 초고령사회로 진입한 일본의 사망자수는 매년 증가 추세여서 화장장이 부족한 지경에 이르렀다.

세계 최초로 초고령 사회 일본은 이제 초유의 "다사(多死)사회"로 진입하고 있다. 일본 후생노동성에 따르면 현재 일본의 연간 사망자 수는 약 130만명이다. 그러나 베이붐 세대가 80대에 이르는 2030년에는 연간 사망자 수가 160만명에 이를 전망이다. 베이비붐 세대란 2차 세계대전 이후인 1947~1949년 사이에 태어난 세대를 말한다.

도쿄(東京)의 화장장과 빈소는 전례 없이 붐비고 있다. 도쿄도 보건복지사에 따르면, 도쿄의 연간 사망자 수는 약 11만명, 하루 평균 300명 이상이 사망하고 있다. 그러나 도쿄의 화장장은 26곳 뿐이며 시신을 보관하는 보냉고도 항상 시신로 가득 차있다.

도쿄의 한 장례식 업체인 '어반 휴네스'에 따르면 낮 시간대에 장례식과 화장을 하려면 1주일 전에는 예약을 해야 한다. 고령자의 체력이 떨어지는 겨울철, 특히 연말연시에는 장례식장이 더욱 혼잡하다. 도쿄 하치오지(八王子)시 장례식장 접수 직원은 "성수기에는 화장을 하려면 7일 이상 기다리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이렇게 일본에서 화장장이 부족한 것은 사망자가 많은 것이 주 원인이지만, 화장장 건설이 어렵기 때문이기도 하다. 화장장을 건설하려 해도 지역 주민들이 해당 지역의 이미지가 나빠질 것을 우려해 반대하는 경우가 많다.

인구 59만명의 사이타마(埼玉)현 가와구치(川口)시에는 공영 화장장이 없다. 화장장 건립을 둘러싼 주민 반대 운동이 거셌기 때문이다. 미야기(宮城)현 이와누마(岩沼)시는 화장장이 노후화돼 지난 2013년 화장장 이전 후보지를 공모해 4곳의 후보지를 선택했지만 주민들의 반대로 소송으로까지 번지면서 화장장 건설 계획은 무산됐다.

화장장 증설이 어려운 상황에서 각 자치 단체는 차선책을 도입하기도 했다. 도쿄의 미나미타마(南多摩) 장례식장은 하루 화장자 수를 17명에서 27명으로 늘렸다. 오사카(大阪)시에서는 현재 오전10시부터 오후 4시까지 하는 화장을 앞 뒤로 몇 시간 연장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화장장 대기 시간 동안 안전하게 시신을 안치하고 싶은 유족들의 요구와 맞아떨어진 것이 바로 '시신 호텔'이다. 이미 '시신 호텔'은 도쿄를 중심으로 한 수도권과 오사카 등에 출현하고 있다.

오사카에 위치한 '호텔 릴레이션'은 2012년에 문을 열었다. 건축한 지 30년된 호텔을 '시신 호텔'로 리뉴얼 한 것이다. 이 호텔의 대표는 앞으로 다가올 '다사 사회'를 염두에 두고 이 업계에 진출했다고 밝혔다.

'시신 호텔'에서는 냉장기능이 있는 관에 시신을 안치할 뿐 아니라 유족이 숙박하면서 장례식을 치르는 것도 가능하다. 이용 비용이 저렴한 것도 특징이다. 일본 소비자협회에 따르면 일본의 장례 비용은 평균 약 200만엔(약 2000만 원)이지만 '시신 호텔'에서는 시신 운구, 안장, 밤샘 영결식과 화장까지 포함해 45만엔 정도면 가능하다.

오사카 시에서 세탁소를 운영하는 한 여성(75)은 지난해 이 호텔에서 친지의 장례식을 치렀다. 그는 "본인이 생전에 유족에게 부담을 주고 싶지 않다"라고 말해 유언에 따라 주저 없이 이용했다고 밝혔다.

한 50대 남성은 오사카에 사는 아버지가 사망했을 때 인터넷을 통해 '시신 호텔'을 찾아냈다. 그는 도쿄에 거주해와 오사카의 장례식장 등을 잘 몰라 장례식장을 찾을 때까지 급한 대로 '시신 호텔'에 며칠 간 시신을 안치할 생각이었지만, 호텔에서 그냥 장례식까지 치렀다.

'시신 호텔'뿐 아니라 초고령사회 일본의 고령자들 중에는 사망 후 자신의 시신을 기증하겠다는 사람들도 늘고 있다. 대규모 장례식이나 묘지가 필요치 않다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늘고 있지만, 독거노인 증가가 주 요인이다. 자신이 죽은 후에 묘지를 돌봐줄 후손이 없기 때문에 시신을 기증하는 것.

일본 독지해부전국연합회에 따르면 현재 자신의 시신을 대학 의학부 해부 실습에 제공하겠다고 등록한 사람은 26만명을 넘어섰다. 30년 전의 4배에 이른다. 1985년 당시 해부 실습에 사용된 시신은 절반이 경찰에서 제공되는 신원 불명의 사체이었으나 현재는 거의 100%가 기증에 따른 것이다.<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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